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중에는 수술이 두려워 치료를 미루는 사람이 많다. “이 나이에 뭘 하겠나” 하고 버티다 숨이 차서 걷기조차 힘들어진 뒤 병원을 찾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가슴을 여는 수술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망설였을 환자들이다.
그러다가 대동맥판막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나오면, 환자와 가족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대개 비슷하다. “가슴을 열지 않고 치료할 수 있나요?”, “나이가 많아도 괜찮나요?”,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시술 뒤 바로 좋아지나요?” 등이다.
성균관대 삼성창원병원 박용환 심장혈관센터장(순환기내과)은 TAVI(경피적 대동맥판삽입술)를 “환자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중요한 치료법의 하나”라며 “특히 수술 부담이 큰 초고령 환자, 심장이나 혈관 쪽에 동반 질환이 많은 환자에겐 정말 훌륭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7월 6일부터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바뀌면서 60대, 70대 등 80세 미만 환자도 TAVI를 본인부담 5%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커졌다. 비용 때문에 망설이던 환자에게는 중요한 변화다.
물론 모든 환자에게 TAVI가 최선은 아니다. 환자의 나이부터 동반 질환, 수술위험도, 판막 구조, 혈관 상태, 앞으로 살아갈 시간까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창원병원 TAVI팀은 박 센터장 등 순환기내과 전문의들을 중심으로 심장초음파, TAVI CT, 흉부외과 판단, 마취와 응급대응이 함께 움직이는 다학제 구조다. 2023년 TAVI를 시작했지만, 거기엔 1986년 경남 최초로 심장센터를 개설한 이후 40년간 이어져 온 심장수술과 심혈관 시술의 기반이 깊고 넓게 깔려 있다. 박 센터장에게 TAVI 시술의 핵심 포인트를 물었다.
Q1. TAVI는 어떤 치료인가요?
TAVI는 가슴을 열지 않고 혈관을 통해 인공판막을 넣는 치료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심해져 온몸으로 피가 잘 나가지 못할 때, 좁아진 판막 자리에 새로운 인공판막을 넣어 혈류를 회복시키는 방법이다.
기존 수술은 가슴을 열고 병든 판막을 제거한 뒤 인공판막을 넣는다. 반면, TAVI는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심장까지 판막을 올려 보내 기존 판막 안에 새 판막을 펼친다. 몸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어 고령 환자나 수술위험이 큰 환자에게 중요한 치료 선택지가 된다.

Q2. 어떤 환자에게 TAVI가 맞나요?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수술을 견디기 어려운 환자 여부다. 고령이거나, 폐나 콩팥 기능이 좋지 않거나, 뇌경색·심근경색 같은 병력이 있거나, 여러 동반 질환이 있으면 수술과 전신마취 부담이 커진다.
이런 환자에게 TAVI는 신체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치료가 될 수 있다. 다만 “수술이 두렵다”는 이유만으로 TAVI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Q3. 고령이면 TAVI 시술이 유리한가요?
고령 환자에게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무조건은 아니다. 나이 하나만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판막 구조, 혈관 상태, 관상동맥질환 동반 여부, 전신 상태를 함께 본다.
80대 환자에게는 지금 안전하게 치료받고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60대, 70대 환자라면 10년, 20년 뒤 판막 기능이 떨어졌을 때 다시 어떻게 치료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치료는 환자에게 맞춰야지, 환자를 치료법에 맞추면 안 된다.
Q4. 젊은 환자도 TAVI 받을 수 있나요?
받을 수는 있지만 더 신중히 따진다. 젊은 환자는 앞으로 살아갈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인공판막은 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럴 땐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60대 환자라면 10년, 20년 뒤 재치료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남는다. 이럴 때 개흉수술로 판막을 먼저 넣으면 나중에 그 판막 안에 TAVI로 새 인공판막(valve in valve)를 추가로 넣는 선택지가 남는다.
반대로 TAVI를 먼저 하면 나중에 다시 TAVI를 할 수 있을 지, 수술로 전환할지 더 복잡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땐 이미 수술을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은 상황일 수도 있지 않은가? 수술위험이 낮은 젊은 환자라면 가능한 한 외과적 판막치환술을 먼저 검토하는 것은 그런 때문이다.
Q5. TAVI 전에 왜 심장초음파와 CT를 모두 보나요?
심장초음파는 판막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심장이 얼마나 부담을 받고 있는지를 보는 검사다. 그에 비해 TAVI CT는 인공판막이 들어갈 길, 크기, 석회화 정도 등 시술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필수 검사다.
TAVI CT에서는 대퇴동맥이 충분히 넓은지, 혈관이 심하게 구불구불하지 않은지, 판막 주변 석회화가 어떤지, 관상동맥 입구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한다. 두 검사를 함께 봐야 TAVI가 가능한지, 어떤 판막을 쓸지, 어느 경로로 들어갈지 정할 수 있다.
Q6. TAVI는 정말 간단한 시술인가요?
가슴을 열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자 부담은 줄어든다. 하지만 의료진 입장에서는 매우 정밀한 고난도 시술이다.
