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근경색을 겪은 후 안정기에 접어든 환자가 재발 방지를 위해 관행적으로 복용하던 ‘베타차단제’를 중단해도 사망이나 재발 위험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40년 이상 지켜온 표준 치료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임상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어서 CNN등 주요 외신에도 대대적인 보도가 나올만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은 국내 26개 의료기관과 협력해 진행한 대규모 임상 연구 결과를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JM)》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 심장학회 연례 학술대회(ACC.26)》에서 동시에 공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베타차단제는 아드레날린 분비를 억제해 심박수와 혈압을 낮추는 약물로, 그간 심근경색 후 재발을 막는 핵심 치료제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기존의 가이드라인은 관상동맥중재술(PCI) 등 심혈관 치료나 약물 요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수십 년 전 연구에 기반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현대 의료 환경에서 안정적인 환자에게 이 약물을 무기한 투여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베타차단제는 장기 복용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약물이지만 피로, 어지럼증, 구강 건조 또는 안구 건조와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드물게 성기능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심근경색 후 최소 1년 이상 약을 복용하고 심부전이 없으며 좌심실 박출률 40%이상인 환자 2540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을 약물 중단 그룹과 지속 그룹으로 무작위 1:1 비율로 배정해 평균 3.1년간 추적했다. 그 결과 심장마비 재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은 약물 중단 그룹에서 58명(7.2%)에게 발생했으며, 약물 지속 그룹에서는 74명(9%)에게 발생했다.
즉, 심장 기능이 보존되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환자에서는 베타차단제를 장기간 유지하지 않아도 임상적으로 안전할 가능성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특히 약물 부작용으로 삶의 질이 떨어졌던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 책임자인 한 교수는 “상태가 안정된 심근경색 환자는 베타차단제를 계속 복용하는 것과 중단하는 것 사이에 치료 효과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제한점이 있지만 심근경색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불필요한 약물의 장기 복용을 중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최기홍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근경색 치료 환경이 크게 발전하면서 과거와 달리 심장 기능이 비교적 잘 보존된 환자가 많아졌다”며 “이번 연구는 이런 환자에서 베타차단제를 장기간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임상적 근거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