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혈관 건강을 증진하려면 식물성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동물성 포화지방을 식물성 불포화 지방으로 대체하라.’
미국심장협회(AHA)가 3월 31일(현지시간) 발표한 2026년 ‘영양 지침(Nutrition Guideline)’의 핵심 부분이다. AHA는 1924년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에 따른 사망과 장애를 줄이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로, 심혈관 건강 증진을 위해 1961년부터 약 5년마다 ‘영양 지침’을 발표해왔다. 관련 의학연구를 지원하고 건강습관 교육을 제공하며 심폐소생술 등의 표준을 마련하는 등 심혈관과 관련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민간단체다.
심장협회, 식물성 단백질과 살코기 및 저지방 유제품 권장
AHA는 이번 영양 지침에서 채소, 과일, 통곡물이 풍부한 식단을 권장했다. 아울러 육류보다 콩류·견과류·씨앗류 같은 식물성 단백질 섭취를 우선시하도록 권고했다. 유제품은 전지방(Full-fat) 제품을 가급적 저지방이나 무지방 제품으로 대체하도록 제안했다. 아울러 붉은 고기를 섭취할 때는 되도록 살코기 부위를 선택하고, 가공육은 피하거나 소량 섭취하도록 충고했다. 이와 함께 설탕, 소금, 초가공식품 섭취를 제한하도록 권유했다.
1월의 연방정부 식생활 지침은 붉은 고기와 동물성 지방 섭취 권장
문제는 AHA의 영양 지침이 미국 보건복지부(HHS)와 농무부(USDA)가 지난 1월 7일 발표한 ‘2025~2030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DGA: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과 일부 배치된다는 사실이다. DGA는 고도 가공식품을 줄이고 가공하지 않은 단백질, 채소, 과일, 통곡물, 유제품 중심의 식단을 권장했다는 점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장 건강을 위해 김치와 독일·중동유럽의 발효양배추인 사워크라우트, 카프카즈 지역에서 유래한 발효유 케피어 등 발효 식품을 섭취하도록 공식 명기한 것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영양가가 높은 ‘진짜 음식(Real Food)’ 섭취를 강조하면서 소고기·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와 함께 전지방 유제품과 버터 등 동물성 지방 섭취를 권장했다는 점에선 논란을 불렀다. 이 부분은 영양에 대한 기존 인식과 다르다는 비판을 받았다. 과학 연구의 결과는 건강을 위해선 붉은 고기와 전지방 유제품, 그리고 동물성 지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지난 1월의 식생활 지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에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이 추진 중인 보건 및 식품 개혁 프로그램인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MAHA: Make America Healthy Again)’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MAHA는 케네디 장관의 개인적 소신이 많이 반영돼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심장협회 영양 지침, 연방정부 식생활 지침과 정면 충돌
AHA의 영양 지침은 바로 이 부분에서 연방정부의 식생활지침과 확연히 다르다. 연방정부의 지침은 소고기·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와 전지방 유제품, 그리고 버터 등 동물성 지방 섭취를 권장한다. 하지만 AHA는 이 부분에서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유는 이들 동물성 지방이 심장혈관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AHA는 동물성 지방을 불포화지방이 풍부하게 든 식물성 지방으로 대체할 것을 권유한 것이다.
연방정부는 포화지방 포함 비가공식품 섭취에, AHA는 불포화지방에 무게

결과적으로 미 연방정부의 식생활 지침이 포화 지방을 포함한 비가공식품 섭취에 무게를 두었다면, AHA는 불포화 지방 섭취를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생화학적으로 포화 지방과 불포화 지방이 인체의 주는 영향력은 서로 상반된다.
포화 지방은 상온에서 고체 상태인 지방을 가리킨다. 육류의 지방이나 유제품인 버터, 그리고 팜유(야자유)에 많이 함유됐다. 팜유는 식물성 기름 중 상온에서 고체 상태인 거의 유일한 지방이다. 포화 지방은 간에서 LDL(Low-density Lipoprotein: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의 분해를 방해하기 때문에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된다.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은 비교적 가벼워서 혈관벽에 쉽게 침착해 쌓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혈관벽이 좁아지면서 동맥경화와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불포화 지방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지방이다. 올리브유·아보카도유를 비롯한 식물성 기름과 견과류, 등푸른생선 등에 풍부하게 들었다. 불포화 지방은 인체 내에서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 수치를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High-density Lipoprotein: 고밀도 지단백) 수치를 높인다. 비교적 무거운 HDL은 혈관 벽에 달라붙은 LDL을 청소하고 혈액 속의 노폐물을 흡착, 배출해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 심혈관 질환 예방에 중점을 두는 AHA가 이처럼 예방 효능이 있는 불포화 지방의 섭취에 무게를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연방정부인 보건복지부와 서로 다른 식생활·영양 지침에 소비자는 헛갈릴 수 있다. 하지만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과 관련한 과학적 진실을 보면 답은 분명해진다. 민간 비영리 단체인 AHA가 순수 과학적인 입장에서 중심을 잡아준 셈이다. 100년 전통의 과학·의학 단체에는 MAHA와 같은 정치적 입김이 통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