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거미 보면 깜짝, 한국인 250만명...곧 쓸 수 있는 새 치료법 나왔다

오스트리아 그라츠공대 연구팀, 뇌파까지 측정하는 가상현실(VR) 치료법 개발/종전 VR 치료법에 날개 단 셈

거미공포증 환자는 거미와 마주쳤을 때 강렬한 공포를 느끼며 땀흘림, 심박수 증가, 호흡 곤란 등 신체적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가상현실(VR)에서 거미를 마주할 때 느끼는 공포의 정도를 뇌파로 실시간 측정해 자극의 강도를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됐다. 지금까지의 VR 치료법에 뇌파 측정을 더해 치료 효과를 크게 높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거미공포증 환자가 가상현실(VR)에서 거미를 마주할 때 느끼는 공포의 정도를 뇌파로 실시간 측정해 자극의 강도를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됐다. 오스트리아 그라츠 공대(TU Graz) 신경공학연구소 셀리나 C. 브리스네거 교수팀은 거미공포증 치료를 위한 신경 적응형 VR 시스템(VRSpi)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가상현실 노출 치료(VRET) 중 환자의 뇌파(EEG)와 심박수를 분석해 불안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맞춰 거미의 수나 크기 등 자극의 세기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치료 시스템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가상현실 치료에서는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공포 수치에 의존해 치료사가 강도를 조절했다. 이번에 개발된 치료 시스템은 뇌파 검사에서 나타나는 ‘전두엽 알파파 비대칭’ 현상을 지표로 삼는다. 사람이 불안을 느끼면 뇌의 우측 전두엽이 더 강하게 활성화되는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연구팀은 거미공포증 환자 21명을 대상으로 타당성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가상 지하실에서 거미 자극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뇌 활동이 우측 전두엽 쪽으로 뚜렷하게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춘 ‘정밀 노출’이 가능해져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뇌파 측정용 캡을 착용하는 방식이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앞으로 이어폰형 EEG 시스템 등 소형화된 웨어러블 기기로 측정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상용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연구 결과(VRSPi: Development of a neuro-adaptive VR exposure therapy system for arachnophobia)는 최근 국제 학술지 《인간 신경과학 프런티어(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에 실렸다.

동물공포증은 거미 등 곤충, 뱀 등 파충류, 조류, 개, 고양이 등에 대해 비이성적이고 과도한 공포, 혐오감을 느끼는 불안장애다. 거미공포증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흔한 동물공포증에 속한다. 거미 공포증은 거미를 단순히 싫어하는 수준이 아니다. 거미를 보거나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극도의 불안과 신체적 공황 증상을 보이는 병이다.

국내 역학 조사 등을 종합하면 한국 성인의 거미공포증 평생 유병률은 약 4.8%~5.2% 수준이다. 이를 한국 인구에 대입하면, 평생 한 번 이상 거미공포증을 겪는 인구는 약 246만~266만 명에 이른다. 현재 시점에서 증상을 겪고 있는 1년 유병률도 4.1%로 보고됐다. 약 212만 명이 거미공포증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셈이다.

거미공포증 환자는 거미와 마주쳤을 때 터무니없이 강렬한 공포를 느끼며 땀흘림, 심박수 증가, 호흡 곤란 등 신체적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진화 심리학적으로는 독이 있는 생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생존 본능이 과도하게 발현된 결과로 보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나 공포 기억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거미공포증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거미에 대한 왜곡된 사고 패턴을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CBT)가 활용된다. 특히 최근에는 실제 거미 대신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해 단계적으로 공포 대상에 노출하는 가상현실 노출 치료(VRET)가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환자가 통제된 안전한 환경에서 거미와 마주하며 공포를 극복하게 돕는 이 방식은 기존 노출 치료의 심리적 문턱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미공포증은 서울대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한양대 구리병원 등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기존 VR 치료와 이번에 개발된 ‘VRSpi’ 시스템은 무엇이 다른가요?

A1. 기존 VR 노출 치료는 환자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말로 표현하면 치료사가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반면 VRSpi는 뇌파(전두엽 알파파 비대칭)와 심박수 같은 생체 신호를 실시간 분석해, 환자가 느끼는 공포 수준을 자동으로 파악하고 자극 강도를 조절합니다. 즉,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몸의 반응을 기반으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습니다.

Q2. 뇌파를 이용해 공포 수준을 측정한다는 게 실제로 가능한가요?

A2. 가능합니다. 사람이 불안을 느끼면 우측 전두엽의 활성도가 증가하는 것이 신경과학 연구에서 잘 알려진 현상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참가자들이 VR 속 거미 자극이 강해질수록 뇌 활동이 우측 전두엽으로 이동하는 패턴이 명확하게 관찰됐습니다. 이를 지표로 삼아 공포 수준을 정량적으로 판단합니다.

Q3. 한국의 거미공포증 환자가 정말 250만 명이나 되나요?

A3. 네, 한국 내 연구에서 평생 유병률이 4.8~5.2%로 보고됩니다. 2024년 한국 인구(약 5121만 명)에 적용하면 약 246만~266만 명, 즉 약 250만 명 정도가 평생 한 번 이상 거미공포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계산됩니다. 1년 유병률도 4.1%로, 약 212만 명이 현재 시점에서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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