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침팬지는 훨씬 더 영리해져도 말하지 못한다...왜 그럴까?

[백우진의 심신 탐구]

영화 ‘아바타’의 나비족은 마오리어와 느낌이 비슷한 언어를 구사한다. 사진=아바타 홈페이지

사이언스 픽션(SF) 영화나 소설에서 언어는 주요 소재 또는 모티프로 다뤄진다.

영화 ‘아바타’에서 외계 행성 판도라의 나비족은 고유 언어를 구사한다. ‘나비어’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서던 캘리포니아대 언어학자 폴 프로머 교수에게 의뢰해 개발된 언어다.

우주선으로 지구에 온 외계인과의 교류를 다룬 ‘네 인생의 이야기’는 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로 제작됐다. 테드 창이 쓴 이 단편소설에서 언어학자인 주인공 루이스는 외계인과 소통하면서 외계인의 언어와 문자를 배운다. 루이스는 외계인의 문자를 이해한 이후 미래를 볼 수 있게 된다.

지구를 무대로 삼은 SF는 간혹 침팬지가 인간보다 지능이 뛰어나게 됐다는 상황을 설정한다. 이 경우 침팬지는 진화하면서 독자 언어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열등한 인간의 언어를 학습한다. ‘그렇다고 치자’는 상황 설정이니, 영상을 감상하면서 그 전제를 따질 일은 아니다.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중 한 장면.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설령 더 똑똑해져도 원숭이는 ‘언어 하드웨어’가 없어

외계인은, 만약 있다면, 자기네 언어로 말할 것이다. (이는 동어반복적이다. ‘외계인’이라는 인간 수준 또는 더 고등 생명체는 당연히 오래 전에 언어를 발달시켰을 테다.) 그러나 ‘침팬지가 사람처럼 말을 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침팬지는 물리적으로 사람만큼 다양한 소리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언어 하드웨어가 없는 것이다.

사람은 발성기관인 성대가 포함된 후두가 침팬지를 비롯한 다른 포유류보다 아래에 위치하고, 그 덕분에 생긴 공간을 활용해 음성을 여러 종류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후두가 높게 위치한 침팬지는 사람처럼 여러 자음과 모음을 발성하지 못한다. 침팬지 외에 다른 영장류와 포유류도 후두 위치 탓에 단조로운 소리만 낼 수 있다.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되풀이한다.’ 한때 생물학은 물론 사회학 등에서도 널리 받아들여졌던 주장이다. 독일 동물학자 에른스트 헤켈(1834~1919)이 이렇게 말했다. 헤켈은 배아의 발생 과정에서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가 진화한 역사가 나타난다며 이를 그림으로 제시했다. 이후 그 그림이 조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주장은 과학계에서 폐기됐다.

아기가 혀 짧은 소리부터 내는 까닭

다만 인간의 후두에서는 진화의 과정이 일부 반복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사람도 태어나서 돌이 되기 전 무렵까지는 침팬지처럼 후두가 혀와 거의 같은 위치에 높이 자리잡고 있다(이은희, 사람만이 말을 할 수 있는 이유, 프레시안, 2005.10.21.). 갓난아기는 구강과 후두가 이처럼 배치됐기 때문에, 지능이 아무리 빨리 발달하더라도 아기는 제 뜻을 소리로 표현하지 못한다. 아기가 자라면서 입안과 후두 사이의 관인 인두가 길어지고, 그러면서 후두 위치가 점차 낮아진다. 이렇게 해서 음성을 다양하게 낼 수 있는 하드웨어를 갖추면서 처음에는 ‘혀 짧은 소리’를 하다 점차 정확한 발성을 하게 된다.

후두 위치가 내려오면서 얻은 언어 능력은 위험을 수반한다. 섭취하는 음식이 목에 걸리는 사고의 위험이다. 음식에 기도가 막히는 사고는 유독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 다른 동물은 음식과 공기가 각각 분리된 식도와 기도로 나뉘어 들어가는 반면, 사람은 인두에서 후두에 이르는 구간을 음식과 공기가 공유한다.

인간은 언어를 획득하면서 질식 위험도 떠안았다

인두로 내려오는 음식이 기도에 들어가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후두개가 한다. 음식을 먹을 때 삼키는 동작을 하면 후두가 위로 올라오고 후두개가 기도 입구를 막는다. 기도를 음식으로부터 보호하는 이 동작은 1초 정도에 이뤄진다. 음식을 먹는 도중 말을 하려다 보면 사레가 들리는 것은 이 동작이 꼬인 가벼운 사고다. 사레보다 더 심하게 음식 덩어리가 기도로 넘어가면 더 큰 사고가 빚어진다.

대니얼 리버먼 하버드대 인류진화생물학과 교수는 이를 언어 능력을 얻으면서 얻게 된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리버먼 교수는 《우리 몸 연대기》에서 “이로 인한 사망 사고는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며 “미국에서 음식으로 인한 질식 사망은 자동차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의 10분의 1 정도”라고 전했다.

지금 침을 삼켜보라. 후두가 올라오고 후두개가 기도를 막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기도가 덮인 순간에는 숨을 쉬지 못한다. 우리에 비해 개는 먹는 동안에도 기도 보호를 별도로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개는 먹으면서 숨을 쉴 수 있고, 숨을 쉬면서 먹을 수 있다.

진화의 가지가 어디로 뻗어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침팬지도 수십만 년 뒤에는 후두 위치가 하강하면서 발성이 다양해질 수도 있겠네?’ 이렇게 상상할 수도 있다. 필자는 “가능하지만, 그 가능성은 극도로 희박하다”고 답한다.

사람의 후두가 내려온 데에는 직립 보행과 주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고개를 세우고 지내는 동물은 대부분 후두 위치가 아래로 이동한다고 할 순 없지만, 침팬지처럼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지내는 동물은 그런 진화 경로로 접어들 가능성이 낮다. 지난 수백만 년간 침팬지의 후두가 내려오지 않았다는 것이 그 방증이다.

‘혹성탈출’ 영화를 보고 침팬지의 지배를 걱정한 분도 계시리라. 이는 기우인데, 그 이유 중 하나만 대면, 침팬지는 물리적으로 언어를 구사할 수 없고 그래서 언어를 통한 사고의 고도화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경계할 대상은 침팬지가 아니라 인간이다. 더 가까이는 언어를 구사하면서 고도로(?) 사고할 수 있는 우리 자신이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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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hj*** 2026-02-04 08:28:03

    당연하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군요. 인가의 진화가 정말 신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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