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7일 (월)

콩팥병 70대女⋯목에 투석관 꽂았다가 피떡으로 목숨 잃을 뻔, 왜?

투석 카테터(도관)의 한계 탓⋯ 혈관 고갈 피하려면 팔 혈관 수술 서둘러야
국내 정기 혈액투석 환자 8만명 이상⋯1만6천명 이상이 매년 새로 투석·이식 시작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만성 콩팥병(신장질환) 환자가 팔 혈관을 통해 혈액투석을 받고 있다. 임시 카테터(도관)의 합병증을 피하려면 미리 팔 혈관 수술(동정맥루 조성술)을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성 콩팥병(신장질환)을 앓던 70대 미국 여성이 급성 심근경색(심장마비)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 환자는 심한 급성 콩팥 손상까지 겹쳐 소변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몸 안의 노폐물을 걸러내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환자는 미리 만들어 둔 투석 전용 혈관이 없었다. 의료진은 급한 대로 오른쪽 목 혈관을 통해 가슴 속 큰 정맥으로 들어가는 플라스틱 도관인 터널형 투석 카테터(도관)를 넣고 응급 혈액투석을 시작했다.

안도의 순간도 잠시였다. 관을 몸에 넣은 지 5주 만에 투석 기계에서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피 흐름이 눈에 띄게 느려지더니 관 안에서 피가 굳는 것으로 확인됐다. 얼굴이나 팔이 붓는 전형적인 정맥 폐쇄 증상은 없었다. 하지만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결과 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슴 쪽 큰 정맥(상대정맥)과 심장 우심방이 만나는 관문을 가로질러 심장 안쪽까지 길이 약 4.3cm, 두께 약 1cm나 되는 큰 피떡(혈전)이 엉겨 붙어 있었다. 피떡이 달라붙은 혈관 벽까지 딱딱하게 굳어 좁아져 있는 중심정맥 협착 증상까지 보였다.

혈액투석을 해야 하는 콩팥병 환자에게 심장 문턱을 틀어막은 커다란 피떡은 시한폭탄과 같았다. 피떡을 녹이는 약은 이 77세 환자의 출혈에 대한 취약성 때문에 뇌출혈을 일으킬 우려가 컸다. 혈액응고 억제제만으로는 이미 단단하게 굳은 피떡을 없애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심장을 여는 개흉 수술을 하기에는 이 노인 환자의 전신 건강이 감당하기 힘든 상태였다.

미국 플로리다대 의대 연구팀은 가슴을 가르는 수술 대신, 혈관 안으로 미세 기구를 밀어 넣는 시술을 했다. 연구팀은 기존 관 자리에 안내용 철사를 남겨 혈관 통로를 보존한 뒤, 특수 기구(클롯트리버)를 넣었다. 이를 통해 출혈 위험이 큰 약물을 쓰지 않고 단단한 피떡을 몸 밖으로 긁어냈다. 이어 좁아진 정맥을 풍선으로 넓힌 뒤 새로운 투석관으로 바꾸는 시술을 마무리했다. 환자는 시술 직후 3시간에 걸친 혈액 투석을 무사히 마쳤다.

이 사례 연구 결과(Percutaneous Mechanical Thrombectomy of a Superior Vena Cava and Right Atrial Thrombus Complicating a Malfunctioning Tunneled Dialysis Catheter)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혈액투석 환자에게 혈관은 생명줄이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정기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는 8만 명을 웃돌며, 콩팥 이식 등을 포함한 전체 말기신부전 환자는 13만 명을 넘어섰다. 매년 1만 6000명 이상이 새로 신대체요법(투석·이식)을 시작한다. 문제는 신규 환자의 35~45%가 미리 혈관을 만들지 못한 채 목이나 사타구니에 임시 플라스틱 관을 꽂고 위험한 치료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플라스틱 카테터는 인체 내에서 큰 이물질로 작용해 혈액과 닿는 순간부터 피떡을 만든다. 분당 200~300mL의 거센 피가 흐르며 혈관 벽을 때려 혈관이 딱딱하게 굳고 좁아진다. 카테터와 관련된 우심방 피떡의 진단 시기는 약 12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사례처럼 관을 꽂은 지 3~5주 만에 거대한 피떡과 혈관이 달라붙는 협착이 동시에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 관을 주기적으로 미리 바꿔줄 수도 없다. 카테터 기능에 이상이 없다면 기간이 오래됐다고 해서 예방 차원으로 교체하지 않는 것이 임상 진료 지침 상 원칙이다. 인체에서 굵은 투석관을 넣을 수 있는 대형 정맥은 목과 사타구니 등 6곳에 그치기 때문이다.

