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8일 (화)

“내가 더 오래 살아야 하는데”…중년 엄마-아빠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는?

[김용의 헬스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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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자폐 아들을 혼자서 27년간 키운 고 전경철 작가는 생전에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의사에게 "이젠 쉬고 싶다"고 말했다고 들려줬다. 사진=tvN 캡처

“여보, 우리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난 것이 너무 고마워”... 가끔 이런 얘기를 하면 아내도 고개를 끄덕인다. 수 많은 장애인 부모의 고단한 삶을 보면서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되뇌인다. 지금도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발달장애인이 태어난다. 아기의 장애 원인이 부모의 책임이 아니지만, 평생 이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특히 나이 들면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는 누가 돌볼까?” 걱정한다. 다 큰 자녀가 힘만 세고 지능이 2세 수준이라면...

5일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 전경철 작가(향년 63세)가 출연한 방송(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다시 봤다. 여간해선 눈물을 흘리지 않는 내가 휴지를 찾아야 했다. 고인은 27년 동안이나 중증 자폐 아들을 혼자서 키웠다. 그 중 3년 간은 치매에 걸린 노모를 돌보기도 했다. 두 사람의 돌봄에 지친 고인은 늦은 밤에 술로 시름을 달래기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본인이 간암 말기,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는 얼마간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항암 치료를 거부했다. 의사 앞에서 “이젠 쉬고 싶다”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27년 간의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죽으면 우리 아들을 누가 돌보나?”

편안한 임종을 꿈꾸던 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죽으면 우리 아들을 누가 돌보나?” 세상에 홀로 남게 될 아들을 생각하니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때부터 전국 장애인 시설 1000여 곳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모두 거절 통보를 받았다. 아들의 장애 수준이 너무 중증이었기 때문이다. 27세의 건장한 중증 자폐인을 24시간 돌볼 수 있는 시설은 한국에선 드물다. 그는 자신의 6개월 시한부 진단서를 내밀며 “내가 죽으면 아들을 보살필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아들과의 일상을 인터넷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의 사연이 알려지자 지난 3월에는 방송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웃들의 십시일반 후원이 이어져 8000만 원이 됐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그의 아들을 받겠다는 장애인 시설이 나타난 것이다. 그의 글을 엮은 책 ‘안녕, 피터팬’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고단한 삶을 바꾼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응원

한때 너무 고통스러워 세상을 원망했던 그의 고단한 삶을 바꾼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응원이었다. 그는 말기 암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중증 자폐인들이 24시간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생각했다. 지난달에는 책 인세와 후원금 등 4억여 원을 바탕으로 재단 설립을 설계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재단 설립을 보지 못한 채 지난 5일 세상을 떠났다. 당초 6개월 시한부에서 1년을 더 살았다. 불꽃같은 아들 사랑이 삶을 더 지탱하는 버팀목이 됐을 것이다.

의료관광 강국이지만 장애인 기반시설은 부족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란 평가를 받는다. K-팝, K-드라마가 전 세계를 휩쓰는 문화강국이기도 하다. 의료의 수준도 세계적이다. 의료관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K-뷰티를 발판으로 K-성형도 뜨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한 환경은 처참한 수준이다. 의료 강국이란 말을 담기 어렵다. 무엇보다 장애인을 보는 시선이 큰 문제다. 이런 환경이 싫어 돈만 있으면 외국으로 떠나겠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고 전경철 작가는 장애인을 보는 일부의 왜곡된 시선 때문에 아들이 좋아하는 식당 방문이 어려웠다고 했다. 장애인이 장애 시설에 못 들어가고, 식당에서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다. 업주는 다른 손님이 싫어한다는 핑계를 댔다. 장애인를 둔 부모는 이런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오늘도 마음 놓고 식당에 가지 못하는 장애인과 그 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건강했던 사람도 한 순간에 장애인 될 수 있다

장애는 타고나는 것만이 아니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건강했던 사람도 한 순간에 온 몸이 마비되는 장애가 생길 수 있다. 교통사고, 낙상사고 뿐만 아니라 병 때문에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뇌졸중(뇌경색-뇌출혈)의 후유증이 바로 장애다. 한 쪽 몸이 마비되고 시력에 문제가 생긴다. 말도 어눌해진다. 혈관성 치매가 생겨 가족 얼굴도 못 알아볼 수 있다. 이들 중 마지 못해 요양시설로 가는 사람이 많다.

한국에도 성인 자폐성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시설이 있다. 하지만 심한 돌발행동이 있거나 24시간 밀착 돌봄이 필요한 최중증 발달장애인이 들어갈 시설은 너무 부족하다. 발달장애인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을 주로 부모들이 돌보지만 나이 들면 걱정이다. “내가 더 오래 살아야 하는데”…세상에 홀로 남겨질 내 아들, 딸을 누가 돌볼 것인가.

나이 든 부모가 세상을 떠나도 장애인이 혼자서 살 수 있는 시설이나 정책이 아쉽다. K-뷰티, K-성형 수준을 바랄 수는 없다. 경제 강국, 의료 강국답게 장애인을 위한 기반 시설을 더 보강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을 더욱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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