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특정 행동을 지시하는 목소리가 들려 정신병 진단까지 받았지만 사실은 청력손실 탓이었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에 사는 50세 여성은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여러 차례 응급실을 찾았고, 짧은 기간 정신과에 입원하기도 했다. 환청은 약 2년간 이어졌다.
의료진은 처음 여성을 조현병 등과 관련될 수 있는 상세불명의 정신병으로 진단했다. 항정신병약인 리스페리돈과 아리피프라졸을 차례로 투여했지만 환청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다음 할로페리돌을 복용한 뒤에는 불안과 고통이 줄었지만 누군가의 목소리는 계속 들렸다.
의료진은 진료 과정에서 여성이 대화할 때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귀에 손을 대거나 상대방에게 말을 반복해 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귀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한 의료진이 검사를 진행한 결과, 양쪽 청력 손실이 확인됐다. 한쪽 귀는 중등도에서 중증, 다른 쪽 귀는 경도에서 심도 수준이었다. 이후 양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해 청력은 좋아졌지만 환청은 사라지지 않았다.
뇌 영상검사와 혈액검사에서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신경학적 평가에서도 다른 원인은 찾지 못했다. 여성은 환청을 겪으면서도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집안일과 사회생활을 이어갔다. 편집증이나 망상, 와해된 사고도 나타나지 않았고 일상생활 능력도 떨어지지 않았다.
의료진은 여성의 환청이 정신병이 아닌 청력 손실에 따른 감각 박탈에서 비롯됐다고 결론 내렸다. 귀를 통해 들어오는 소리가 줄어들면 뇌의 청각 영역이 부족한 소리를 스스로 ‘채워 넣으면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항정신병약과 보청기로도 환청이 사라지지 않자 의료진은 심리치료를 권했다. 2026년 5월 증례 보고가 발표됐을 당시 여성은 치료를 기다리고 있어 이후 경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귀가 잘 안 들리는데 환청까지?…청력 떨어지면 ‘없는 소리’ 들릴 수 있다
위 사례의 여성처럼 청력이 떨어지면 단순히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목소리나 음악을 듣는 청각 환각이 나타날 수 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리 자극이 줄면서 뇌의 청각 기능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가 ‘음악 환각’이다. 주변에서 음악이 나오지 않는데도 노래나 멜로디, 악기 연주를 듣는 현상이다. 음악 환각은 청력 손실과 관련해 나타날 수 있으며 고령, 신경계 질환, 일부 약물 등 다양한 원인과도 연관성이 보고돼 있다.
청력 손실이 왜 환청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귀를 통해 들어오는 소리 자극이 줄어들면 뇌 청각 영역의 활동이 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달라지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쉽게 말해 귀에서 들어오는 소리가 부족해지자 뇌가 스스로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런 환청이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환청은 정신질환뿐 아니라 청력 손실과 신경계 질환 등 여러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정확한 원인을 찾으려면 청력 상태와 다른 정신 증상의 유무, 신경학적 이상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청력 손실이 원인이라면 보청기 등으로 청력을 개선한 뒤 환청이 줄어드는지 살펴볼 수 있다. 환청이 계속돼 불안과 스트레스가 크다면 증상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심리치료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앞선 여성처럼 보청기를 착용한 뒤에도 환청이 사라지지 않을 수 있어 환자의 상태에 맞는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