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24일 (금)

“다른 병원 못 받는 응급환자까지 수술하겠다”⋯한 ‘포괄2차’의 승부수

부산 영도병원, 개원 45주년에 ‘포괄2차종합병원’ 지정까지⋯365일 외과 응급수술 강화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최근 '포괄2차종합병원'에 추가 지정된 영도병원 정도현 병원장은 22일 코메디닷컴에 "외과 응급환자를 1년 365일, 24시간 받아 수술하는 병원"을 얘기했다. 병원장도 매일 복강경 수술을 하며 현장을 진두지휘한다. 45년이나 된 병원이지만, 그래서 젊다. 사진=부산 영도병원

한밤중에 배가 극도로 아프다. 맹장염일수도, 담낭염일 수도 있다. 장(腸)이 뚫린 천공(穿孔)이나 복막염일 수도 있다. 119는 불렀지만, 당장 수술할 병원을 찾지 못한다. 환자를 받아줄 곳 수소문하는 사이, 골든타임은 빠르게 줄어든다.

부산 영도병원은 이런 외과 응급환자를 1년 365일, 24시간 받아 수술하는 병원을 지향한다. 다른 병원이 인력 문제 등으로 수용하지 못한 응급환자까지 맡아보겠다는 것이다.

외과 의사인 정준환 명예원장이 1981년 영도외과의원으로 시작한 영도병원은 지난 1일, 개원 45주년을 맞았다. 같은 날 보건복지부 ‘포괄2차종합병원’으로도 지정됐다. 부산에서 20번째 포괄2차종합병원이다.

포괄2차는 지역의 중등도(中等度)질환 환자와 응급수술 환자를 적시에 치료하고, 동네 병·의원과 상급종합병원을 잇는 의료전달체계의 허리다. 중진료권 단위에서 ‘필수의료’, ‘응급의료’, ‘지역의료’ 등을 맡는 거점병원 역할을 한다.

“부산 사람은 부산에서 믿고 수술받게 하고 싶었다

영도병원 정도현 병원장(외과)이 외과 응급수술을 영도병원의 핵심 역할로 정한 데는 개인적 경험도 작용했다. 정준환 명예원장 아들로 부산에서 자랐다.

서울대병원 수련 시절, 그는 부산과 전남에서 맹장염(충수염) 수술을 받기 위해 아픈 배를 부여잡고 고속버스나 KTX를 타고 서울까지 온 환자들을 적지 않게 봤다. “췌장암처럼 고난도 수술이 필요한 병도 아닌데, 충수염 환자마저 서울을 찾아야 하나”는 현실이 부산 출신 전공의에게는 충격이었다.

정 병원장은 “전공의 3년 차 때 ‘부산 사람은 부산에서 믿고 수술받을 수 있게 하는 외과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잊었다.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대학병원 교수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부친의 부름을 받고 2018년 부산으로 돌아왔다. 숙명인가 싶었다. “돌고 돌아 원래 가야 할 길을 찾았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외과는 응급수술 없이 존재할 수 없는 과이기도 하다. 영도병원이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우는 분야도 외과 응급수술과 복강경수술이다. 지난해 응급수술 환자의 약 3분의 1은 다른 병원에서 전원(轉院)됐거나 119 광역콜(call)을 통해 들어왔다. 진료 반경이 영도구를 넘어 부산 전역과 경남 일부까지 넓어져 있다는 얘기다.

응급수술은 수술실만 열어둔다고 가능한 일이 아니다. 외과의사와 마취과의사, 수술실 간호·검사 인력이 야간과 휴일에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정 병원장이 처음 합류했을 당시, 사실상 혼자였던 외과가 지금은 4명 체제로 커졌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도 1명에서 2명으로 늘었다.

정 병원장은 “평일 정규진료, 예정수술(elective surgery)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대학병원과 대형 종합병원 사이에서 이미 치열하다”며 “반면 외과 응급수술은 인력 부담과 의료사고 위험 때문에 맡으려는 병원이 많지 않다”고 했다. 이어 “대학병원이나 다른 종합병원이 인력 운용 문제로 수용하지 못한 외과 응급환자까지 영도병원이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응급 담낭절제술만 한해 100례 넘어⋯94세 환자도 수술

영도병원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는 외과 응급수술은 복강경 담낭절제술이다. 정 병원장의 개인 수술 집계로는 지난해에 시행한 응급 복강경 담낭절제술만 101례였다. “과거에는 충수염 수술이 가장 많았지만, 최근에는 담낭염 환자가 더 많아졌다”고 했다.

