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20년간 '이 주사' 맞았더니, 한쪽 눈 돌출… 제약사 상대 소송 제기, 무슨 일?

피임 주사로 인한 '뇌수막종' 발생 의심 사례

영국 여성 커스티 무어는 피임 주사 부작용으로 인한 뇌종양으로 눈 한쪽이 돌출됐다고 주장한다. 사진=커스티 무어 SNS

영국의 한 여성이 20년 넘게 맞은 피임 주사 때문에 뇌종양이 생기고 눈이 돌출됐다며 제약사를 상대로 소송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 매체 미러 최근 보도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던디에 거주하는 37세 여성 커스티 무어는 16세 때부터 최근까지 화이자에서 제조한 '데포-프로베라' 주사를 맞았다. 그러다 올해 초 이 주사가 뇌수막종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투약을 중단했다. 뇌수막종은 뇌와 척수를 둘러싸는 막인 '수막'에 발생하는 종양이다. 눈 뒤쪽이나 시신경 주변에 생기면 눈이 돌출돼 보이거나 시력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데포-프로베라는 일정 간격으로 맞는 장기 지속형 호르몬 피임 주사다.

커스티는 2021년 두통, 오른쪽 눈 부종을 겪어 병원을 찾았다가 뇌수막종 진단을 받았다. 종양 제거를 위해 네 차례의 수술을 받았지만 종양이 계속 재발해, 현재는 방사선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커스티는 "종양이 시신경에 붙어 자라 제거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치료 때문에 기력이 쇠약해져 일을 할 수 없고, 눈은 색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 주사는 아주 위험하다"며 "사용이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2024년 영국의학저널(The BMJ)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데포-프로베라'를 장기간 사용한 여성은 뇌수막종 발병 위험이 5배 이상으로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커스티는 데포-프로베라를 맞는 21년 동안 뇌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를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데포-프로베라 장기 사용, 프랑스 대규모 연구서 뇌수막종 수술 위험 5.6배

2024년 영국의학저널에는 프로게스토겐 계열 호르몬제와 두개내 뇌수막종 위험을 분석한 프랑스 연구가 실렸다. 연구진은 프랑스 국가건강자료 시스템을 이용해 2009~2018년 뇌수막종으로 두개내 수술을 받은 여성 1만8061명과 뇌수막종이 없는 여성 9만305명을 비교한 국가 단위 환자-대조군 연구를 진행했다.

분석 대상에는 프로게스테론, 디드로게스테론,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 프로메게스톤, 레보노르게스트렐 자궁내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그 결과,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 주사제를 1년 이상 사용한 경우 두개내 뇌수막종 수술 위험이 약 5.6배 높았다.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는 데포-프로베라의 주성분이다. 같은 연구에서 메드로게스톤은 4.1배, 프로메게스톤은 2.7배 위험 증가와 관련됐고, 1년 미만 사용에서는 같은 위험 증가가 뚜렷하지 않았다. 반면 프로게스테론, 디드로게스테론, 레보노르게스트렐 자궁내시스템에서는 위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연구에서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 주사제를 사용한 여성은 뇌수막종 수술군 1만8061명 중 9명, 비교군 9만305명 중 11명으로 전체 숫자는 많지 않았다. 즉 실제 발생 자체는 드문 편이지만, 장기간 사용자를 따로 비교했을 때 뇌수막종 수술 위험이 통계적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관찰연구라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뇌수막종이 여성에게 더 흔하고 일부 종양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를 가진다는 점 때문에 고용량·장기 프로게스토겐 노출이 종양 성장을 자극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럽의약품청도 2024년 9월 고용량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를 여러 해 사용한 사람에게서 뇌수막종 위험 증가가 관찰됐다며 제품 정보 개정을 권고했다.

모든 피임약이 같은 위험은 아니야… 고용량·장기 프로게스토겐 여부가 핵심

모든 피임약이 아니라 피임약 중 특정 프로게스토겐 성분을 고용량 또는 장기간 사용했을 때 뇌수막종 위험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데포-프로베라는 3개월마다 맞는 주사형 피임제다.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경부 점액을 끈끈하게 하며 자궁내막을 얇게 만들어 임신을 막는다. 데포-프로베라는 먹는 피임약과 달리 체내에서 비교적 오래 작용하는 주사제다.

데포-프로베라 주 성분인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가 뇌수막종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이유는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뇌수막종 세포가 프로게스테론 계열 호르몬에 반응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 추정 원인으로 꼽힌다. 일부 뇌수막종에는 프로게스테론 수용체가 있어, 고용량 합성 프로게스토겐에 오래 노출되면 종양 세포의 성장이 자극될 가능성이 있다. 데포-프로베라처럼 장기간 작용하는 주사제는 체내 호르몬 자극이 오래 유지될 수 있어, 연구자들은 '고용량·장기 사용'이 위험 증가와 관련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밖에 피임법마다 주의해야 할 또 다른 부작용들이 있다. 데포-프로베라는 뇌수막종 위험 외에 월경 불규칙, 체중 증가, 두통, 기분 변화, 성욕 저하, 주사 부위 통증, 임신 가능 시기 회복 지연, 골밀도 감소가 부작용으로 알려졌다. 골다공증 위험이 있거나 장기 사용이 필요한 사람은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복합 호르몬 피임약·패치·질링처럼 에스트로겐이 포함된 피임법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안전하지만, 미국산부인과학회는 35세 이상 흡연자, 혈전·뇌졸중·심근경색 병력자, 전조증상이 있는 편두통 환자, 심혈관 위험인자가 많은 사람에게는 혈전·뇌졸중 위험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고지하고 있다.

따라서 피임법을 선택할 때는 자신의 나이, 흡연 여부, 편두통·혈전·암 병력, 골밀도 위험, 복용 중인 약, 장기 사용 계획을 의료진과 함께 따져야 한다. 또한 데포-프로베라 사용 중 시야 흐림·복시, 청력 저하, 이명, 후각 저하, 점점 심해지는 두통, 기억력 저하, 발작, 팔다리 힘 빠짐 같은 증상이 생기면 뇌수막종 가능성을 포함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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