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2일 (일)

“에스컬레이터에 옷 껴서 목 졸려”…20분 동안 방치됐다가 사망, 美 지하철서 무슨 일?

미 보스턴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 사고 영상 공개 후 충격…10여 명 지나쳤고 20분 후 직원이 기계 멈춰

미국 보스턴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에 몸이 끼인 40대 남성이 구조를 받지 못한 채 의식을 잃은 뒤 결국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사건 당시 CCTV 공개된 영상

미국 보스턴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에 몸이 끼인 40대 남성이 구조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다 의식을 잃고 결국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조사 과정에서 확보된 현장 CCTV 영상이 최근 언론에 공개된 가운데, 남성이 도움을 요청하는 듯 몸부림치는 사이 여러 사람이 그냥 지나가는 모습이 담겨 논란도 커지고 있다.

미국 지역방송 NBC10 보스턴과 현지 매체 보스턴글로브 등에 따르면 스티븐 맥클러스키(40)는 지난 2월 27일 오전 5시 직전 보스턴 데이비스역(Davis Station)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다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이후 입고 있던 코트가 에스컬레이터 하단 기계 부분에 끼이면서 사고가 시작됐다.

공개된 영상 속 맥클러스키는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치며 코트 지퍼를 열려고 했지만 벗어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옷이 기계 안으로 더 빨려 들어갔고, 목 주변을 조이면서 호흡에도 문제가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잠시 뒤 그는 에스컬레이터 계단 위에 쓰러졌고 움직임을 멈췄다. 영상에는 10명 넘는 사람이 현장을 지나가는 장면도 담겼다. 한 남성은 수초 동안 상황을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려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약 20분 뒤 현장 직원이 도착해 에스컬레이터를 멈췄고, 구조대가 출동했다. 현지 경찰은 맥클러스키가 에스컬레이터 하단에 끼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 보고서에는 "반응이 없는 상태였고 옷은 에스컬레이터 계단 틈에 단단히 끼어 있었다"며 "맥박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맥클러스키의 등 피부 일부가 기계 내부에 말려 들어간 상태도 확인했다. 구조 과정에서는 에스컬레이터 일부를 해체하는 방안도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맥클러스키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10일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지난 3월 9일 숨졌다. 유가족은 매사추세츠만교통국(MBTA)에 사고 책임 규명을 요구했다. 현지 검찰은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안전 사고, 낙상에 이어 끼임 사고 가장 흔해...바로 정지 버튼 눌러 역무원에 신고 원칙

현지에서는 에스컬레이터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기계 고장보다 이용 중 발생하는 사고 비중이 더 높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약 1만1000건의 에스컬레이터 관련 부상이 보고된다. 넘어지며 다치는 사고가 가장 많고, 발이나 손, 신발, 옷 등이 틈에 끼이는 사고도 적지 않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6~2025년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중대사고는 총 135건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90건(66.7%)은 이용자 과실이 원인이었다. 사고 3건 중 2건이 기계 결함보다 이용 중 행동이나 부주의와 관련됐다는 의미다.

사고 유형은 일정한 패턴을 보였다. 유형을 보면 가장 흔한 사고는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전도·낙상 사고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 분석에서는 최근 5년간(2020~2024년 9월) 65세 이상 고령자의 승강기 안전사고 1507건 가운데 91.8%(1384건)가 낙상 사고로 집계됐고, 사고 장소의 85.8%(1293건)가 에스컬레이터 관련 시설이었다. 부상 부위는 머리와 얼굴이 54.7%(827건)로 가장 많았다.

손·발·신발·옷 등이 기계 틈에 끼이는 사고도 흔하다. 가장 흔한 끼임 부위는 발이며, 끈이 풀린 신발이나 고무 재질 슬리퍼, 헐렁한 바지와 긴 옷자락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어린이와 고령층은 균형을 잃기 쉬워 사고 위험이 더 높은 집단으로 분류된다.

안전 전문가들은 에스컬레이터 이용 수칙도 강조한다. 탑승할 때는 손잡이를 잡고 진행 방향을 바라보며 계단 중앙에 서는 것이 기본이다. 발을 양옆 가장자리 가까이에 두면 신발이나 옷이 측면 틈에 끼일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유모차와 카트, 보행 보조기구는 에스컬레이터 대신 엘리베이터 사용이 권장된다. 아이가 계단에 앉거나 장난치지 않도록 손을 잡고 이동해야 하며, 긴 끈이나 스카프, 풀린 신발 끈도 미리 정리하는 것이 좋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행동 요령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옷이나 신체 일부가 끼었다면 억지로 몸을 빼내려고 힘을 주기보다 주변 사람에게 즉시 도움을 요청하고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도록 권고한다. 대부분의 에스컬레이터에는 상·하단에 긴급 정지 장치가 설치돼 있다.

넘어지거나 누군가 끼인 상황을 목격했다면 먼저 기계를 멈추고 역무원이나 119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구조 시도보다 장비 정지와 신속한 신고가 추가 사고를 막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