정도현 병원장이 복강경 수술기구를 이용해 담낭절제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부산 영도병원

응급수술 환자의 고령화도 빠르다. 과거에는 80대만 돼도 수술이 어려운 고령 환자로 여겼지만, 이제는 90대 환자도 적지 않다. “요즘은 80대 환자를 보면 오히려 안심(?)할 정도고, 90대는 돼야 고령 환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나이만으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90대라도 심장·폐·신장 기능과 전신 상태가 양호할 수 있고, 반대로 70대라도 수술 위험이 클 수 있다.

수술 전에는 특히 심장 기능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생명이 위급해 수술을 늦출 수 없는 경우에는 필수 검사를 최대한 신속히 시행하고 곧바로 수술에 들어간다. 이후 환자 상태에 따라 추가 평가와 치료를 이어간다.

정 병원장은 담낭염으로 배액관을 차고 있던 94세 환자를 떠올렸다. 다른 병원에선 수술이 어려우니 요양병원에 입원하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그 환자는 “친구도 만나며 생활해야 하는데 배액관을 달고 요양병원에서 여생을 보내라는 말이냐”며 영도병원을 찾았다. 순환기내과와 마취과의 위험도 평가를 거쳐 수술을 받았고, 배액관 없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술을 포기하지 않되, 병원이 감당할 수 있는 치료의 경계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동맥 수술처럼 영도병원이 시행하지 않는 고난도 수술은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낸다. 수술 뒤 지속적 신대체요법(CRRT)이나 체외막산소공급장치(ECMO)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해당 치료가 가능한 병원들과 협의한다.

대학병원이 즉시 수용하기 어렵고 수술을 늦출 수 없는 경우에는 영도병원이 먼저 응급수술을 시행한 뒤, 필요하면 고도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전원하기도 한다.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술은 지체하지 않되, 치료 역량의 한계를 넘는 환자는 상급병원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지금이 외과 응급수술의 전성기

영도병원의 응급수술 체계는 그동안 정도현 병원장의 헌신에 크게 기대어왔다. 그는 “외과 응급수술에 집중한 뒤 3∼4년 동안은 제대로 된 휴가를 한 번도 쓰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한 명의 의사가 밤낮없이 수술실을 지키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포괄2차종합병원 지원사업은 응급실 내원 후 24시간 이내 시행한 응급수술에 대한 보상을 늘렸다. 의료진의 당직 대기 비용도 지원한다. 응급환자 수용률과 24시간 진료 역량, 동네 병·의원 및 상급종합병원과의 의뢰·회송 성과도 평가한다.

정 병원장이 구축해온 외과 응급수술 체계는 그래서 ‘포괄2차’ 정책 방향과 잘 맞닿아 있다. 문제는 이를 지속할 인력이다. 그는 “응급수술은 자동화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어서 외과뿐 아니라 마취과와 수술 보조 인력이 함께 보강돼야 한다”며 “병원과 저의 관심사, 제1 우선순위는 인력 보강, 제2 우선순위도 인력 보강”이라 했다.

병원장이 자리를 비워도 같은 수준의 응급수술이 가능한 체계를 언제 만들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평생의 숙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이 지역 종합병원 외과 응급수술의 전성기”라고도 했다. 의외다.

하지만 곱씹어 보니 그 뜻은 정반대다. 젊은 외과 의사가 빠르게 줄면서 외과 세대교체가 늦어지는 데다 지역의 인구와 경제 기반까지 약해지면서 앞으로는 응급수술 인력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역설적 표현인 셈이다.

영도병원의 ‘포괄2차’ 성패도 여기에 달렸다. 다른 병원이 받기 어려운 환자를 얼마나 신속히 수용해 수술하는지, 한 사람의 헌신에 기대온 응급수술을 지속 가능한 인력과 협력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지역 외과 응급수술은 영도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지역,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영도병원은 그 숙제를 푸는 한 축(軸)을 맡으려는 것입니다.”

사진=부산 영도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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