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4일 (금)

위암 수술 뒤 혈당 잡힌 사람 수, 장 연결법 따라 확 갈렸다

빌로트Ⅱ군보다 긴 소장 우회 루와이군에서 목표 혈당 도달자 더 많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위장이 아픈 환자가 병원에서 의사와 상담하고 있다. 위암과 제2형 당뇨병을 함께 앓는 환자는 위 절제술 뒤 장을 연결하는 방식에 따라 혈당 조절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위암과 제2형 당뇨병을 함께 앓는 환자에게 위를 절제한 뒤 장을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혈당 조절 결과가 크게 달라졌다는 임상시험 중간 결과가 나왔다. 소장을 더 길게 우회하도록 연결한 환자군에서는 10명 중 7명가량이 수술 6개월 뒤 당화혈색소 6.5% 미만에 도달했다. 일반적인 연결 방식을 적용한 환자군에서는 10명 중 3명에 못 미쳤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23일 공개했다.

위를 잘라낸 뒤 장을 어떻게 이었나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박성수 교수와 권영근 교수 연구팀은 위암으로 위 절제 수술을 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재건 방식에 따른 혈당 개선 효과를 비교했다. 여러 병원이 참여해 환자를 세 집단에 무작위로 배정하고 결과를 추적하는 전향적 다기관 임상시험인 'STARDOM' 연구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6개월 중간 분석 결과를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 학술대회 'ASCO Breakthrough'에서 발표했다.

이번 시험에는 초기 단계의 위 하부 위암으로 위아전절제술을 받는 환자 60명이 참여했다. 위아전절제술은 위 전체가 아니라 암이 있는 아래쪽 부분을 주로 잘라내는 수술이다. 위 일부를 잘라내면 남은 위와 소장을 다시 이어 음식물이 지나갈 길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재건술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환자들을 장 연결 방식에 따라 세 군으로 나눴다. 첫 번째는 남은 위와 소장을 연결하는 빌로트Ⅱ 재건술이다. 두 번째는 소장을 Y자 모양으로 나눠 연결하는 일반적인 루와이 재건술이다. 세 번째는 음식물이 지나지 않는 소장 구간을 더 길게 만든 긴 소장 우회 루와이 재건술이다.

6개월 결과 나온 환자는 44명

수술 6개월 뒤 결과를 분석할 수 있었던 환자는 60명 중 44명이었다. 빌로트Ⅱ군 14명, 일반 루와이군 13명, 긴 소장 우회 루와이군 17명이었다. 당화혈색소가 6.5% 미만으로 낮아진 환자 비율은 빌로트Ⅱ군 28.6%, 일반 루와이군 53.8%, 긴 소장 우회 루와이군 70.6%였다. 긴 소장 우회 루와이군의 목표 도달률은 빌로트Ⅱ군의 약 2.5배였다. 두 집단의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유의했다.

수술 6개월 뒤 평균 당화혈색소는 긴 소장 우회 루와이군 6.17%, 일반 루와이군 6.55%, 빌로트Ⅱ군 6.50%였다.

세 군 사이에는 체중 감소 정도와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혈당 조절 결과의 차이를 체중 감소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다만 장 연결 방식이 어떤 대사 변화를 일으켰는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권영근 교수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권영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술 후 혈당 변화가 체중 감소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장 연결 방식에 따른 대사 변화의 차이를 더 정밀하게 분석해, 위암 환자의 암 치료 이후 당뇨병 관리와 장기적인 대사 건강을 함께 개선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혈당 낮아졌다고 '당뇨 관해'는 아니다

이번 결과를 곧바로 당뇨병이 치료됐거나 관해에 이르렀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6개월 중간 분석에서 제시된 수치는 당화혈색소 6.5% 미만에 도달한 환자의 비율이다. 당뇨병 약을 끊은 상태에서 목표 수치를 유지했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이 임상시험의 핵심 평가지표는 수술 12개월 뒤 당뇨병 약을 쓰지 않고도 당화혈색소 6.5% 미만을 유지하는 환자의 비율이다. 따라서 장 연결 방식이 당뇨병 관해에 미치는 최종 효과는 12개월 분석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박성수 교수 사진=고려대 안암병원

박성수 교수는 "본 연구는 2013년부터 우리 연구팀이 진행한 암대사수술의 새로운 개념을 실제 임상치료에서 적용하려는 근거를 만드는 마지막 단계의 전향임상연구로서, 위암 수술 후 장을 연결하는 방식에 따라 당뇨병 개선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중간결과로 확인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12개월 추적결과를 최종 분석하여 위암과 당뇨병을 동시에 가진 환자들에게 암대사수술을 적용하게 되는 위암치료가이드라인 재설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만으로 모든 위암·당뇨병 환자에게 긴 소장 우회 재건술이 적합하다고 볼 수는 없다. 위암의 위치와 절제 범위, 환자의 영양 상태와 합병증 위험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

다만 위암과 당뇨병을 함께 앓는 환자라면 수술 전 상담에서 암 제거뿐 아니라 수술 후 혈당과 영양 상태에 장 연결 방식이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의료진에게 물어볼 근거가 생겼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