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5일 (화)

“화장품만 팔던 시대는 지났다?”… APR이 내놓은 ‘K-뷰티’ 승부처는 [현장+]

신재우 에이피알 상무 “K뷰티, AI·홈케어로 진화한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K-뷰티의 성장 무대가 화장품에서 뷰티 디바이스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피부과나 에스테틱에서 받던 관리를 집에서 직접 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앞으로는 인공지능(AI)이 개인의 피부 상태를 분석해 화장품과 디바이스까지 맞춤형으로 제안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신재우 에이피알 상무는 15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한 ‘메드텍 인사이트 2026’ 뷰티테크 이노베이션 포럼(BeautyTech Innovation Forum)에서 글로벌 홈뷰티 시장의 성장과 소비자 수요 변화, AI 기반 개인화가 가져올 뷰티산업의 변화를 소개했다.

신 상무는 “뷰티산업의 경쟁 기준이 단순히 ‘누가 더 좋은 기기를 만드느냐’에서 벗어나 화장품과 디바이스, 피부 데이터를 하나의 관리 경험으로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로 뻗는 홈뷰티…한국 수출도 빠르게 증가

이날 발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홈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2025년 약 129억달러에서 올해 144억달러, 2030년에는 약 219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11%에 이른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다. 국내 가정용 뷰티 디바이스 수출액은 2019년 6130만달러에서 2024년 2억1220만달러 수준까지 증가했다. 올해 1~7월에도 1억243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약 37% 늘었다.

특히 북미가 가장 큰 시장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 가능성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피부 관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가 있다. 과거 피부 관리는 화장품을 바르거나 피부과·에스테틱에서 시술을 받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최근에는 전문적인 피부관리 기술을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이용하려는 ‘셀프케어’ 수요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신재우 에이피알 상무가 1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메드텍 인사이트 2026’ 뷰티테크 이노베이션 포럼에서 글로벌 홈뷰티 시장의 성장과 소비자들의 수요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권나연 기자

피부과 기술이 집으로…초음파·고주파·LED까지

홈뷰티 기기에 적용되는 기술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초음파는 근막층 리프팅과 탄력 개선, 고주파(RF)는 콜라겐 리모델링과 탄력·주름 개선 등에 활용된다. LED는 피부 진정과 여드름·홍조 완화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미세전류나 전기천공법(EP) 등도 홈케어 기기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하나의 기능에 집중했던 초기 제품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여러 기술을 하나의 기기에 결합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종 간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화장품 회사뿐 아니라 의료기기와 생활가전, 제약바이오, 스타트업까지 홈뷰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신 상무는 “경쟁의 중심이 하드웨어의 단순한 사양 경쟁에서 에너지 기술과 데이터,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제품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PR 해외 매출 92%…“디바이스가 화장품 구매까지 연결”

신 상무는 이런 변화의 사례로 에이피알의 해외 사업을 소개했다. 에이피알의 올해 2분기 매출은 367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46억원으로 200% 넘게 늘었다. 특히 전체 매출의 92%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64.6%, 유럽은 380.3% 증가했다. 메디큐브 AGE-R 시리즈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도 올해 1월 기준 600만대를 넘어섰다. 신 상무는 뷰티 디바이스의 역할을 일회성 기기 판매에만 두지 않았다. 소비자가 기기를 구매한 뒤 함께 사용하는 화장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와의 접점이 지속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디바이스가 소비자를 브랜드에 유입시키는 ‘앵커 제품’ 역할을 하고, 이후 화장품 재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다.

다음 단계는 ‘내 피부를 아는 기기’

홈뷰티 시장의 다음 변화로는 AI를 활용한 개인화가 꼽혔다. 현재의 뷰티 디바이스가 초음파·고주파·LED 등 에너지를 피부에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앞으로는 사용자의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기기의 작동 방식과 관리 루틴을 조절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가 카메라나 센서를 통해 모공·주름·색소·수분 상태 등을 분석한 뒤 적합한 제품과 관리법을 제안하고, 디바이스의 세기와 사용 부위까지 자동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사용 기록이 쌓이면 피부 변화에 따라 다음 관리법을 제안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신 상무가 이날 소개한 해외 뷰티테크 사례에서는 AI 피부 분석을 제품 추천과 구매 과정에 연결했을 때 구매 전환율과 재구매율이 높아진 사례들이 제시됐다. 다만 이들 수치는 개별 브랜드가 공개한 결과로 서비스 형태와 측정 방식이 다른 만큼 AI 피부 분석의 일반적인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좋은 기기” 경쟁 끝나나…화장품·기기·데이터 하나로

결국 앞으로의 뷰티테크 경쟁은 화장품이나 디바이스 하나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피부 상태를 분석하고, 적합한 화장품과 디바이스를 제안하고, 사용 결과를 다시 데이터로 축적해 다음 관리 방법을 알려주는 하나의 ‘개인화 루틴’을 만드는 방향으로 시장이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K뷰티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화장품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K뷰티가 홈뷰티 디바이스로 영역을 넓힌 데 이어 AI와 피부 데이터까지 결합한다면 경쟁의 무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신 상무는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국내 뷰티기업에는 제품 하나를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처음부터 ‘루틴’을 설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정 고민을 가진 고객을 명확히 설정하고, 화장품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대표 기기와 전용 앰플·젤 등을 결합해 반복 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뷰티테크의 해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로 시작해 화장품으로 반복 매출을 만들고, 데이터로 지키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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