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부산 터줏대감의 자존심…“봉생은 ‘과잉 진료’ 안 합니다”

장재원 봉생기념병원장, “신장·뇌혈관 등은 전국구…노인병 특화로 지역의료 허리 지킬 것”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전국 175곳을 ‘포괄2차종합병원’으로 선정했다. 1차 동네 병•의원과 3차 상급종합병원 사이에서 지역 필수의료의 ‘허리’ 역할을 맡을 우량 병원들이다. 웬만한 중증질환까지 포괄적으로 다 책임질 수 있는 병원이라는 뜻이다.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에선 모두 합해 30곳이 이런 병원에 뽑혔다.

부산 구도심권 대표 병원, 봉생기념병원도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3년 후, 2028년 하반기에 재평가를 받게 된다. 그때까지 병원에 생산적인 변화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올해 초, 병원 수장에 새로 오른 장재원 병원장(정형외과)에게 그 변화의 방향을 물었다.

장재원 병원장(정형외과). 사진=봉생기념병원

-병원이 올해 개원 77주년입니다. 부산 의료의 역사 같은 곳이죠. 이제 80주년을 향해 가는데….

“세계적인 미국 메이요클리닉의 행동 강령이 ‘환자의 필요를 최우선으로’입니다. 의사뿐 아니라 모든 직원이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우리 병원에는 정의화 의료원장(제19대 국회의장)으로부터 내려오는 특별한 마인드가 있습니다. ‘필요 없는 검사나 수술은 하지 말라’는 겁니다. 개원가에서는 솔직히 좀 오버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죠. 손가락 다쳤는데 MRI부터 찍는 곳도 있더군요. 봉생은 그런 걸 안 합니다. 병원 수익 측면에서 힘든 부분이 있겠지만, 이 원칙만은 버릴 수 없습니다.”

-봉생기념병원은 오랫동안 심뇌혈관·신장 분야에서 탁월한 실적을 올려왔습니다. 그런 것이 선정의 핵심 근거가 됐을 텐데요.

“대학병원에 비해 부족함이 없는, 오히려 능가하는 진료과가 여럿 있습니다. 신장내과의 콩팥 이식은 부울경 최다인 1422례(생체 1116례, 뇌사 306례, 혈액형 부적합 166례)로 전국 5위 안에 들고, 우수 인공신장실 인증에다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 역시 1등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신경외과도 이상훈 명예원장의 미세혈관감압술(MVD)이 4934례로 국내 3위, 뇌동맥류 수술이 4609례에 달합니다.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 10회 연속 1등급은 진단·치료·재활 전 과정이 우수하다는 뜻이고요. 심장 쪽도 심혈관 중재시술이 누적 1만8000례를 넘어섰죠. 혈관외과는 막힌 혈관을 응급으로 뚫는 수술을 하는 등 최근에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고요.

여기다 신경과 역시 외래 환자 규모로는 전국 최고 수준이고, 정신건강의학과도 대학병원 레벨을 넘어선다고 봅니다. 잘 되는 과를 더 키워야 병원 전체가 삽니다. 바로 그런 강점 분야에 대한 인력과 장비 지원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병원이 있는 동구는 부산에서도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입니다. 고령 환자 진료 경험이 특별히 많지 않은가요?

"외래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노인 환자가 많지요. 80대는 물론 90대도 적지 않습니다. 제가 있는 정형외과도 대부분 퇴행성 질환이나 낙상 골절 환자들이죠. 작은 병원에서는 이런 고령 환자 수술을 힘들어합니다.

노인 환자에 대해서는 우리가 경험도 풍부하고 노하우도 많습니다. 앞으로 후기 고령환자(75세 이상)의 복합질환에 대처하는 다학제 협진 시스템과 노인병 특화 클리닉을 활성화하려 합니다.

우리 병원 강점인 신경과·신경외과·신장내과가 사실 노인병과 직결되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폐렴(적정성 평가 4회 연속 1등급), COPD(9회 연속 1등급), 마취(1등급) 같은 성적도 고령 환자 진료 역량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것이죠. '노인 전문 병원'이라 부르기엔 좀 그렇지만, 노인 환자를 잘 보는 병원이라는 강점은 더 키워가려 합니다."

-이번 포괄2차종합병원 선정의 핵심은 지역의료, 필수의료 강화입니다. 중증질환이라도 웬만한 것은 다 여기서 해결하자는 취지인데요. 1차-2차-3차로 연결되는 의료전달체계를 복원하자는 의미도 있을 테고요.

