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인 사람을 간단한 혈액검사로 가려낼 수 있을까.
고려대 구로병원은 운동할 때 근육에서 나오는 단백질 ‘아이리신’이 그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인 사람은 치매 증상이 없는 단계부터 혈중 아이리신 수치가 낮았다.
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병의 진행 과정에서 뇌에 쌓이는 단백질이다.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기 여러 해 전부터 축적될 수 있지만, 이를 확인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이나 뇌척수액 검사 등이 필요하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 연구팀은 노인 100명을 대상으로 혈액검사와 아밀로이드 PET, 인지기능 검사를 시행했다.
참가자는 △아밀로이드가 없고 인지기능도 정상인 사람 △아밀로이드는 있지만 인지기능은 정상인 사람 △경도인지장애 환자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 등 네 그룹으로 나눴다.
기억력 정상이어도 혈액 수치는 달랐다
분석 결과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인 세 그룹은 모두 아밀로이드가 없는 정상 그룹보다 혈중 아이리신 농도가 낮았다.
특히 아직 기억력이나 판단력에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겉으로는 정상이어도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인 사람은 혈액 속 아이리신 수치가 낮았다는 뜻이다.
아이리신 농도가 높을수록 뇌의 아밀로이드 축적량은 적은 경향도 확인됐다.

비싼 뇌 검사 전 혈액으로 위험군 찾을까
연구팀은 아이리신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큰 사람을 조기에 가려내는 혈액 바이오마커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앞으로 검사 정확도가 충분히 확인된다면 먼저 혈액검사로 위험군을 추린 뒤, 필요한 사람에게 아밀로이드 PET 등 정밀검사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검사 부담을 줄이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 뇌 변화를 찾아낼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다만 아이리신은 혈당이나 콜레스테롤처럼 낮출수록 좋은 수치가 아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오히려 아이리신 수치가 낮은 사람에게서 뇌 아밀로이드가 더 많이 관찰됐다.
그렇다고 운동으로 아이리신을 높이면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이번 연구는 한 시점의 검사 결과를 비교했으며 참가자의 운동량이나 근육량은 따로 측정하지 않았다. 실제 혈액검사로 쓰려면 더 많은 사람을 장기간 추적해 기준값과 정확도를 확인해야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 Diagnosis, Assessment & Disease Monitoring》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