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간 8000여 명에게 발생하는 담도·담관암은 70대 이상 고령층에서 흔히 발생하는 대표적인 난치성 질환이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담도가 복잡하게 꼬여 있어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어렵다.
담도 질환은 보통 입을 통해 내시경을 넣는 ‘내시경적 역행 췌담관 조영술(ERCP)’로 치료한다. 하지만 암이나 심한 염증으로 담관 입구가 완전히 막히면 내시경 유도선(가이드와이어, guide wire)조차 들어가지 못해 시술이 실패하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배를 가르는 개복 수술을 해야 했다.
그런데, 부산 온병원(병원장 김동헌)은 27일, "소화기내과와 영상의학과 인터벤션센터 협진팀이 총담관암이 의심되는 60대 고위험 담도 협착 환자에게 고난도 병합 시술인 ‘랑데부 시술(Rendezvous procedure)’을 최근 성공시켰다"고 했다.

프랑스어로 ‘만남’⋯피부와 입, 두 경로 동시에 가동
랑데부 시술은 프랑스어로 ‘만남’을 뜻하는 이름처럼, 피부 쪽 경로와 입 쪽 경로를 동시에 활용해 중간에서 만나 막힌 통로를 뚫는 양방향 병합 시술이다.
시술은 두개 파트의 정밀한 호흡 속에서 진행됐다. 영상의학과 최기복 소장이 환자의 오른쪽 옆구리 피부를 통해 간 내부 담관으로 바늘을 넣는 ‘경피경간 담도배액술(PTBD)’로 유도철선을 삽입해 막힌 담도를 지나 십이지장까지 통과시켰다.
이어 소화기내과 황종호 과장이 십이지장 내시경(ERCP)을 진입시켜 유도철선 끝을 잡아채며 양방향 통로를 확보했다. 진입로가 열리자 의료진은 암이 의심되는 부위의 조직을 정확히 채취하고, 담즙이 잘 흐르도록 담도 스텐트를 안착시켰다.
수도권 빅5 전유물 넘어서⋯지역 포괄2차의 다학제 성과
랑데부 시술은 서울 빅5 등 수도권 대형병원이나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 주로 시행해 온 고난도 술기. 내시경을 무리하게 밀어 넣을 때 생길 수 있는 췌장염이나 장 천공(穿孔) 위험을 줄이고, 개복 수술 없이 비침습적으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래서 지역의 포괄2차종합병원이 자체 다학제 협진 시스템만으로 랑데부 시술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온병원은 2021년 11월 췌장·담도센터(센터장 박은택) 개설 이후 ERCP 누적 3000례를 돌파하는 등 대학병원에 뒤지지 않는 임상 경험을 축적해 왔다.
온병원 최기복·황종호 협진팀은 “일반적인 내시경 접근이 아예 불가능했던 난치성 담도 협착 환자에게 안전한 치료 길을 열어주어 뜻깊다”며 “지역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상경 진료를 떠나지 않고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