“우리 병원은 다른 종합병원에 비해 중증 환자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특히 신경외과 환자가 오면 웬만한 건 다 커버(cover)됩니다. 다만 3차 상급종합병원(대학병원 등 부울경엔 8곳이 있음) 등으로 환자를 전원시킬 것이냐 여부는 여러 진료과에서 자체 역량에 맞춰 자체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ERCP(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가 필요한 환자는 그런 장비가 있는 병원으로 바로 전원을 시키는 것이죠. 우리가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되, 무리하게 붙잡아 환자를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중환자실과 응급 수술 역량은 어떤가요?

“중환자실은 외과계와 내과계를 구분해 운영하고 있고, 다른 종합병원에 비해 조금도 뒤지지 않습니다. 다만 중증 환자를 많이 보다 보니 응급실에서 올라와야 할 환자를 못 받는 경우가 간혹 있어요. 확장하고 싶지만, 물리적 공간과 중환자실 전문 간호사 확보 문제가 걸림돌입니다. 중환자실은 숙련된 인력들이 필요한데, 일반 병동보다 힘든 근무 조건 때문에 기피하는 경향이 있죠.

응급 수술은 신경외과, 일반외과에서 야간에도 활발히 합니다. 신장내과도 응급 투석이 빈번하고요. 각 과별로 야간·휴일 콜(call) 대기 당직이 있어 빠지는 진료는 없습니다. 응급실은 전문의만 다섯, 여섯 분이 계시고,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도 지정돼 있습니다.”

-올해 초 개관한 제3관은 감염병 대응 체계를 특별히 갖췄다고 하던데요?

“코로나, 메르스 같은 대형 감염병이 터지면 격리가 핵심인데, 기존에는 일반 환자와 같은 출입구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3관은 건물 자체가 분리돼 있어 일반 환자는 기존 건물, 감염병 환자는 제3관으로만 출입하게 해 접촉을 원천 차단할 수 있습니다. 2개 층 30개 병상을 격리병동으로 전환할 수 있고, 평소에는 일반 병실로 활용하다 팬데믹 상황에서 바로 전환하는 방식입니다. 부울경 종합병원 중 건물 자체를 완전 분리해 감염병에 대비하는 곳은 많지 않을 겁니다.”

부산 터줏대감의 자존심…“봉생은 ‘과잉 진료’ 안 합니다”
장재원 병원장은 “우리 만큼 노인 질환에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지닌 병원도 드물다”면서 “급속히 진행되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해 노인병에 특화한 진료 시스템을 또 하나의 강점으로 체계화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봉생기념병원

-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전략도 추진하고 있지요?

“이번에 ‘AI TRICS 바이탈 케어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환자의 생체 징후와 검사 결과를 AI가 종합 판단해, 심정지 등 위험 가능성이 높으면 EMR에서 미리 경고를 보내는 시스템입니다. 기존에는 ‘코드 블루’(code blue)가 뜬 뒤, 그러니까 심정지가 발생한 뒤에야 대응했다면, 이제는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도움이 되는 AI 헬스 시스템이 있다면 적극 도입하겠습니다.”

-같은 계열 동래봉생병원, 봉생힐링병원과의 연계 구상도 있으신가요?

“봉생힐링병원과는 이미 연계가 잘 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재활의료기관 인증도 받았고, 우수한 재활 물리치료사들이 일요일에도 치료하는 병원입니다. 우리 병원에서 수술과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는 봉생힐링병원으로 보내 기능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동래봉생병원은 같은 ‘봉생’ 브랜드로서 좀 더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3곳 병원이 데이터를 공유하고, 노인 환자 진료에서 공동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시너지가 있을 겁니다.”

-현직 정형외과 의사로서 환자들에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정형외과 진료를 보며 제가 좀 곤란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1차 병원에서 ‘골절이니 수술해야 된다’고 환자를 보내오는데, 제가 보기엔 깁스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수술 안 해도 되겠다’고 하면 오히려 ‘앞에 병원에선 수술하라 했는데 왜 그러느냐’며 못 미더워하는 거죠. 하지만, 그럴 때도 자신 있게 말해야 합니다. 꼭 수술 안 해도 된다고. 그게 환자에게 이익이니까요.

우리 병원은 1차 영상검사 적정성 평가 99점으로 1등급입니다. 필요한 검사는 정확하게 하되, 과잉 검사는 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이처럼 서울 큰 병원, 값 비싼 검사만이 꼭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환자분들도 그런 걸 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사진=봉생기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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