일직선에 가장 가까워서 합병증이 적은 1순위는 오른쪽 목 혈관(우측 내경정맥)이다. 2순위인 왼쪽 목 혈관(좌측 내경정맥)은 심장으로 가려면 혈관이 꺾여 들어가 손상될 위험이 높다. 3순위인 양쪽 허벅지 사타구니 혈관(양측 대퇴정맥, 2곳)은 감염에 취약하고 관이 꺾이기 쉽다. 반면 양쪽 빗장뼈(쇄골) 밑의 혈관(양측 쇄골하정맥, 2곳)은 좁아질 경우 팔에 영구 투석 혈관을 영영 만들 수 없게 되므로 피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관을 바꿔 끼우다 혈관에 흉터가 쌓이면 피를 뽑아낼 통로가 완전히 사라지는 혈관 고갈에 맞닥뜨린다. 더 이상 투석을 할 수 없어 사망에 이르는 비극을 막기 위해 의료진은 1순위인 목 혈관에 관을 넣어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데 힘쓴다.

임시 카테터가 빚는 위험의 덫에서 벗어나는 근본 해법은 팔 혈관 수술(동정맥루 조성술)을 서두르는 것이다. 환자 본인의 팔 동맥과 정맥을 직접 이어 붙이는 자가 혈관 수술은 감염 위험이 낮고 가장 오래 쓸 수 있어 적극 권장된다. 핏줄이 가늘 때는 인공 도관을 덧대는 인조혈관 수술을 한다.

자가 혈관이 굵은 투석 바늘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굵고 튼튼해지는 데는 보통 6~12주가 걸린다. 하지만 많은 환자가 투석을 받아들이기 두렵다는 이유나, 팔 핏줄이 굵어지는 외형 변화와 바늘 통증이 두렵다는 이유로 수술을 차일피일 미루곤 한다. 그러다 요독증으로 쓰러져 목에 시한폭탄 같은 플라스틱 관을 꽂는 악순환이 임상 현장에서 되풀이된다.

이번 사례가 던지는 교훈은 엄중하다. 콩팥병 환자와 가족이 모두 잘 알고 대처해야 한다. 목에 꽂는 투석관은 어디까지나 임시 통로일 뿐이며, 관을 넣은 직후라도 피 흐름이 느려지면 심장 문턱까지 뻗은 큰 피떡을 의심해야 한다. 콩팥 기능이 뚝 떨어진 환자는 팔 혈관 수술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의사의 권고에 따라 팔 혈관 수술을 미리 마쳐 목에 카테터를 꽂는 위험한 상황 자체를 피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목에 관을 꽂고 투석을 받는 중일 경우, 피 흐름이 나빠지면 환자 본인이 느낄 수 있는 자각 증상이 있나요?

A1. 초기에는 환자가 느끼는 통증이나 외형적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대신 투석 기계에서 혈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을 알리는 경고음이 자주 울리거나 압력이 높아져 투석 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집니다. 피떡이 가슴 속 큰 핏줄을 심하게 막으면 얼굴, 목, 양팔이 붓거나 가슴 피부 쪽에 핏줄이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의료진의 지적이 있으면 즉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2. 투석이 끝난 뒤 관 구멍에 약물을 채워 넣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2. 다음 투석을 받을 때까지 2일 정도 관 안에 고인 피가 굳지 않도록 막아주는 잠금 요법입니다. 플라스틱 관 내부에 혈액이 고여 있으면 빠른 속도로 굳습니다. 투석 직후 헤파린 등 항응고 약물을 채워 넣어 관 폐쇄를 예방합니다.

Q3. 피떡으로 막힌 투석관(투석 카테터)을 뚫는 시술을 받으면 당일 바로 투석할 수 있나요?

A3. 네, 대부분 시술 직후 바로 혈액투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슴뼈를 가르는 외과 수술과 달리 혈관 내부로 가느다란 기구를 넣어 피떡을 긁어내고 풍선으로 좁아진 길을 넓히는 중재 시술은 몸에 부담을 많이 주지 않습니다. 이 사례의 환자도 시술을 마친 직후 새 관을 통해 예정된 3시간짜리 혈액 투석을 안전하게 마쳤습니다.

Q4. 당뇨병을 오래 앓고 있는 사람은 결국 혈액투석을 받게 되는 건가요?

A4. 약 600만명의 국내 당뇨병 환자 중 약 30~40%가 콩팥 미세혈관이 손상되는 당뇨병성 신증을 겪습니다. 실제로 콩팥 기능이 완전히 망가져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 같은 치료를 받는 환자는 전체 당뇨병 환자의 1~2% 수준입니다. 다만 국내에서 새로 혈액투석을 시작하는 환자의 약 48~50%가 당뇨병 합병증 때문인 만큼, 단백뇨가 나오거나 콩팥 기능이 떨어진 당뇨 환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전문의와 상의해 일찍 팔 혈관 관리 계획을 세우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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