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듯해야 할 TV 모서리가 어느 날 갑자기 휘어져 보인다. 아파트 벽도 미세하게 굽어 보인다. 나이가 들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흔히 노안이겠거니 생각하기 쉽지만, 이처럼 사물이나 직선이 휘거나 찌그러져 보인다면 눈의 초점 문제가 아니라 망막에서 보내는 이상 신호일 수 있다.
대표적인 질환이 바로 ‘망막전막’이다. 망막전막은 눈 가장 뒤쪽에 위치한 신경조직인 망막 표면에 얇은 막이 증식하는 질환이다. 처음엔 별다른 증상이 없을 수 있으나 막이 수축하면서 망막을 잡아당겨 주름을 만들면 사물이 휘어져 보이는 ‘변시증’이나 시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김훈동 순천향대 천안병원 안과 교수는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망막전막은 발견했다고 곧바로 수술해야 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너무 많이 진행된 뒤엔 수술로 막을 제거해도 시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망막전막의 주요 증상과 치료법, 적절한 수술 시기 등에 대해 김훈동 교수에게 물어봤다.
Q1. 망막전막은 어떤 원인으로 발생하나.
A1. 대부분은 특별한 원인 없이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특발성 망막전막’이다. 다만 당뇨망막병증이나 망막정맥폐쇄 같은 망막혈관질환, 포도막염, 망막박리나 망막열공, 눈 외상 등이 있는 경우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속발성 망막전막’도 있다.
특히 속발성 망막전막은 막이 더 두껍거나 빠르게 진행되면서 망막을 심하게 당길 수 있다. 따라서 망막전막이 발견됐다면 단순히 노화로 생긴 것인지, 다른 안질환에 의해 이차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Q2. 망막전막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주요 증상은?
A2. 망막전막이 생겼다고 해서 처음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막이 있어도 망막 신경층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 시력이 정상이고 일상생활에 별다른 불편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병이 진행되면서 막이 수축해 망막에 주름이 생기고 잡아당기는 힘이 강해지면 직선이나 사물이 휘고 찌그러져 보이는 ‘변시증’이 나타날 수 있다. 막이 망막을 당기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망막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시야가 뿌옇게 보이거나 시력이 점차 저하되기도 한다.
한쪽 눈으로 봤을 때 사물이 반대쪽 눈보다 크게 보이는 ‘대시증’이 나타나 양쪽 눈으로 보는 사물의 크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양쪽 눈에 보이는 상의 크기나 모양에 차이가 크면 두통이나 어지럼증 등의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Q3. 망막전막을 진단받으면 바로 수술해야 하나?
A3. 그렇지는 않다. 망막전막은 대체로 진행 속도가 느리고 실명까지 진행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발견됐다고 곧바로 수술하지는 않는다. 시력이나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없다면 망막단층촬영(OCT) 등을 통해 막의 상태와 망막의 변화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며 경과를 관찰한다.
다만 시력이 떨어지거나 변시증이 심해져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게 된다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망막전막이 오래되거나 심하게 진행해 망막 구조가 변하고 시각세포까지 손상된 경우에는 수술로 막을 제거하더라도 시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의 정도와 진행 양상, 망막단층촬영(OCT) 소견 등을 종합해 적절한 수술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Q4. 시력은 괜찮은데 사물이 휘어 보여도 수술할 수 있나?
A4. 가능하다. 실제로 시력이 1.0으로 잘 나오더라도 사물이 심하게 휘어져 보이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이 크다면 수술하기도 한다. 반대로 시력이 0.2~0.3 정도로 떨어졌더라도 환자가 크게 불편하지 않고 수술을 원하지 않는다면 더 지켜보기도 한다. 환자가 느끼는 불편감의 정도나 증상의 진행 양상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안과 진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망막 전문의와 적절한 수술 시기를 상의하는 것이 좋다.
Q5. 망막전막 치료를 위해선 어떤 수술이 진행되나? 약물 치료는 불가능한가.
A5. 주로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한다. 눈 속 유리체를 제거한 뒤 가느다란 기구로 망막 표면에 붙어 있는 전막을 벗겨낸다. 환자의 눈 상태나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전막 아래에 있는 내경계막까지 함께 제거하기도 한다. 수술은 대략 1시간 정도 소요되며, 백내장이 함께 있다면 백내장 수술을 동시에 시행하기도 한다.
현재 망막전막 자체를 없애는 약물은 없다. 안구 내 주사 역시 망막전막 자체를 치료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망막부종이 동반된 일부 환자에서는 부종을 줄이기 위해 시행하기도 한다. 망막전막이 진행하지 않고 증상이 크지 않다면 경과를 관찰하고, 진행하거나 환자가 느끼는 불편이 크다면 수술을 고려한다.
수술 후 일상생활은 대체로 일주일 정도 지나면 가능하지만 시력이 바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술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더 뿌옇게 보일 수도 있다. 망막이 기능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2~3개월 정도를 회복 기간으로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