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2일 (수)

빈혈 치료했는데 더 피곤하고 힘 빠져?⋯한국서도 쓰는 철분주사, FDA ‘박스경고’

증상성 저인산혈증 사례 이어져⋯한국 ‘페린젝트’도 같은 성분, 허가정보에 골연화증·골절 위험 명기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증상성 저인산혈증 위험을 이유로 박스경고를 추가한 철분주사제 ‘인젝타퍼(Injectafer)’. 사진=American Regent

빈혈 치료를 위해 정맥 철분제를 맞은 뒤에도 피로가 심하거나 근육에 힘이 빠진다면 혈중 인산염 수치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정 철분주사 성분이 혈액 속 인산염 농도를 지나치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박스경고(Boxed Warning)’를 새로 붙였다.

대상은 철분주사 전체가 아니라 ‘페릭 카르복시말토스(ferric carboxymaltose)’ 성분이다. 한국에서도 같은 성분의 철분주사제 ‘페린젝트’가 쓰이고 있다.

FDA는 페릭 카르복시말토스 주사제 ‘인젝타퍼(Injectafer)’의 허가사항에 박스경고를 추가했다고 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박스경고는 의약품의 중대한 안전성 위험을 알리기 위해 FDA가 허가정보에 가장 눈에 띄게 표시하는 조치다. 기존 주의사항을 여러 차례 강화했는데도 증상을 동반한 저인산혈증이 계속 보고됐기 때문에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저인산혈증은 혈중 인산염 농도가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진 상태다. 인산염은 뼈를 유지하고 근육과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물질이다. 수치가 크게 떨어지면 피로와 근육 약화·통증, 떨림, 혼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하면 경련이나 부정맥이 생기고, 장기간 지속되면 뼈가 약해지는 골연화증이나 골절까지 발생할 수 있다.

여러 차례 주의 강화했지만⋯환자 사례 이어져

이 부작용이 새롭게 확인된 것은 아니다.

FDA는 2020년 인젝타퍼 허가사항에 증상성 저인산혈증 위험을 추가했다. 2023년에는 위험이 높은 환자나 3개월 안에 다시 치료받는 환자의 혈중 인산 수치를 확인하도록 권고를 강화했다. 골연화증과 골절 가능성도 명시했다.

이후에도 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일부 환자는 입원했고,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인산 보충 치료와 추적 관찰을 받아야 했다.

검사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FDA가 건강보험 청구자료와 전자의무기록 등 실제 진료데이터를 분석하는 의약품 안전성 감시체계 ‘센티넬’을 살펴본 결과, 페릭 카르복시말토스 투여 때 혈중 인산을 검사한 비율은 전체 투여 건수의 20%에도 미치지 않았다.

일부 증상, 철결핍성 빈혈과 비슷

저인산혈증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는 점도 주의할 대목이다. 철결핍성 빈혈과 저인산혈증 모두 피로와 근육 약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철분주사를 맞은 뒤에도 기운이 없으면 빈혈이 덜 나았다고 여기기 쉽다. FDA도 저인산혈증의 일부 증상이 철결핍성 빈혈과 비슷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2018년 국제학술지 《JCI Insight》에 발표된 철결핍성 빈혈 환자 1997명 대상 연구에서 혈중 인산이 2.0mg/dL 미만으로 떨어진 비율은 페릭 카르복시말토스군 50.8%, 다른 정맥 철분제인 페루목시톨군 0.9%를 기록했다. 페릭 카르복시말토스군에서는 29.1%가 5주 뒤에도 저인산혈증 상태였다.

다만 이를 ‘환자의 절반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생겼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50.8%는 혈액검사에서 인산 수치가 기준 아래로 떨어진 비율이다. 입원이나 골연화증·골절로 이어지는 증상성 저인산혈증과는 구분해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증상성 저인산혈증 위험을 이유로 박스경고를 추가한 철분주사제 ‘인젝타퍼(Injectafer)’. 주성분은 페릭 카르복시말토스. 사진=American Regent

2007년 첫 허가⋯한국서 2011년 ‘페린젝트’ 출시

페릭 카르복시말토스는 스위스 비포가 개발한 정맥 철분제다. 2007년 ‘페린젝트(Ferinject)’로 처음 허가됐고, 미국에서는 2013년 ‘인젝타퍼’라는 이름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다이이찌산쿄 그룹의 주사제 전문 제약사 아메리칸 리젠트(American Regent)가 비포와의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인젝타퍼를 제조하고, 다이이찌산쿄가 마케팅을 맡고 있다. 비포파마는 2022년 CSL에 인수돼 현재 CSL 비포가 됐다.

한국에서는 JW중외제약이 비포 측에서 페린젝트를 도입해 2011년 3월 출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정보에 따르면 JW중외제약이 해당 수입 의약품의 업체로 등록돼 있다.

페린젝트는 한 번에 최대 1000mg의 철분을 투여할 수 있는 고용량 철분주사제다. 2024년 5월부터는 일정 기준을 충족한 철결핍 환자에게 건강보험도 적용되고 있다.

한국 허가정보에도 저인산혈증 위험은 이미 반영된 상태다. 페린젝트 투여 뒤 골연화증과 골절로 진행할 수 있는 증상성 저인산혈증이 보고됐으며, 고용량을 반복 투여하거나 장기간 사용하는 환자, 위험요인이 있는 환자는 혈청 인산염을 확인하도록 돼 있다. 저인산혈증이 계속되면 치료를 다시 평가하도록 권고한다.

특히 3개월 안에 반복 투여를 받거나 비타민D 결핍, 영양불량, 염증성 장질환 등으로 저인산혈증 위험이 높은 사람은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 FDA는 이런 환자에게 페릭 카르복시말토스를 투여하기 전 혈중 인산 수치를 확인하도록 권고했다.

검사에서 인산 수치가 낮게 나오면 의료진이 원인과 정도를 살펴 치료 여부를 판단한다. 철분주사를 맞은 뒤 피로가 더 심해지거나 근육 약화·통증, 뼈나 관절 통증이 새로 나타났다면 투여받은 약의 성분과 증상을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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