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생명과학 투자회사 노보홀딩스가 유럽에서 축적해 온 초기 바이오 컴퍼니 빌딩 경험을 아시아에 접목한다. 아시아에서 유망 기술을 발굴해 싱가포르에 뉴코(NewCo)를 설립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뉴코는 기술이나 신약 후보물질 등 특정 자산을 별도 법인에서 개발·사업화하기 위해 새로 설립하는 회사를 말한다.
김팽(Kim Png) 노보홀딩스 파트너는 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6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위크’ 컨퍼런스에서 “싱가포르는 목적지가 아니라 연결하는 다리가 될 것이다”며 싱가포르 바이오테크 브릿지(Singapore Biotech Bridge·SBB) 전략을 설명했다.
노보홀딩스는 노보노디스크재단이 소유한 지주·투자회사로, 재단의 자산을 운용하는 동시에 노보노디스크와 노보네시스의 지배주주 역할을 한다. 노보홀딩스의 총 운용자산은 930억유로(약 144조6000억원)로, 투자 포트폴리오 170개 이상, 320억유로(약 49조7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생명과학 기업에 투자한 금액만 18억유로(약 2조7000억원)에 달한다.
노보홀딩스에 따르면 2017년 이후 북유럽에서 이뤄진 5000만달러 이상의 벤처캐피탈(VC) 자금조달 가운데 약 80%가 자사 시드투자 조직이 인큐베이팅한 기업에서 이뤄졌다.
노보홀딩스는 지난 20여년간 초기 신약 자산을 발굴해 회사를 설립하고 글로벌 경영진과 자본을 붙여 성장시키는 컴퍼니 빌딩 경험을 쌓아왔다. 아시아에서는 현지에서 발굴한 기술이나 신약 자산을 미국·유럽에 설립한 뉴코에 라이선스하고, 현지 자본과 경영진을 붙여 개발하는 방식도 활용해 왔다.
노보홀딩스는 SBB를 통해 아시아 기술을 글로벌화하는 또 다른 경로를 제시했다. 아시아의 혁신을 글로벌 시장으로 가져가기 위해 반드시 뉴코를 미국이나 유럽에 세울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의식에서다.
싱가포르를 선택한 이유로는 글로벌 자본에 대한 접근성, 정부 지원과 공동투자 프로그램, 안정적인 기업·법률 환경과 지식재산권(IP) 보호, 글로벌 인재 확보 가능성 등이 제시됐다. 싱가포르에서 글로벌 경영팀을 구성하고 규제·상업화 전략 등을 조율하면 향후 글로벌 투자 유치뿐 아니라 라이선싱,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연구개발과 임상, 생산을 모두 싱가포르로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를 ‘목적지가 아닌 다리’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싱가포르 뉴코가 글로벌 자본과 경영, 규제·상업화 전략을 조율하되 실제 연구개발과 임상·생산은 과학적·운영상 가장 경쟁력 있는 지역의 역량을 활용한다.
기존 미국·유럽 중심 뉴코와의 또 다른 차이는 원개발사의 참여 여부다. 김팽 파트너는 아시아 원개발사의 자산이 미국 등의 뉴코에 라이선스 아웃되면 원개발사의 참여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SBB에서는 원개발사가 원한다면 자신이 개발한 IP의 후속 개발 과정에도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시아의 우수한 기술을 가져가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자본과 인재를 연결하면서, 기술이 나온 지역의 과학·개발 역량도 함께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