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도의 스트레스는 몸과 정신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몸 상태가 긴장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교감신경이 계속 활성화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아드레날린)이 과도하게 나온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심하게 소모되며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만성 피로, 감정 기복, 수면 장애 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최근에는 산책, 명상, 가벼운 운동 등 스트레스를 잠재우는 다양한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물론 숨을 쉬는 방식만 바꿔도 과하게 활성화된 교감신경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있다. 미국 해군 소속 특수부대 ‘네이비 씰(Navy SEAL)’이 작전 상황에서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박스 호흡법’이 대표적이다.
‘박스 호흡법’, 왜 주목받을까?
영국 BBC는 최근 호흡 코치 스튜어트 샌드먼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스 호흡법’의 효과를 조명했다. 시험이나 발표 등 스트레스를 일으키고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기 전, 몸과 마음을 준비하게 만든다는 것이 샌드먼의 주장이다.
박스 호흡법은 다음의 순서로 진행된다.
- 4초 동안 숨을 들이마신다.
- 들이마신 숨을 4초 동안 참는다.
- 4초 동안 숨을 내뱉는다.
- 다시 4초 동안 숨을 참는다.
- 앞의 네 순서를 사각형을 그리듯 천천히 반복한다.
샌드먼에 따르면 숨을 참거나 들이마시고 내뱉는 시간이 반드시 4초일 필요는 없다. 개인의 폐활량이나 집중력에 따라 더 짧아지거나 아예 길어져도 괜찮다. 핵심은 숨을 참고, 들이쉬고, 내쉬는 시간을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다.
샌드먼은 “이 호흡법은 요가에서 유래한 매우 오래되고 전통적인 호흡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네이비 씰은 작전에 들어가기 직전 박스 호흡법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들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선수들과 실리콘밸리 IT 엔지니어들에게 이 호흡법을 가르쳤다”며 “대부분 15분 안에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평정심을 되찾는다”고 말했다.
임상 연구에서도 효과 증명될 정도
박스 호흡법은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 임상 연구에서도 그 효과가 수치적으로 증명될 정도로 이미 탄탄한 근거를 확보했다.
미국 텍사스주립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은 6월 성인 남녀 7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박스 호흡법의 객관적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까다로운 발표를 준비하도록 했고, 실험군에게는 발표 직후 박스 호흡법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실험군은 발표 직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코르티솔 수치·주관적으로 느낀 불안 정도·심박수 등 스트레스 관련 지표가 유의미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 의료종사자 정신건강센터의메디컬 디렉터인 헬렌 가르 가정의학과 전문의 역시 “박스 호흡법은 스트레스 반응과 신경계 활성 정도를 통제할 수 있는 일종의 ‘신체 해킹’”이라며 “이 때문에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많은 환자와 의료진에게 이 호흡법을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스 호흡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숨을 내뱉은 뒤 다시 숨을 참는 ‘마지막 4초’라고 강조한다.
호흡을 참는 마지막 4초 동안 뇌는 순간적으로 공포를 느낀다. 숨을 내뱉은 직후에 산소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체내 이산화탄소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평소 극심한 스트레스나 불안감을 느꼈을 때 몸의 반응과 비슷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호르몬 변화로 호흡 패턴이 바뀌기 쉽다. 이때 제대로 산소를 마시지 못해 체내 이산화탄소 수치가 올라가면 순간적인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박스 호흡법의 원리는 산소가 부족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든 뒤, 이를 자연스럽게 해소하면서 뇌와 몸이 익숙해지도록 하는 것이다.
가르 전문의는 “박스 호흡법은 극도로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몸과 마음의 통제권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며 “숨을 내쉰 후 멈추는 마지막 단계만 충실하게 하더라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