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7일 (금)

알츠하이머 신약 디라너센, 최저용량이 오히려 효과 앞섰다

타우 단백질 최대 65% 감소했지만…용량-효과 가설은 입증 실패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바이오젠 로고. 회사는 타우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 ‘디라너센’의 글로벌 2상에서 일부 인지기능 개선 신호를 확인했다. 이미지=바이오젠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 중 하나인 타우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해 질병 진행을 늦추려는 신약 개발이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글로벌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의 신약 후보물질 ‘디라너센’이 뇌 속 타우를 줄이고 일부 인지기능 지표에서 개선 신호를 보였지만, 용량이 높아질수록 치료 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임상시험의 핵심 가설은 입증하지 못했다.

현재 허가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주로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디라너센이 후속 임상에서 효과를 확증하면 신경세포 손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타우를 직접 겨냥하는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마련될 수 있다. 다만 이번 연구는 탐색 단계의 2상이고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한 만큼 실제 치료 효과는 대규모 3상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

바이오젠은 14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알츠하이머협회 국제학술대회(AAIC 2026)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2상 ‘CELIA’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디라너센은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가 발굴한 물질이다. 바이오젠은 2019년 글로벌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5년 디라너센을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패스트트랙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 후보물질은 타우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가 담긴 MAPT 전령리보핵산(mRNA)을 표적으로 하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치료제다. 해당 mRNA에 결합해 타우 단백질의 생성을 줄이는 방식이다.

타우 단백질은 정상적으로 신경세포 내부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병에서는 타우가 비정상적으로 변형돼 서로 엉키고 신경세포 안에 축적되면서, 신경세포의 기능 저하와 사멸을 촉진한다. 디라너센은 이러한 타우의 생성을 상위 단계에서 억제해 병리 진행을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연구에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416명이 참여했다. 참여자들은 이전에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을 디라너센 60mg을 6개월마다 투여하는 군, 115mg을 6개월 또는 3개월마다 투여하는 군, 위약군으로 나눠 18개월간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했다. 약물은 허리 부위에서 뇌척수액 공간으로 주입하는 척수강내 투여 방식으로 사용됐다.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76주 시점의 임상치매평가척도 총점(CDR-SB)을 기준으로 용량과 치료 효과 사이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CDR-SB는 기억력과 판단력 등 인지기능뿐 아니라 일상생활 수행능력의 변화를 함께 평가하는 지표다.

그러나 가장 큰 효과는 고용량이 아닌 최저용량에서 나타났다. 디라너센 60mg을 6개월마다 투여한 환자군은 위약군보다 CDR-SB 기준 인지·기능 저하가 0.54점, 비율로는 26% 늦어졌다. 반면 115mg을 6개월마다 투여한 군은 인지·기능 저하가 14%, 3개월마다 투여한 군은 9% 늦어지는 데 그쳤다. 고용량일수록 효과가 커지는 용량반응 관계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임상시험은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최저용량서 인지지표 개선…타우 수치 50~65% 감소

60mg 투여군은 주요 2차 평가에서도 비교적 일관된 개선 신호를 보였다. 위약군과 비교해 알츠하이머병 인지평가척도인 ADAS-Cog13 지표에서는 인지 저하가 42%,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에서는 50% 늦어졌다.

인지기능과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종합한 iADRS에서는 저하 속도가 30%, 알츠하이머병 진행 정도를 종합 평가하는 ADCOMS에서는 23% 감소했다. 다만 일상생활 수행능력만 평가하는 ADCS-ADL-MCI에서는 모든 용량군이 위약군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바이오마커 분석에서도 약물의 작용이 확인됐다. 모든 디라너센 투여군에서 뇌척수액 내 전체 타우 수치가 치료 전보다 평균 50~65% 감소했다. 131명이 참여한 타우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하위연구에서도 평가 대상 뇌 부위 전반에서 타우 병리가 감소했다.

바이오젠은 타우 표적 치료제가 2상에서 뇌척수액의 타우와 PET 영상으로 측정한 뇌 타우 병리를 함께 줄인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다만, 2차 평가지표에서 확인된 개선 신호는 후속 임상에서 재현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임상시험의 핵심 목표인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한 만큼, 실제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3상 검증이 필요하다.

6개월 간격 투여 장점…척수강 주입 부담은 과제

디라너센은 전반적으로 내약성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상반응 대부분은 경증 또는 중등도였으며, 치료 중단이나 임상시험 이탈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주요 이상반응으로는 시술 과정에서 발생한 통증과 요추천자 후 증후군, 일시적인 혼돈 상태가 보고됐다. 혼돈 증상은 주로 약물 투여 후 며칠 이내 발생했으며 대부분 일주일 안에 해소됐다.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뇌부종이나 미세출혈 등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은 디라너센의 타우 표적 작용상 예상되지 않았으며, 이번 연구 결과도 이에 부합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6개월에 한 번 투여한다는 점이 잠재적인 장점이다. 수주 또는 수개월 간격으로 반복 투여하는 일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와 비교하면 의료기관 방문 횟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디라너센은 허리 부위에서 뇌척수액 공간으로 약물을 주입하는 척수강내 투여 방식이어서, 정맥주사나 피하주사보다 시술 부담이 클 수 있다. 투여 후 나타난 일시적인 혼돈 상태와 요추천자 관련 이상반응, 장기 안전성은 후속 임상에서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바이오젠은 임상 1b상과 CELIA 2상에서 확인된 타우 감소와 인지기능 개선 신호를 바탕으로 확증 3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3상에서는 최저용량의 효과가 대규모 환자군에서도 재현되는지와 고용량에서 추가 이점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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