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식이나 라섹을 알아보기 시작하면 낯선 용어부터 마주치게 된다. 웨이브프론트, 지형유도, 콘투라비전, 에피라식, 옵티라식⋯. 병원마다 강조하는 기술명이 조금씩 달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내 눈에는 어떤 방식이 맞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런 혼란은 기술이 계속 발전해 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각막굴절교정술은 지난 수십 년간 '얼마나 도수를 정확히 교정하는가'에서 '얼마나 선명하고 편안하게 보이는가'로 평가 기준 자체가 바뀌어 왔다.
왜 지금 '선명함'이 새로운 기준이 됐나
한때 시력교정술의 목표는 시력표 숫자 1.0이었다. 도수만 맞으면 성공적인 수술로 평가받던 시기다.
하지만 최근에는 야간 빛 번짐이나 대비감도 저하 없이 얼마나 선명하고 편안하게 보이는가, 이른바 시력의 질이 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 보이던 것을 보이게 하는 수술에서, 보이는 상태의 만족도까지 관리하는 수술로 목표점이 옮겨간 것이다.
각막굴절교정술, 어떤 흐름을 거쳐왔나
이 변화를 이해하려면 두 가지 축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하나는 '각막을 어떻게 절개·절삭하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기준으로 교정 패턴을 계산하는가'다.
절개 방식으로 보면 라식(LASIK)은 각막 절편(플랩)을 만든 뒤 그 아래 각막 실질을 레이저로 깎는 방식. 반면, 라섹(LASEK)과 에피라식(Epi-LASIK)은 플랩을 만들지 않고 각막 상피만 얇게 벗겨낸 뒤 표면을 절삭하는 방식이다.
라식은 회복이 빠르다. 하지만 각막을 더 많이 보존해야 하는 경우라면 라섹, 에피라식이다. 이 구분은 지금도 병원에서 가장 흔히 듣는 용어다.
교정 패턴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보면 흐름이 또 다르다. 초기에는 근시·난시 도수만 교정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이후 빛이 눈을 통과할 때 생기는 미세한 광학적 왜곡, 즉 '고위수차'(高位收差, Higher-Order Aberration)까지 함께 줄이려는 '웨이브프론트' 방식이 도입됐다. 안경으로는 교정이 안 되는 빛 번짐, 달무리, 별빛 번짐까지 없애보려는 것.
웨이브프론트 방식은 다시 표준화된 절삭 패턴을 적용하는 웨이브프론트 최적화(Wavefront-Optimized) 방식과, 개인의 수차 측정값을 직접 반영하는 웨이브프론트 가이드(Wavefront-Guided) 방식으로 나뉜다.
최근 콘투라 비전(Contoura Vision)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각막의 표면 지형(topography) 자체를 기준으로 삼는 지형유도(Topography-Guided) 방식이다. 수차뿐 아니라 각막 표면의 굴곡을 22,000개 이상의 지점에서 측정해 반영한다. 도수 중심 교정에서 광학적 질 중심 교정으로 넘어가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는 기술인 셈이다.
다만, 어떤 방식이 환자에게 더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는 각막 두께, 굴절 이상 정도, 눈 상태에 따라 적합한 조합이 달라진다. 전문의 판단이 필요한 대목.
콘트라에피라식과 콘트라옵티라식, 무엇이 다른가
콘투라 비전을 적용하는 수술법은 각막 두께와 생활 패턴에 따라 다시 둘로 나뉜다. 먼저, 콘트라에피라식(Epi-LASIK 계열)은 각막 절편(플랩)을 만들지 않고 각막 상피만 얇게 분리한 뒤 레이저를 조사하는 표면절제술.
각막 보존량이 많고 외부 충격에 강해 각막이 얇거나 고도근시인 환자, 격렬한 운동을 즐기는 이들에 더 맞다. 다만 각막 상피가 재생되기까지 3~5일의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

콘트라옵티라식(Opti-LASIK 계열)은 펨토초 레이저로 각막 절편을 만든 뒤 웨이브프론트 최적화 레이저를 조사한다.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빨라 회복 가능 기간이 짧은 경우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결국 두 수술법을 가르는 기준은 '어느 쪽이 우월한가'가 아니다. 오히려 각막 두께와 회복 가능 기간, 생활 패턴이 더 중요하다.
안구건조증은 왜 수술 전에 살펴야 하나
시력교정 수술을 앞둔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작용 중 하나가 안구건조증이다. 수술 후 신경 자극이나 스마트폰·모니터 장시간 사용으로 젊은 층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부산 정근안과병원 권상민 병원장(안과)은 "안구건조증 환자 상당수는 눈물량 부족뿐 아니라 눈꺼풀 테두리의 마이봄샘(기름샘)이 막혀 눈물이 빨리 증발하는 증발성 안구건조증을 함께 겪는다"며 "수술 전 정밀 검사에서 안구건조증이 발견되면 인공눈물 외에 IPL 레이저 치료를 병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IPL(Intense Pulsed Light) 레이저 치료는 눈 주변에 특수 파장 광선을 조사해 굳은 마이봄샘 기름 성분을 녹이고, 주변 염증과 미세혈관을 가라앉혀 기름 분비를 돕는 방식. 시술 시간도 5~10분 안팎으로 짧다.
결국 라식·라섹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수술법이나 기술의 이름이 아니다. 그 기술이 각막굴절교정술의 발전 흐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이해하고, 내 각막과 눈물막 상태가 얼마나 정확히 측정돼 수술 계획에 반영됐는지를 살피는 일이 더 중요하다. 권 병원장도 "각막 두께, 근시·난시 정도, 각막 지형도, 눈물막 상태와 마이봄샘 기능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과정이 수술 결과와 회복 속도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