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이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날엔 유독 떡볶이처럼 맵거나 초콜릿처럼 달고 자극적인 음식이 떠오를 때가 있다. 특히 매운 음식을 먹으며 땀을 흘리고 나면 답답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린 듯 느껴지기도 한다. 단순히 입맛 때문일까, 아니면 스트레스로 매운맛을 더 찾게 되는 걸까.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맛이 당기고 먹은 뒤에는 왜 개운하다고 느끼는지 알아본다.
스트레스 받으면 정말 매운 게 당길까?
스트레스를 받은 뒤 가장 먼저 당기는 맛이 ‘매운맛’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2018년 한국디지털콘텐츠학회 《디지털콘텐츠학회논문지》에 실린 연구에서 서울·대전 지역 치위생과 학생 387명을 조사한 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뒤 선호하는 맛으로 매운맛을 꼽은 비율이 44.0%로 가장 높았다. 먹고 싶은 음식 역시 매운 음식이 42.5%로 가장 많았고, 평소보다 식사량이 늘었다는 응답은 47.7%였다.
최근 실험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다. 최근 서울대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Food Quality and Preference》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참가자에게 급성 스트레스를 유발한 뒤 음식에 대한 욕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폈다. 그 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뒤 매운맛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감정에 따라 음식을 찾는 성향이 강한 사람에게 이런 경향이 더 뚜렷했다.
이처럼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매운맛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혀는 ‘화끈’…먹고 나면 왜 개운할까?
매운 음식을 먹으면 입안이 화끈거리고 땀이 나기도 한다. 이는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이 입안의 감각신경에 있는 열과 통증을 감지하는 바닐로이드 수용체(TRPV1)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음식의 온도가 높지 않아도 뜨겁거나 아프게 느껴진다.
MBN 《생생정보마당》에 출연한 권유경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매운맛의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면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된다고 설명했다. 엔도르핀은 몸에서 통증을 줄이는 데 관여하는 물질이다.
매운 음식을 먹고 난 뒤 실제로 기분과 스트레스 반응이 달라지는지 살펴본 연구도 있다. 국제학술지 《Food Quality and Preference》에 실린 연구에서 성인 175명을 대상으로 매운 닭고기, 단 케이크, 샐러드 등을 먹은 뒤 주관적인 스트레스와 감정, 심박수, 혈압, 심박변이도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매운 닭고기 섭취는 주관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가 줄어들었고, 먹은 직후 활기차고 긍정적인 감정도 나타났다.
따라서 매운 음식을 먹은 뒤 느끼는 ‘개운함’을 단순한 착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매운 음식을 먹은 뒤 스트레스와 감정, 몸의 반응이 달라지면서 기분이 풀린 듯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너무 매운 음식 반복해서 먹으면 속 불편해질 수 있어
매운 음식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반복해서 먹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특히 매운 음식은 캡사이신뿐 아니라 나트륨이나 지방, 당류가 많이 들어가있어 과식이 반복되면 영양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평소 속쓰림이나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이 있다면 더 조심하는 것이 좋다. 매운맛 자체가 위염이나 위식도 역류질환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위장관이 예민한 사람은 자극적인 음식을 먹은 뒤 불편함이 심해질 수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다면 과식과 야식을 피하고 자신에게 증상을 일으키는 음식은 줄이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매운 음식에만 의존하는 습관은 피하고 걷기나 운동, 충분한 수면처럼 다른 해소 방법을 함께 갖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