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조현병 치료제 ‘클로자핀’, 뇌 미세구조 변화시킨다

효과있는 환자 신속하게 예측할 가능성 제시

왼쪽부터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문선영 교수, 조원익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석사. 사진=분당서울대병원

기존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조현병 환자의 최종 치료제로 불리는 ‘클로자핀’이 뇌의 미세구조를 실제로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특히 약물 투여 전 뇌의 상태를 통해 치료 효과를 미리 예측할 가능성이 제기돼,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보다 신속하게 선별해 적기에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에게 클로자핀을 투여한 뒤, 기존 MRI 분석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운 뇌의 미세구조 변화를 ‘질감 분석(Texture Analysis)’ 기법으로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조현병은 망상, 환각 등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중증 정신질환으로 대인관계·학업·직업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뇌 속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주된 원인으로 꼽히며, 보통 1차 항정신병약물로 치료한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의 약 30%는 여러 약물에도 차도가 없는 ‘치료저항성 조현병’을 겪는데, 이 경우 마지막 선택지로 클로자핀이 사용된다.

문제는 이 클로자핀마저도 환자의 40~70%에게는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이 많았다. 약물이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RI 영상을 구성하는 미세한 점들의 밝기 패턴을 분석해 구조 변화를 읽어내는 ‘질감 분석’ 기법을 활용했다.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 33명에게는 클로자핀을, 일반 조현병 환자 31명에게는 1차 약물을 각각 18주간 투여하며 치료 전후 뇌 MRI를 촬영해 질감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클로자핀을 투여한 그룹은 치료 반응 여부와 관계없이 좌측 뇌 안쪽영역(미상핵) 부위의 미세구조가 유의미하게 복잡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차 약물 투여 그룹에선 변화가 없었다. 이는 클로자핀 약물 자체가 조현병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미상핵의 미세구조를 직접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 주목할 점은 클로자핀에 반응을 보인 환자군과 그렇지 않은 환자군의 ‘치료 전’ 뇌 상태가 달랐다는 사실이다. 클로자핀에 효과를 본 환자들은 치료를 시작하기 전, 비반응군에 비해 좌측 미상핵의 미세구조가 덜 복잡한 상태였다. 또한, 반응군 내에서도 미세구조가 복잡했던 환자일수록 망상, 환각과 같은 증상이 더 크게 개선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약물 투여 전 뇌 MRI 분석만으로 클로자핀 치료에 누가 더 잘 반응할지 예측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불필요한 약물 처방을 줄이고 치료 시기를 앞당기는 단서가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치료저항성 조현병 환자는 최소 2가지의 1차 치료제를 시도한 뒤에도 반응이 없을 때 최후의 보루로서 클로자핀을 투여하게 되므로 치료가 늦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본 연구는 향후 클로자핀에 반응할 환자를 사전에 예측함으로써 불필요한 약물 처방을 줄이고 치료 시작 시기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및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정신의학 분야 권위지 《중개정신의학(Translational Psychiatr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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