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0일 (목)

대한간학회도 나섰다⋯먹는 알부민, 알고 보니 그냥 ‘식품’

간 기능 회복·기력 증진 효과 내세우지만 혈중 알부민 수치와 무관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온라인상에서 '먹는 알부민(경구용 알부민)'이 필수 영양제처럼 입소문을 타고 있지만, 의료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큰 효과가 없는 일반 성분이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홈쇼핑과 온라인 판매처, 유튜브 등에서 ‘먹는 알부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의료계 전문가들은 “의학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의견을 모은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과 대한간학회는 20일 《소비자가 알아야 할 ‘먹는 알부민’의 진실과 오해》를 주제로 원탁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일반 식품에 불과한 ‘먹는 알부민’ 제품을 소비자가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 오해하고 구매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알부민이 뭐길래 이렇게 ‘핫’할까?

알부민은 간이 만들어내는 단백질이다. 혈관 안에 수분을 잡아두어 체액이 조직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한다. 또 호르몬이나 영양소, 각종 약물 등이 혈액 속에서 결합하는 과정을 돕고 필요한 신체 조직으로 안전하게 운반하기도 한다.

만성 간염이나 간경화 등으로 간이 제 기능을 못하면 알부민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콩팥(신장)에 이상이 있을 때도 알부민이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지나치게 많이 빠져나가게 된다. 이 때문에 혈중 알부민 수치는 간과 신장 건강을 확인하는 지표로 쓰인다.

몸에 알부민이 부족해지면 수분이 혈관 안에 유지되지 못한다. 혈관 속에 있어야 할 체액이 밖으로 빠져나와 쌓이면서 손발이나 복부에 부종(비정상적으로 붓는 상태)이 나타나며, 심한 피로감이나 근력 저하를 겪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것이 ‘먹는 알부민(경구용 알부민)’ 제품이다. 이들 제품은 마케팅 과정에서 몸 속 알부민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마치 제품을 섭취하면 알부민 수치를 정상화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다.

쿠팡(왼쪽)과 네이버(오른쪽)에서 '알부민'이라는 검색어로 제품을 검색한 결과. 소비자가 쉽고 빠르게 많은 제품에 접근할 수 있다. 사진=오수미 제주대 간호학과 교수 제공

실제로 먹는 알부민 제품을 광고하는 홈쇼핑이나 온라인 판매몰을 보면, “간 기능 회복에 도움을 준다”, “숙취나 기력 저하를 겪는 사람에게 좋다” 등의 문구가 사용된다.

먹는 알부민, 아무 효과 없는 ‘일반 식품’

문제는 이들 제품이 법적으로 아무런 의학적 효과를 검증받지 않은 일반 식품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경구용 알부민은 계란 흰자 등에서 단백질 성분을 추출해 제품으로 만든 것이다. 식품으로 섭취한 단백질은 소장에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뒤 융털을 통해 몸 안에 흡수된다. 혈관 속 알부민 수치를 높이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20일 원탁회의에서 연자로 나선 오수미 제주대 간호학과 교수 역시 이 점을 지적했다.

오 교수는 “알부민이라는 의학적 용어가 사용되었다는 것이 반드시 의학적 효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알부민이 몸에 반드시 필요한 단백질인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제품을 먹는 방법으로 이를 보충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경구용 알부민이 실제 유의미한 효과를 내려면 섭취 과정에서 △혈중 알부민 수치와 영양 상태가 개선되는지 △근육과 체성분 및 기타 건강 지표가 개선되는지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오수미 제주대 간호학과 교수가 20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과 대한간학회 원탁회의에서 발표하는 모습. 그는 "시판 경구용 알부민 제품의 유효성을 검증했다는 연구를 분석한 결과, 일관된 효과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장자원 기자

그런데 오 교수가 경구용 알부민 제품의 효과를 검증한 임상 시험 8편을 분석했더니, 연구별로 대상자·용량·복용 기간 등이 모두 달랐고 일관된 효과가 나타나지도 않았다.

심지어 이들 8편의 연구는 현재 한국에서 시판되는 완제품이 아니라 일부 핵심 성분만을 사용했다. 완제품에 대한 충분한 의학적 검증이 이뤄졌다고 보기 힘들다.

'알부민 부족' 진단 받으면 의학적 조치 취해야

물론 영양 부족, 간·신장 기능 이상으로 알부민 수치가 떨어진 환자에게 아무런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때는 의료진과 상의 후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혈관에 직접 투여하는 ‘알부민 정맥주사’다. 사람의 혈장(혈액에서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을 뺀 것)에서 알부민 성분을 분리한 뒤, 이를 정제해 주사 제형으로 만든 것이다.

알부민 정맥주사는 간경변 때문에 심한 복수가 생겨 합병증 위험이 큰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단순 피로 회복이나 기력 증진 목적으로는 쓸 수 없다.

혈중 알부민 수치가 낮다고 해서 무조건 이같은 의약품이 처방되는 것은 아니며, 어떤 원인으로 알부민이 부족한지, 해당 상태가 유지되면 어떤 합병증이 예상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알부민 정맥주사 등을 사용하게 된다. 

류담 대한간학회 홍보위원(순천향대 서울병원 교수)에 따르면 알부민 정맥주사는 투여 경로와 용량이 고정된 치료 상황에서 특정 간경변 환자를 대상으로 엄격하게 통제된 임상 시험을 거쳤다. 시판 경구용 알부민과는 다르게 충분한 의학적 검증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증명했으며, 보충제가 아닌 치료제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류 교수는 “경구용 알부민 제품을 먹는 것과 혈중 알부민 수치는 전혀 별개의 개념“이라며 “지금이라도 임상적 근거를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소비자 오인을 예방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치료제로 사용되는 정맥주사 역시 다양한 부작용이나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상당히 신중하게 사용되고 있다”며 “이같은 치료 과정에서 영양 보충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구 제품이 도움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요소는 전문의의 치료 계획 안에서 설계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간학회는 더 적극적으로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 위해 나설 방침이다.

학회 홍보이사로 활동 중인 송명준 대전성모병원 교수는 코메디닷컴에 “다양한 직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논의의 장을 처음으로 마련한 만큼, 학회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경구용 알부민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담은 카드뉴스를 유통하는 등 소비자 인식 변화를 위한 여러 방법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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