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31일 (금)

논문 뒤져 한국 병원 찾은 프랑스 심장외과 의사…병든 아버지 데려온 곳은 서울아산

2대1 생체간이식 누적 664례…프랑스는 2024년 생체간이식 16건 모두 소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모하메드 씨가 자신에게 간을 기증해 준 두 아들과 간병해 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모로코 출신으로 프랑스와 모로코 이중국적자인 모하메드 엘 케타니(64) 씨는 프랑스에서 더 이상 간이식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을 받았다. 그러자 프랑스에서 심장외과 의사로 일하는 둘째 아들 오마르 엘 케타니(30) 씨가 세계 각국의 간이식센터를 찾아봤다. 논문과 수술 경험을 살핀 끝에 형과 함께 선택한 곳은 한국의 서울아산병원이었다.

아버지는 말기 간부전에 진행성 간암까지 겹친 상태였다. 체중도 135㎏에 육박해 한 사람의 간만으로는 필요한 크기를 확보하기 어려웠다. 결국 두 아들이 각각 간 일부를 내주는 ‘2대1 생체간이식’을 받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모하메드 씨에게 두 아들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2대1 생체간이식을 지난 5월 22일 시행했다고 30일 밝혔다.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수술실에서 동시에 수술대에 올랐다. 수술은 17시간 만에 끝났고 모두 순조롭게 회복했다.

한 명의 간으론 부족했다…두 아들이 나선 이유

생체간이식에서는 환자에게 충분한 크기의 간을 주는 것만큼 기증자에게 안전한 양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간은 일부를 떼어내도 남은 부분이 다시 커진다. 하지만 기증자에게 남는 간이 너무 작으면 수술 뒤 간 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반대로 이식받는 간이 환자의 몸집에 비해 너무 작으면 몸이 필요로 하는 간 기능을 충분히 해내지 못할 수 있다.

2대1 생체간이식은 이럴 때 활용하는 방법이다. 두 기증자에게서 각각 안전하게 떼어낼 수 있는 만큼의 간을 받아 환자 한 명에게 함께 이식한다.

모하메드 씨처럼 몸집이 큰 환자는 한 기증자에게서 필요한 만큼의 간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의료진은 첫째 아들 하침 엘 케타니 (33)씨에게서 간 왼쪽 부분인 좌엽을, 둘째 오마르 씨에게서는 오른쪽 부분인 우엽을 떼어 아버지에게 이식하기로 했다.

프랑스 생체간이식 16건…모두 소아 환자

오마르 씨는 왜 아버지를 약 1만㎞ 떨어진 한국까지 데려왔을까.

프랑스가 간이식 자체에 뒤처진 나라는 아니다. 프랑스 정부 산하 생명의학청의 2024년 공식 통계를 보면 그해 간이식률은 인구 100만명당 21.2건이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주는 생체간이식은 사정이 달랐다. 2024년 프랑스에서 이뤄진 생체기증 간이식은 16건이었다. 모두 소아 환자에게 기증자의 간 좌엽을 이식한 사례였다. 공식 통계상 그해 성인 생체간이식은 한 건도 없었다.

1998년부터 2024년 말까지 프랑스에서 시행된 생체간이식도 모두 622건이다.

서울아산병원 한 곳에서 시행한 2대1 생체간이식은 이번 수술까지 664례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가 2000년 세계 처음 이 수술법을 고안한 뒤 쌓인 기록이다.

서울아산병원의 전체 생체간이식 경험은 더 많다. 2025년 4월 간이식 누적 9000례를 달성했을 당시 생체간이식이 7502례, 뇌사자 간이식이 1498례였다.

프랑스 전체의 27년간 생체간이식 622건과 서울아산병원 한 곳의 2대1 생체간이식 664례는 집계 기간과 수술 범위가 달라 단순히 우열을 가릴 수 없다. 다만 성인 고난도 생체간이식 경험이 서울아산병원에 얼마나 많이 쌓였는지는 보여준다.

간암이 문맥까지 침범…프랑스에선 이식 대상 제외

모하메드 씨는 약 20년 전 C형 간염을 앓기 시작했다. 10년 전 신약으로 간염 자체는 치료했지만 이미 간 손상이 상당히 진행돼 간경화와 간부전이 남았다.

2025년 말 프랑스에서 간이식 대기자 등록 검사를 받다가 간암도 발견됐다. 처음 발견된 종양은 색전술로 치료했지만 올해 2월 추적검사에서 6㎝ 크기의 새로운 종양이 나타났다. 암은 장 등에서 온 혈액이 간으로 들어가는 큰 혈관인 문맥까지 침범했다.

간암이 문맥까지 퍼지면 이식 뒤 재발 위험이 높아 환자 선정이 훨씬 까다로워진다. 프랑스 의료진은 간이식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모하메드 씨는 이식 대상에서 제외됐다.

아버지는 두 아들이 간을 내주다 잘못될까 걱정해 처음에는 한국행을 거부했다. 하지만 아들들의 설득 끝에 지난 4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모하메드 씨가 자신의 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혈액형도 달랐다…세 수술실서 17시간 수술

한국에 와서도 난관은 이어졌다. 둘째 오마르 씨는 아버지와 혈액형이 달랐다. 서울아산병원은 혈액형이 맞지 않는 간이식도 지금까지 1100례 이상 시행했다고 밝혔다.

5월 22일 오전 8시 세 수술실이 동시에 가동됐다. 송기원·정동환 교수가 두 아들의 간을 각각 절제했다. 첫째 아들의 간 좌엽은 배를 10㎝ 미만으로 절개하는 최소절개 방식으로, 둘째 아들의 간 우엽은 복강경으로 떼어냈다.

이승규 석좌교수와 문덕복 교수는 아버지의 병든 간을 제거했다. 암이 문맥까지 침범한 것으로 의심되는 만큼 종양을 가능한 한 건드리지 않는 ‘무접촉 기법’을 적용했다.

두 아들의 간을 넣으려 하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횡격막 아래 공간이 예상보다 좁았다. 의료진은 오른쪽 신장과 부신을 배 앞쪽 아래로 조금 옮겨 이식한 간이 자리 잡을 공간을 확보했다. 아침에 시작된 수술은 다음 날 새벽 2시를 넘겨서야 끝났다.

모로코 삼부자 가족이 2대1 생체간이식 수술을 집도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의료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첫 번째부터 문덕복·송기원 교수, 기증자인 첫째 아들 하침 씨, 수혜자의 아내, 수혜자 모하메드 씨, 기증자인 둘째 아들 오마르 씨, 정동환 교수·이승규 석좌교수. 사진=서울아산병원

아버지 수술받으러 왔다가 “서울아산서 배우고 싶다”

이번 사례 하나만으로 프랑스와 한국의 의료 수준 전체를 비교할 수는 없다. 다만 성인의 고난도 생체간이식으로 범위를 좁히면 서울아산병원이 세계적으로 드문 경험을 쌓아온 것은 분명하다.

그 선택의 의미를 보여주는 사람이 오마르 씨다. 그는 수술 뒤 “서울아산병원에 머무는 동안 우리가족은 압도적으로 우수한 의료 기술과 병원 시스템, 특히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인간적인 태도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프랑스에서 심장외과 의사로 일하고 있는 나로서는 언젠가 서울아산병원에서 연수를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논문을 뒤져 한국 병원을 찾았던 의사가 이제는 그 병원에서 의료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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