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가 인용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4000~5000명이 익사 사고로 사망한다. 미국 텍사스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로히트 셰노이 박사(소아응급의학)는 “물놀이 사고가 발생하면 단 몇 초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다”며 “신속한 구조와 소생술이 생사 여부와 평생 장애 여부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메디컬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최근 미국소아과학회(AAP)가 발표한 물놀이 위험성 경고문의 주요 저자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물놀이 중 익사는 어린이들에게 매우 치명적인 위험이다. 익사 사고는 1~4세 아동의 사망 원인 1위이며, 5~14세 아동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어린 아이의 익사 사고는 일부 욕조에서도 일어나지만, 대부분은 수영장이나 호수, 강, 바다 등 자연 수역에서 발생한다.
국내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 질병관리청의 ‘응급실기반 손상조사감시’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서 물놀이 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9세 이하 어린이가 전체의 약 30%를 차지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물놀이 환경에서 방심이 부르는 위험성은 정부 통계로도 증명된다. 행정안전부의 최근 5년간(2019~2023년) 여름철 물놀이 사고 통계를 보면, 총 122명의 사망자 중 80% 이상이 수영 미숙, 안전 부주의, 음주 수영 등으로 화를 당했다.
미국에서 어린이 수영 강습비를 지원하고 익사 예방 활동을 펼치는 슈트 레너드 식료품 체인의 최고경영자 스튜 레너드는 “보호자가 수영장 근처에서 아이들을 지켜볼 때는 휴대전화를 꺼두고 관찰에 힘써야,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을 익사 사고로 잃은 뒤 물놀이 안전과 관련된 재단을 설립해 익사 사고의 예방에 힘쓰고 있다.
수영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수영장에서 어린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데 필요한 세 가지의 효과적인 방법을 정리했다.
1. 10초 이상 눈을 떼지 않는 밀착 감시
아이들이 물에 빠지면 허우적거리며 소리를 크게 지르지 못하고 조용히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스마트폰 사용이나 대화를 모두 멈춘 채, 물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를 계속 주시해야 한다. 특히 유아나 수영이 미숙한 아이는 보호자가 팔을 뻗으면 즉시 닿을 수 있는 곳에서 물놀이를 하게 해야 한다.
2. 구명조끼의 올바른 착용과 장비 과신 금지
물놀이를 하는 어린이의 몸무게에 어울리는 구명조끼를 입혀야 한다. 특히 안전 인증 제품을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조끼가 위로 벗겨지지 않도록 다리 사이의 가랑이 끈(생명줄)을 단단히 묶어야 한다. 팔 튜브나 일반 튜브는 뒤집히기 쉬운 물놀이 완구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이를 맹신하고 감독과 관찰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3.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생존수영’ 교육
어린이들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생존수영법인 ‘잎새 뜨기’와 ‘음파 호흡법’을 가르쳐야 한다. 물속에서 오랜 시간 체온을 유지하며 버틸 수 있도록 몸을 웅크리는 법도 중요하다.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아이들이 수영 수업을 받게 해주는 것이다.
◇ 잎새 뜨기란? = 몸의 힘을 빼고 나뭇잎처럼 물 위에 누워, 폐 속의 공기로 부력을 유지하며 물에 뜬 채 구조대를 기다리는 방법이다. 잎새 뜨기를 하려면 양팔을 머리 위로 곧게 뻗어 만세 자세를 취한다. 팔을 뻗을수록 몸의 중심이동과 지렛대 원리에 의해 하체가 쉽게 뜬다. 시선은 하늘을 똑바로 바라보고, 턱은 위로 살짝 들어준다. 무거운 하체를 가볍게 만들어 물에 뜨게 하기 위해서는, 무릎을 편안하게 살짝 굽혀준다.
염분이 많은 바닷물은 비중이 약 1.025로 민물의 비중(1.0)보다 더 크기 때문에 몸이 더 잘 뜬다. 수영장 같은 민물에서도 숨을 가득 들이마시면 비중이 0.97까지 떨어져 물보다 더 가벼워진다. 호흡을 할 때는 폐 속에 공기를 70~80% 머금은 상태를 유지해야 잘 가라앉지 않는다. 숨을 들이쉴 때는 가슴이 부풀어 오르며 물에 더 잘 뜬다.
◇ 음파 호흡법이란? = 초보자를 위한 수영 호흡법의 기본 기술이다. 수영을 할 때 물속에서 코로 숨을 내쉬고,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입으로 숨을 들이쉰다. 물속에서 코로 숨을 길게 뱉어 코에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핵심 동작이다.
머리가 물에 잠기면 코를 통해 “음~” 소리를 내거나 일정하게 숨을 길게 뱉는다. 이때 코로 숨을 계속 내쉬어야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 얼굴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순간, 입을 작게 벌리고 빠르고 강하게 남은 공기를 “파~” 소리와 함께 내뱉으면서 새로운 공기를 입으로 들이마신다. 다만 소리를 내지 않고 평소처럼 자연스럽고 조용히 호흡하는 것이 더 좋다. 소리를 내면서 호흡하면 들이마시는 구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어린 아이가 물 속에 빠져 소리를 지르거나 허우적거리지 않아도 익사할 위험이 있나요?
A1. 그렇습니다. 실제 익사 사고는 매우 조용하게 일어납니다. 아이가 물에 빠지면 본능적으로 호흡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소리를 지르지도, 구조 요청을 위해 손을 흔들지도 못합니다. 겉보기에는 평온하게 수영을 하거나 노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니 보호자가 상시 주시해야 합니다.
Q2. 일반 튜브나 팔 튜브를 사용하면 안심할 수 있을까요?
A2. 안심할 수 없습니다. 시중의 일반 튜브나 팔 튜브는 안전을 100% 보장하는 구명장비가 아닙니다. 물놀이 완구일 뿐입니다. 특히 일반 튜브는 쉽게 뒤집혀 아이가 물속에 거꾸로 갇히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드시 몸무게에 맞는 인증된 구명조끼를 착용하게 하고, 아이가 보호자 손이 닿는 거리에서 놀게 해야 합니다.
Q3. 이른바 ‘생존수영’은 일반 수영과 무엇이 다르며 언제부터 배우는 게 좋나요?
A3. 일반 수영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이지만, 생존수영은 구조대가 올 때까지 물 위에서 최대한 오래 버티는 수영 기술입니다. 잎새 뜨기와 음파 호흡이 이에 해당합니다. 아동의 인지 및 신체 발달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생존수영 교육은 만 4세 이후부터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