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1억 300만 명이 앓고 있는 허리뼈(요추) 척추관협착증의 원인이 되는 만능 줄기세포가 발견됐다. 미국 웨일코넬의대 등 연구팀은 우리 몸 전체의 힘줄과 인대를 생성하는 만능 줄기세포를 새로 발견하고, 이 줄기세포의 과잉 작동이 허리뼈 척추관협착증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최근 밝혔다.
척추관협착증은 나이가 듦에 따라 척추 주변의 뼈가 자라나거나 황색인대 같은 연조직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 신경 다발을 압박하는 병이다. 두꺼워진 인대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을 좁혀 극심한 통증과 보행 장애를 부른다. 대표적인 퇴행성 질병인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걸을 때마다 다리가 저리고 터질 듯 아파, 멈춰 서야 한다. 나이 든 사람들이 보행기나 유모차에 의지해 허리를 굽히고 걷다가 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연구팀은 세포 수천 개를 분석해 스스로를 복제하면서 인대와 힘줄 세포를 모두 만들어내는 만능(고유) 줄기세포를 쥐와 인체 조직에서 찾아냈다. 이 줄기세포는 무릎 슬개골 인대나 발뒤꿈치의 아킬레스건 등 몸 전체에 분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서 떼어낸 인대 조직을 분석한 결과, 이들 환자의 줄기세포 수는 일반인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칼슘 신호 전달 체계가 비정상적으로 활발해져 주변 조직을 비정상적으로 증식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 과도한 증식을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고혈압 치료제로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수술 외에 마땅한 치료제가 없던 척추관협착증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근육과 뼈를 이어주는 힘줄(건)과 인대를 만드는 핵심 줄기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돼 척추 인대를 두껍게 만들면서 신경을 짓누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생쥐의 칼슘 신호 전달을 차단하자 줄기세포의 비정상적인 과다 증식이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에 고혈압 치료제로 흔히 쓰이는 칼슘채널차단제(칼슘 길항제) 계열 약물을 척추관협착증 치료제로 재창출(약물 재창출)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음을 뜻한다.
이 연구 결과(Identification of the tendon/ligament stem cell in mice and humans)는 7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셀(Cell)》에 실렸고 미국과학진흥협회 포털 ‘유레카얼럿’이 소개했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일시적으로 통증이 가라앉고, 허리를 꼿꼿이 펴면 척추관이 더 좁아져 다리가 저리고 아프다. 반면 디스크(추간판 탈출증)는 허리를 앞으로 숙일 때 통증이 심해진다. 한국에서도 최근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 척추관협착증 환자 수는 2023년 기준 약 182만 명이며, 이 가운데 70대 이상 고령층이 전체의 약 60% 이상을 차지한다. 척추 질환 중에서도 노년기 삶의 질을 급속히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척추관협착증은 단순한 노화에 따른 체념의 대상이 아니다. 세포 단위에서 작동하는 명확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존재하는 병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증상이 나타나면 서둘러 전문의 진단을 받아 신경 차단술, 물리치료, 척추 주변의 심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 등 보존적 치료를 꾸준히 병행하면서 척추의 퇴행 속도를 늦춰야 한다. 어떤 치료약이 실제 임상에 쓰이려면 임상시험 등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척추관협착증이 초기에 해당하면 수술을 두려워하거나 병을 방치하지 말고 적극 대처하는 게 좋다.
[자주 묻는 질문]
Q1. 척추관협착증 환자가 고혈압 환자용 칼슘약(혈압강하제)을 지금 곧바로 복용해도 치료 효과가 있나요?
A1. 현재로서는 절대 권장하지 않습니다. 의사의 처방 없이 임의로 복용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연구는 동물 실험과 세포 실험 단계에서 칼슘 신호 전달을 차단했을 때 인대 비대를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기초 연구입니다. 기존 고혈압약이 척추 인대 조직 내부로 충분히 전달되는지, 실제 환자의 통증과 보행 기능을 개선하는지, 혈압 저하 등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지 등을 검증하는 임상시험 등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Q2. 허리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은 걷거나 쉴 때 통증 양상이 어떻게 다른가요?
A2. 허리 디스크(추간판 탈출증)는 허리를 앞으로 숙이거나 의자에 오래 앉아 있을 때 디스크 내부 압력이 높아져 다리 통증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척추관협착증은 서 있거나 걸을 때 척추관이 좁아져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터질 듯이 아프고 저리는 파행 증상이 나타나며, 허리를 앞으로 굽히거나 쪼그려 앉아 쉬면 신경 통로가 일시적으로 넓어져 통증이 가라앉습니다.
Q3. 힘줄과 인대의 차이는 무엇이며, 이번에 발견된 줄기세포가 다른 관절병 치료에도 도움이 되나요?
A3. 힘줄(건)은 근육을 뼈에 연결해 근육의 힘을 전달하는 조직이고, 인대는 뼈와 뼈를 연결해 관절이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결합조직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줄기세포는 몸 전체의 힘줄과 인대에 공통으로 존재하는 만능 줄기세포입니다. 따라서 척추병은 물론 나이가 들며 걸려서 잘 낫지 않는 어깨 회전근개 파열, 아킬레스건 손상, 십자인대 손상, 만성 퇴행성 힘줄병 등의 조직 재생 치료법의 개발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