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 뒤쪽, 척수와 신경다발이 지나가는 통로는 손가락 한 마디보다 좁다. 이 통로를 다루는 수술에서 1mm의 오차는 사지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만큼 경추(頸椎, 목뼈) 수술은 척추외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고난도 영역으로 꼽힌다.
7월 16~18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 전 세계 척추외과 전문의 500여 명이 이 좁은 통로를 안전하게 여는 방법을 듣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싱가포르척추학회(SSS)부터 아시아태평양 최소침습척추수술학회(SMISS-AP), 아세안 최소침습척추수술학회(ASEAN MISST) 등 3개 학회가 공동 개최한 국제학술대회다. 아시아 태평양 권역의 각국 척추 전문의들이 모여 최신 수술법과 임상 경험을 나눴다. 여기에 부산 휴병원 박만규 병원장이 무대에 올랐다.
박만규 병원장이 아시아 척추 전문의들에 소개한 수술법은?
그가 다룬 주제는 양방향 척추내시경수술, 이른바 UBE(Unilateral Biportal Endoscopy)다. 두 개의 작은 구멍만 뚫어 한쪽으로는 내시경을, 다른 한쪽으로는 수술 기구를 넣어 진행하는 최소침습 수술법.
한국 척추외과 전문의들이 임상 기법을 고도화시킨 대표적인 수술기법의 하나로 꼽힌다. 요추(腰椎, 허리뼈) 수술 분야에서 먼저 자리 잡은 뒤, 최근에는 경추와 흉추(胸椎, 가슴등뼈), 척추 유합술과 재수술까지 그 적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는 중이다.
그런데, 경추 수술과 요추(허리) 수술의 난이도는 차이가 제법 크다. 척수와 신경근이 매우 가까이 있어 다양한 경험과 함께 더 정밀한 수술 실력이 필요하기 때문.
박 병원장은 이번 학회에서 경추관협착증, 경추척수병증, 경추 추간공협착증 세 가지 병에 UBE를 적용한 경험을 소개했다. 경추척수병증에는 후궁절제술과 신경공 확장술을, 추간공협착증에는 후방 경추 추간공 감압술을 시행한 사례를 중심으로 강의를 이어갔다. 한 번의 접근으로 양쪽 신경을 함께 감압하는 방법, 여러 분절에 걸친 병변을 한 번에 치료하는 전략, 반대편 뼈를 제거할 때 척수를 보호하는 요령까지 구체적인 술기를 짚었다.

그는 “양방향 척추내시경수술은 작은 절개로 확대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환자 상태와 병변 위치, 경추 정렬과 불안정성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술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술 장비의 장점이 곧바로 안전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뜻. 결국 관건은 수술법 자체가 아니라, 그 수술법을 언제, 어떻게 쓸지 판단하는 의사의 경험이라는 얘기다.
모든 환자에게 내시경 수술이 답일까?
박 병원장은 이어 “모든 경추질환에 내시경수술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충분한 경험을 갖춘 척추 전문의가 영상검사와 신경학적 증상을 면밀히 분석한 뒤 감압술, 유합술, 전방 또는 후방 수술 중 가장 적합한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자면 높은 수준의 해부학적 이해와 수술 경험을 요구한다. 자연히 척추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숙련도(learning curve) 차이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번 강연에서 박 병원장이 공유한 것도 바로 이 지점. 내시경 수술이 만능은 아닌 만큼 '최소 침습'이라는 이름값보다, 환자 한 명 한 명에 맞는 치료법을 골라내는 판단이 먼저라는 얘기다. 국내에서 시작된 수술법이 국경을 넘어 새로운 척추 수술의 표준으로 자리잡아가는 과정, 그 한가운데 부산의 한 병원장이 서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