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소득층이나 경제적인 곤란을 오래 겪은 사람들은 인지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인의 금전 상황이 정신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논문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다만 의학계가 집중한 것은 주로 65세 이후의 경제력이었다. 이미 노년층에 접어든 뒤의 소득을 조사한 뒤 인지 능력과의 연관성을 살폈던 것이다.
청년기나 중년기때부터 이어진 저소득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
소득 낮고 경제적 곤란 처하면 인지 기능 저하
이에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팀은 1946년에 태어난 사람들 2759명을 약 70년간 추적했다. 이들 참가자가 26세·43세·53세 시점일 때 하위 20% 소득이면 저소득으로 분류했다. 또 36세·43세·53세 시점에 생활비 부족이나 청구서 부담 등 경제적 어려움을 느꼈는지 조사했다.
두 차례 넘게 저소득자로 분류된 사람은 426명으로 집계됐다. 경제적 곤란을 2회 이상 호소한 사람들은 313명이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금전 상황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참가자들이 53세·63세·69세일 때 정보 처리속도와 언어기억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저소득 상황이 오래 지속됐을수록 53세부터 인지기능이 뚜렷하게 떨어졌다.
안정적인 소득을 가져간 참가자에 비해, 두 차례 이상 저소득층으로 분류된 참가자들의 평균 언어기억력 점수는 약 14.5% 낮았다. 정보 처리속도 역시 6% 감소했다.
주관적으로 느낀 경제적 곤란의 영향도 비슷했다. 어려움이 전혀 없다고 느낀 참가자에 비해, 2회 이상 곤란을 경험한 참가자는 언어기억력 점수와 정보 처리속도가 각각 8.8%, 6.1% 낮았다.
실제 뇌 구조도 달라져
특히 지속적으로 소득이 적은 참가자 중 일부는 뇌실 부피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실은 뇌 안의 빈 공간으로, 주로 뇌척수액이 차 있는 부위다. 이 부분이 커졌다는 것은 실질적인 뇌 조직이 오히려 줄었다는 의미다. 뇌실 증가는 노화나 퇴행성 뇌질환의 대표적인 지표로 알려져 있다.
결과적으로 소득이 낮은 상황이 지속된 노년층에게서 인지 기능 저하는 물론 실제 뇌 조직이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된 것이다.
특히 이러한 양상은 남성일수록, 가난이 시작된 시점이 어릴수록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경제적 어려움은 오랜 기간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를 증가시키고 뇌에 부담을 준다. 생활비나 빚, 생계 문제를 계속 고민하면 기억에 사용할 정신적 자원도 줄어들 수 있다”고 이유를 추론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다. 해당 결과는 ‘경제적 어려움과 뇌 노화 사이에 관련이 있다’ 정도로 해석해야 한다. 경제적 어려움이 뇌 노화를 직접 유발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노년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노화 혁신(Innovation in Aging)》 최근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