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급실에는 많은 환자가 방문한다. 하지만 이렇게 방문한 환자 가운데 일부만 중증질환자이고, 대부분은 경증 환자이다. 문제는 누가 중증질환자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증질환자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검사가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가능한 모든 검사를 시행한다면, 불필요한 과잉진료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건강보험 심사 과정에서 진료비가 삭감될 수 있다. 반대로 애매하다고 검사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진단하지 못하거나 늦어져 적절한 치료를 받을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최근에 이와 관련한 민형사 판결이 나와 사회적 논란이 되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온 20대 남성 A는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A는 당시 음주상태였다. 어머니가 119에 신고했고, A는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당시 119 구급활동일지에는 A가 말이 어눌하고 좌측 편마비 증상이 있어서 빠른 이송을 결정했다는 내용이 남아 있었다. 이송 중 구토도 1회 있었던 것으로 기록됐다.
병원 의료진은 뇌 CT 검사를 시행했지만 이상 소견이 확인되지 않았다. 3시간 후 의료진은 A의 상태를 다시 확인한 뒤 진통제와 위궤양약 3일치를 처방하고 퇴원시켰다.
다음 날 A는 증상이 악화돼 같은 병원 응급실로 다시 이송되었다. 이번에는 기면 상태로 좌측 상·하지 근력 저하, 좌측 중추성 안면마비 등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확인됐다. MRI 검사에서 우측 중대뇌동맥 뇌경색이 진단됐고, 의료진은 기계적 혈전용해술을 시행하였다.
그러나 다음 날 뇌 CT 상 우측 전두엽 뇌경색 부위의 부종 악화와 출혈성 변환 소견까지 확인됐고 의료진은 감압두개절제술을 시행했다. 이후 A는 좌측 상·하지 편부전마비, 좌측 상지 경직, 좌측 발목관절 배측 제한 등 후유장애가 남았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것은 단순히 진단 지연만이 아니었다. A가 혈전용해술 시술을 받은 다음 날 응급의학과 교수의 지시에 따라 의무기록 일부를 수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응급실 내원 당일 및 응급실 경과 기록과 다음 날 응급의료센터 의무기록에서 “전일 좌측 팔 근력저하로 내원했다”는 취지의 기재를 삭제하였고 “보호자가 환자의 증상을 음주상태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추가 검사를 다시 거절했다는 내용” 및 “전일 MRI 등의 추가 검사가 필요하였다고 설명하였으나 환자와 보호자가 거절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임의로 추가하였다.
A는 해당 병원의 진료상 과실이 있었다고 하면서 민형사소송을 제기하였다.
민사 1심에서는 의료진과 병원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 씨가 처음 병원에 이송됐을 당시 뇌경색의 대표적 증상인 좌측 팔 근력 저하와 구음 장애가 있었고, 병원 의료진도 119 구급활동일지를 통해 이를 알 수 있었다고 봤다. 뇌경색의 경우 발병 후 24시간까지는 일반 CT 영상으로 검출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CT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조영 CT 또는 MRI 등을 시행해야 하지만 하지 않았다. 또 두통, 어지러움, 오심·구토, 의식 명료 여부, 동공 빛 반사 정도는 확인했지만, 상∙하지 운동기능과 감각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뇌 CT에서 이상 소견이 없다는 이유로 추가 검사 없이 A를 퇴원시킨 것은 진료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의무기록 수정 시점이 A가 뇌경색 진단을 받고 혈전용해술을 받은 다음 날 아침이라는 점, 수정 내용이 의료진의 주의의무 이행을 뒷받침하는 방향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의무기록 수정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무기록 수정이 뇌경색 진단 지연 과실을 숨기고, 그 책임을 환자 측에 전가하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A의 뇌경색은 A의 체질과 기왕증에 따라 발생한 것이고, 조기 치료를 했더라도 후유증이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병원 측 책임은 70%로 제한하면서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에 A에게 약 2억9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였다.
최근 형사재판에서도 당시 진료를 담당한 응급의학과 전공의 2명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및 의무기록 임의수정으로 각각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
해당 응급의학과 전공의들이 환자를 진료할 때 진단 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있었던 것은 인정할 수 있다. 이미 작성된 의무 기록을 임의로 수정한 것도 진위가 의심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당 의료진은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에 있는 응급의학과 전공의인데 환자 진료와 관련한 오진 책임을 지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A가 20대로 뇌경색을 우선적으로 의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만약 MRI를 시행하여 특별한 것이 나오지 않았다면 건강보험에서 과잉진료로 삭감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단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죄로 판단한다면 앞으로 많은 의사가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중증 응급환자 진료를 꺼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와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하여 최근 의료분쟁조정법이 입법 논의되고 있다. 해당 법률은 응급·외상 등 고위험 필수의료 분야의 경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의료법상 12대 중과실 등)이 없고, 책임보험 가입 및 손해배상 전액 지급 등이 전제되면 형이 감경 또는 면제될 수 있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만 의무기록 임의수정이나 사후 위·변조는 12대 중과실 목록에 들어가지 않지만 문서 위조 및 은폐 행위에 해당하여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의료법은 진료기록부의 진실성을 매우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임의수정(거짓 작성 및 고의 수정·추가)에 대해 별도의 조항으로 무겁게 처벌하고 있다.
앞서 사례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의료진이 의무기록을 임의로 수정한 것이 유죄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무리 의무기록에 불리한 내용이 있더라도 이를 숨기기 위해 의무기록을 수정하거나 조작하는 행위는 해서는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