
손톱을 힘주어 자를 필요 없이 간편하게 다듬어 주는 전동 손톱깎이. 그런데 어린아이가 혼자 갖고 놀다 입술이나 혀가 기계 안으로 빨려 들어가 다친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압둘라 전문아동병원 의료진은 전동 손톱깎이로 입 주변을 다친 2~4세 어린이 3명의 사례를 보고했다. 세 아이는 6개월 사이에 같은 병원 소아응급실을 찾았다. 모두 사고 당시 보호자의 감독 없이 기기를 만지고 있었다.
전동 손톱깎이는 작은 구멍에 손톱 끝을 넣으면 안쪽의 회전 장치가 돌아가며 손톱을 자르거나 갈아내는 기구다. 일반 손톱깎이처럼 손잡이에 힘을 줄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 회전 날은 좁은 틈 안쪽에 들어가 있어 평소에는 피부가 직접 닿기 어렵게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입이나 얼굴에 갖다 대면 부드러운 피부나 점막이 틈으로 빨려 들어갈 우려가 있다.
4세 여아는 아랫입술 깊게 찢어져 봉합까지
의료진이 보고한 첫 번째 환자는 4세 여자아이였다. 혼자 전동 손톱깎이를 갖고 놀다가 입술에 댄 채 실수로 전원을 켰다. 회전 장치가 아랫입술 안쪽 조직을 끌어당기면서 입술이 기계 속에 단단히 끼었다. 병원에서도 손으로 빼내는 시도는 실패했다. 무리하게 당기면 상처가 더 커질 수 있어 중단했다. 결국 배터리를 차단한 뒤 기기 겉면을 절단해 분해했다. 기계를 제거하고 보니 아랫입술이 깊고 불규칙하게 찢어진 상태였다. 의료진은 상처를 씻은 뒤 봉합했다. 2주 뒤에는 기능상 문제 없이 잘 회복됐다.
두 번째는 3세 남자아이였다. 역시 혼자 기기를 가지고 놀다가 윗입술이 회전 장치에 끼었다. 가족이 집에서 빼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병원 안전팀이 기기를 분해하고 회전 장치를 반대 방향으로 돌려 입술을 빼냈다. 입술의 붉은 부분과 피부의 경계까지 상처가 나 봉합이 필요했다.
세 번째는 2세 여자아이였다. 켜져 있는 기기에 혀를 갖다 댔다가 혀끝이 다쳤다. 다행히 기기가 스스로 떨어졌고 상처도 얕았다. 봉합수술 없이 치료했으며 사흘 뒤에는 출혈이나 감염 없이 회복됐다.
사례를 보고한 킹압둘라 전문아동병원 소아응급의학과 모하메드 하르브 홈마디 박사는 “입술이나 혀 조직이 작동 중인 기기 안으로 들어간 뒤에는 기계를 계속 잡아당길수록 상처가 더 커질 수 있다”며 “먼저 기기의 작동을 멈추고 통제된 상태에서 분해한 뒤 상처를 확인하고 치료해야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혀·눈꺼풀·목까지…해외에서도 비슷한 사고 보고
전동 손톱깎이 사고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알려졌다. 2019년 미국에서는 4세 여자아이의 목 피부에 전동 손톱깎이 날이 박힌 사례가 논문으로 보고됐다. 의료진은 기기와 함께 피부 일부를 제거해야 했고, 약 2cm 크기의 상처를 다섯 바늘 꿰맸다.
2024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4세 아이의 혀끝이 전동 손톱깎이에 끼인 사례가 보고됐다. 부모가 기기를 빼내려 여러 차례 시도하는 과정에서 출혈과 통증이 더 심해졌다. 같은 해 다른 연구에서는 아이의 혀와 윗눈꺼풀 피부가 기기에 끼인 사례 2건도 소개됐다.
2025년 일본 도쿄도립소아의료센터 의료진도 전동 손톱깎이에 얼굴이나 목 피부가 끼인 어린이 3명을 보고했다. 아이들 중 일부는 기기를 전기면도기처럼 얼굴에 대고 흉내 내다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외신 보도 사례도 있다. 2024년 2월 이스라엘에서는 5세 여자아이의 입술에 전동 손톱깎이가 끼어 병원에 실려 갔다. 기기를 움직일 때마다 다시 작동해 의료진끼리 제거하기 어려웠다. 결국 소방대원까지 응급실에 투입돼 기기를 분해했다. 아이는 입술을 봉합한 뒤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지금까지 보고된 사고 대부분은 정상적으로 손톱을 깎다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어린아이가 보호자 없이 기기를 갖고 놀거나 입과 얼굴에 가져다 대면서 발생했다. 이번 연구에서도 기계 자체의 고장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세 사례만으로 전동 손톱깎이가 다른 생활용품보다 위험하다거나 이런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전동 손톱깎이는 쉽게 살 수 있다. 국내 온라인몰에는 성인뿐 아니라 유아와 노인을 위한 제품도 여러 종류 판매되고 있다. 일부 제품에는 수백~1000건 이상의 구매 후기도 달려 있다. 다만 한국에서 같은 형태의 사고가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전동 손톱깎이를 장난감처럼 만지지 못하도록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입술이나 혀 등 피부가 기계에 끼었다면 억지로 잡아당기지 않아야 한다. 조직이 더 찢어지거나 출혈이 심해질 수 있다.
이 사례는 최근 국제 학술지 《미국 증례보고 저널(American Journal of Case Reports)》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