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술 이후 환자를 가장 괴롭히는 합병증 가운데 하나는 뇌척수액(CSF) 누출이다. 경막(硬膜, Dura mater, 뇌를 감싸는 막)이 완전히 밀폐되지 않으면 수술 부위로 체액이 새고, 이는 감염 위험과 회복 지연으로 이어진다. 수술이 잘 끝났더라도 봉합이 완벽하지 않으면 환자의 예후가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이 오래된 난제를 겨냥한 새로운 해법이 국내 연구진으로부터 나왔다. 부산대 양승윤 교수 연구팀이 가시광선을 쬐는 것만으로, 빠르면 단 5초 만에 경막을 밀폐할 수 있는 조직 접착 패치를 개발한 것.

빛으로 뇌수술 상처를 봉합한다
기존에 나왔던 조직접착제의 한계는 분명했다. 적용 과정이 까다롭고, 접착 후 부피가 팽창하면서 주변 조직과 들러붙는 유착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뇌처럼 예민한 장기에서는 이런 단점이 심각한 합병증 위험으로 직결된다.
반면, 이번에 개발된 패치는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가시광선에 반응하는 광활성 접착 기술을 적용해 수술 부위에 올린 뒤 빛을 비추면 짧은 시간 안에 단단하게 밀착된다.
여기에 또 하나의 핵심 설계가 더해졌다. 패치의 양면에 서로 다른 기능을 부여한 ‘야누스(Janus) 구조’다. 한쪽 면은 경막에 강하게 달라붙는 접착 표면, 반대쪽은 주변 조직과의 마찰을 줄이는 윤활 표면으로 설계됐다. 덕분에 “붙일 곳엔 확실히 붙고, 붙지 말아야 할 곳엔 달라붙지 않는” 이상적인 봉합이 가능해졌다.
실험 결과도 인상적이다. 연구팀은 “이 패치가 기존 상용 조직접착제보다 최대 10배 높은 접착력을 보이면서도, 부피 팽창은 최소화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토끼 동물실험에서는 경막 밀폐 효과가 빠르고 안정적으로 유지됐고, 수술 후 뇌 조직 손상이나 누출 징후도 현저히 줄었다.
부산대 양승윤 교수팀, ㈜SNvia에 기술이전
이 기술은 연구실 성과에 머물지 않고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연구팀으로부터 원천기술을 이전 받은 부산 바이오 의료기기 기업 ㈜SNvia(에스엔비아, 대표 이강오)가 현재 대량 제조 공정과 임상 적용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측은 “2026년, 올해 상반기 비임상 시험을 마무리하고, 곧 식약처 및 해외 규제기관 기준에 맞춘 임상시험에 착수할 계획”이라 했다.
에스엔비아는 이미 질병관리청과 함께 두창(痘瘡, 천연두) 백신 패치, BCG 결핵 백신용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 패치 기술을 성공적으로 개발하여 주목받은 바 있다. 또한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와는 말라리아 백신 패치를 공동 개발하는 등 차세대 약물 전달 및 생체 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해왔다. 이번 신경외과용 패치는 에스엔비아의 기술력을 고부가가치 의료기기 분야로 확장한 핵심 성과다.
의료기기 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기술을 “뇌수술 봉합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접근”으로 평가한다. 뇌수술에서 조직 접착은 수십 년간 해결되지 않은 난제였지만 빛만으로 짧은 시간에 완전 밀폐가 가능하다면, 수술 시간 단축과 감염, 누출 합병증 감소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기 때문.
“5초만에 완벽한 방수 밀봉”
특히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단순히 ‘접착력이 더 센 패치’를 만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술 중 ‘봉합’이라는 행위 자체를 더 단순하고 안전하게 바꾸는 기술로 재정의했기 때문. 전 세계 수술실에서 공통으로 요구되는 키워드는 ‘빠르고, 정확하며, 합병증이 적은 치료’다. 빛으로 5초 만에 완성되는 경막 봉합은 이런 요구에 정면으로 응답한다.
이에 임상 현장에서도 쓰임새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강오 에스엔비아 대표는 “광경화성 히알루론산(HAMA-PA) 기반 패치는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고, 젖은 조직 위에서도 강력한 접착력을 유지한다”며 “이는 뇌수술뿐만 아니라 약물 전달, 세포 이식, 인공 조직 등 의료 전반에 걸쳐 다양한 확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임상에 실제 적용하기 전까지는 안전성과 재현성 검증을 먼저 받아야 하겠지만, 현재까지의 데이터만 놓고 보면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일 수 있다. 이 물질 하나로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수술실 표준 바꾸는 출발점 될 수도
뇌수술의 마지막 단계, 가장 조심스러워야 할 순간을 한 번의 빛으로 끝낼 수 있다면 수술 현장은 어떻게 달라질까? 국내 연구진의 이 작은 패치, 그것도 ‘메이드 인 부산’(Made in Busan) 기술이 수술실 표준을 바꾸는 출발점이 될지 주목된다.
이번 연구는 화학 공학 분야 국제 학술 저널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2026년 1월호에 ‘빛(비독성 가시광선)으로 작동하는 접착·윤활 이중 구조의 일체형 야누스 경막 봉합재(A monolithic Janus dural sealant with adhesive and lubricant surfaces activated by non-toxic visible light exposur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