인공판막을 정확한 위치에 넣어야 하고, 시술 중 뇌경색, 서맥(徐脈·bradycardia, 심장 박동이 정상보다 느린 상태), 심장 손상, 대동맥 손상, 판막 위치 이탈, 관상동맥 입구 폐쇄 같은 돌발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순환기내과뿐 아니라 흉부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팀, 간호사, 방사선사, 체외순환팀이 함께 움직이는 이유다. TAVI도 가볍게 결정할 수 있는 치료는 결코 아니다.
Q7. 시술 시간과 입원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시술 자체는 대개 1~2시간 안팎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상태가 안정적이면 입원 기간도 길지 않다.
삼성창원병원에서는 수요일 시술을 기준으로 월요일 입원, 필요한 사전 검사와 관상동맥 평가, 수요일 TAVI 시술, 그리고 시술 결과가 괜찮으면 금요일 퇴원하는 흐름을 밟는다. 물론 관상동맥질환이 함께 있거나, 추가 검사가 필요하거나, 시술 뒤 관찰이 더 필요한 환자는 일정이 달라질 수 있다. 평균적인 회복 흐름만 보고 자신의 상태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Q8. 80세 미만도 TAVI를 5% 본인부담으로 받을 수 있나요?
그럴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급여 기준이 바뀌면서 60대, 70대 등 80세 미만 환자도 심장통합진료팀이 TAVI 필요성에 모두 동의하면 본인부담 5%로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예전에는 80세 미만이면서 수술 고위험군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본인부담이 50% 또는 80%까지 높았다. 그래서 의학적으로 TAVI가 도움이 될 수 있어도 비용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환자가 있었다.
다만 새 기준 역시 '80세 미만도 누구나 5%'라는 뜻은 아니다. 환자의 수술위험도, 동반 질환, 판막 구조, 혈관 상태, 향후 재(再)치료 가능성을 심장통합진료팀이 검토해 TAVI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해야 한다. 실제 본인 부담률과 총비용은 환자 상태와 급여 기준 적용 여부, 비급여 항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Q9. TAVI를 받으면 바로 좋아지나요?
환자마다 다르다. 하지만 시술 전후가 크게 달라지는 환자가 있다. 폐에 물이 차 응급실로 온 80대 여성 환자가 있었다. 대동맥판막이 심하게 좁아지면서 심장이 온몸으로 피를 제대로 내보내지 못했고, 심장 기능도 크게 떨어져 있었다. 상태를 안정시킨 뒤 TAVI를 시행하자 호흡곤란이 줄고 활동량이 회복됐다.
중증 협착 때문에 숨이 차고 일상생활이 어려웠던 환자는 시술 뒤 “왜 이렇게 좋은 치료가 있는 줄 모르고 지냈나”고 하더라. 혈류가 회복되면서 숨참이 줄고 걷는 힘이 좋아지니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같은 속도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시술 뒤에도 부정맥, 출혈, 판막 기능, 약물 조정, 심장초음파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TAVI는 시술로 끝나는 치료가 아니라 회복과 관리까지 포함한 치료다.
Q10. TAVI 병원은 어떤 기준으로 봐야 하나요?
첫째, ‘TAVI 실시기관’ 기준을 갖춘 병원인지 봐야 한다. TAVI는 심장수술 가능 시설, 순환기내과와 심장혈관흉부외과 인력, 응급 전환 대응 체계, 일정한 심장수술·심혈관 시술 실적이 필요한 치료다.
둘째, 심장초음파와 TAVI CT를 정밀하게 해석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셋째, 시술 뒤 부정맥, 출혈, 판막 기능, 약물 조정까지 추적 관리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 TAVI 실시기관 요건을 갖춘 병원인지, 에드워즈(Edwards Lifesciences)나 메드트로닉(Medtronic) 등 주요 인공판막 회사로부터 ‘독립 시술’ 자격을 인정받았는지 등을 미리 살펴보는 것이다. TAVI의 문턱은 낮아졌지만, 판단 기준은 더 중요해졌다.
Q11. TAVI를 받은 뒤 재(再)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나요?
가능성은 있다. 판막도 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때 기존 판막 안에 다시 판막을 넣는 ‘판막 내 판막’ 치료가 검토되기도 한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처음 치료를 결정할 때부터 판막 종류와 크기, 환자의 나이, 재치료 가능성까지 함께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TAVI는 환자에게 덜 부담스러운 치료일 수 있지만, 덜 고민해도 되는 치료는 아니다. 그래서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판단이다. 환자의 남은 삶 전체를 놓고 가장 안전하고 오래 도움이 되는 길을 찾는 것이다.
특히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진짜 위험해질 수 있다. 반대로 적절한 시기에 발견하면 수술이든 TAVI든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있다.
도움말=삼성창원병원 심장혈관센터 박용환 교수(순환기내과). 동국대 의대를 나와 동아대에서 의학박사를 받았다. 삼성창원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순환기내과 임상강사도 지냈다. 중재시술 인증의 자격도 갖고 있다. 현재 성균관대 의대 내과학 교실 교수, 삼성창원병원 내과 주임과장, 심장혈관센터장, 진료협력센터장을 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