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가을로 접어드는 9월은 더위에 미뤄뒀던 산행을 다시 계획하기 좋은 시기다. 이때 등산 가방에 빠지지 않는 간식 중 하나가 ‘양갱’이다. 크기가 작아 휴대가 편하고 팥으로 만든 간식이라 초콜릿이나 사탕보다 낫다고 여겨진다. 산을 오르느라 지쳤을 때 진한 단맛이 빠르게 활력을 채워 주기도 한다.
양갱이 장시간 산행에 유용한 간식인 것은 맞다. 흡수가 빠른 당류와 탄수화물이 많아 빠르게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 하지만 팥양갱은 삶은 팥을 그대로 굳힌 것이 아니라, 팥앙금에 설탕·물엿·포도당 등을 넣어 만든 가공식품이다. 산행 시간과 강도를 고려하지 않고 여러 개 먹으면 필요한 양보다 많은 당류와 열량을 섭취하게 된다. 특히 당뇨병 전단계이거나 혈당 관리 중이라면 주의해야 한다.
팥보다 설탕·물엿 확인…양갱 한 개에 당류 20g 훌쩍
팥은 식물성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들어 있는 콩류다. 식이섬유는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포만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며, 식후 혈당이 빠르게 오르는 것을 늦추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팥양갱에서 팥의 이런 영양적 이점을 충분히 기대하기는 어렵다.
양갱에 사용하는 팥앙금 자체에 설탕이 들어가기도 하고, 제품을 만들 때 설탕·물엿·포도당·올리고당 등을 추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양갱 특유의 탱글탱글하고 매끈한 질감과 형태를 만들기 위해 한천을 넣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분류에서도 양갱은 당류·당알코올·앙금·과즙 등을 주원료로 만든 ‘캔디류’에 포함된다. 단맛을 넣어 가공했기 때문에 팥이 들어 있다는 이유로 건강 간식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시판 양갱의 영양성분표를 보면 A제품은 55g 한 개에 당류 27g, B제품은 50g에 26g, C제품은 50g에 24g이 들어 있다. 탄수화물도 한 개에 34~38g에 이른다.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양갱 한 개만 먹어도 당류 24~27g을 섭취하게 된다. 설탕 1티스푼을 4g으로 보면, 설탕 6~7티스푼 분량이다.

등산하며 양갱 두세 개, 누적 당류 81g…김밥‧막걸리까지 먹는다면?
장시간 산행에 대비해 양갱을 두세 개 준비했다면 전체 섭취량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당류 27g, 열량 160kcal인 A제품을 기준으로 두 개를 먹으면 당류 54g과 320kcal, 세 개를 먹으면 당류 81g과 480kcal를 섭취하게 된다. 탄수화물도 114g으로 훅 늘어난다. 이는 밥 한 공기(210g)의 300kcal와 탄수화물 66.6g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산행 중 양갱을 먹은 뒤 정상에서 김밥을 먹고, 하산 후 막걸리에 파전까지 곁들이면 당류뿐 아니라 열량과 나트륨 섭취도 함께 늘어난다. 등산으로 에너지를 소비했더라도 산행 전후에 먹은 음식이 많으면 열량이 모두 상쇄되지 않는다. 산행 강도와 시간에 따라 소비한 열량보다 섭취한 열량이 더 많아질 수 있다.
양갱은 대부분의 열량이 탄수화물에서 나온다. 단백질은 한 개에 1~2g으로 적고 지방도 거의 없다. 설탕·물엿·포도당 등 흡수가 빠른 당류가 들어 있어 산행 시간이나 강도에 비해 많은 양을 먹으면 혈당이 빠르게 오를 수 있다. 특히 당뇨병이나 당뇨병 전단계라면 ‘팥 간식’이라는 이미지보다 총 탄수화물과 당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긴 산행에선 빠른 에너지원…시간과 강도 고려해 섭취
오랜 시간 오르막길을 걸으면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소모되고 혈당이 떨어지면서 피로가 쌓일 수 있다. 이때 휴대하기 쉽고 탄수화물이 풍부한 양갱은 빠른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좋다.
중요한 것은 산행 시간과 강도다. 식사를 마치고 출발해 1~2시간가량 걷는 가벼운 산행이라면 양갱을 두세 개씩 챙겨 먹을 필요가 없다. 반면 몇 시간 동안 오르막이 이어지는 코스라면 에너지 보충이 필요할 때 양갱 한 개를 여러 번 나눠서 먹으면 된다. 작은 크기의 미니 양갱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양갱을 먹을 때는 물이나 무가당 차를 곁들이는 것이 좋다. 스포츠음료나 달콤한 커피까지 함께 마시면 당류가 가중된다. 양갱은 장시간 산행 중에는 간편한 에너지원이 될 수 있지만, 산행 시간이 짧거나 식사를 충분히 했다면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