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만치료제가 다양한 질병 증상 완화에 도움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다.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는 몸 안의 식욕 조절 호르몬에 작용해 포만감을 높이고 식욕을 억제한다. 덕분에 체중 감량이나 혈당 조절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비만이나 당뇨로 발생하는 다양한 만성질환 합병증 가능성도 덩달아 줄어든다.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GLP-1 약물 투여 후 심혈관질환·신장 질환·치매 등의 발병 위험이 줄어든다는 것이 증명됐다. 전신의 염증 작용을 줄이고 대사 건강을 개선한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이처럼 비만치료제가 신체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는 가운데, 일각에선 이 계열 약물의 대표 주자인 위고비(제조사:노보 노디스크)나 마운자로(제조사:일라이 릴리)의 스포츠 도핑 약물 지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포츠 선수의 체중 감량 약물 사용, 도핑으로 봐야 할까
지난해 말, 미국 테니스 선수 세레나 윌리엄스가 마운자로 투여 경험을 고백했다.
오프라윈프리 팟캐스트에 출연한 그는 “선수 생활 내내, 내가 이기지 못한 유일한 상대는 체중이었다”며 “하루에 8시간씩 체육관에서 훈련을 해도 조금의 체중도 줄이지 못했다. 그런데 약물을 사용한 뒤로는 몸과 마음이 더 가벼워졌다고 느낀다”고 털어놨다.
테니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선수 중 하나로 평가받는 윌리엄스가 약물 사용 사실을 밝히자 스포츠 팬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선수에게 우위를 제공하는 약물은 도핑 물질로 지정돼 철저한 관리를 받기 때문이다. 윌리엄스가 혹독한 훈련으로도 도달하지 못했던 체중 감량 효과를 약물이 손쉽게 제공했다면, 그것을 과연 정당한 행위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물론 옹호론도 있다. 방법이 다를 뿐, 본질적으로 윌리엄스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체중을 줄이고 건강을 개선했다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현재 프로 스포츠계의 도핑 기관들 중 체중 감량용 비만치료제 사용을 금지한 기관은 없다. 특정 약물이 도핑 물질로 지정되려면 △해당 약물이 프로 선수의 경기력을 조금이라도 높이는가 △사용 후 몸상태가 스포츠 정신을 위배할 만큼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가 △선수의 건강에 실제적인 위협을 끼치는가 등 세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위고비나 마운자로는 해당 기준을 충족한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이다.
“일부 예외 종목, 도핑 지정 가능성 거론”
그런데 일부 스포츠 종목에서는 ‘약물의 힘을 빌린’ 체중 감량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탈리아 몬지노 심장학 센터의 마시모 마펠리 교수는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종목에는 ‘체급’이라는 개념이 있어 엄격한 체중 제한을 둔다. 이런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면 비정상적인 이점을 얻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급은 서로 비슷한 체중의 선수끼리 대결하도록 등급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주로 격투기나 대련 종목, 역도 등 근력을 측정하는 종목에 적용된다. 운동량은 체중에 비례하기 때문에, 공정하게 실력을 겨루기 위해서 체급별 선수끼리만 경쟁을 하는 제도다.
마펠리 교수는 “체급은 오로지 ‘체중’으로만 결정된다. 윗 체급의 선수가 약물을 사용해 과하게 체중을 감량하면 상대적으로 밑 체급 선수들과 경기가 가능해진다”며 “이 경우 정당한 경쟁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토론토대 소속 내분비학과 연구자인 다니엘 드러커 박사 역시 “위고비나 마운자로는 신체 염증을 줄이고 근육으로 가는 혈류를 개선하는 등 신체 전반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프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이 전혀 없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운동 후 회복 면에서 영향이 아예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우선 상황을 신중하게 보고 있다. 현재 GLP-1 계열 약물은 WADA의 모니터링 대상 목록에 오른 상황이다. 잠재적인 오용 여부를 주시한 뒤 보수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