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부산서 만든 韓美 합작 ‘말라리아 백신 패치’, 세계가 주목한다

에스엔비아-부산대-美 NIH/NIAID, 상온 보관 가능한 마이크로니들 백신 패치 개발

말라리아는 전 세계에 두루 퍼진 감염병으로 이를 박멸하려는 각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동남아 등에선 지금도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연간 수십만 명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년 전 세계에서 2억7000만 명이 감염되고, 60만 명이 목숨을 잃는다. 우리나라에도 매년 수백 명 환자가 발생한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

급성 열성 감염병, 말라리아다. 기후변화로 모기 서식 환경이 변하면서, 이제 말라리아는 더 이상 ‘열대 지방’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냉장고가 없어도, 의사가 없어도…”

현재 허가된 말라리아 백신 두 가지(GSK ‘모스퀴릭스’, 옥스퍼드 ‘R21’)가 있지만 한계가 있다. 예방 효과가 각기 30~40%, 60~70%에 불과하고, 냉장 유통과 보관이 필수적이며 의료진이 3, 4회 이상 접종해야 한다.

하지만 말라리아 환자가 가장 많은 아프리카 오지에는 냉장 시설과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 백신은 있어도 제대로 쓸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런데, 부산의 한 바이오벤처 ㈜에스엔비아(SNvia, 대표 이강오)가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 백신 패치로 이 난제를 풀려 한다. 주사가 아닌, ‘일회용 밴드’ 같은 제형으로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것이다.

1㎠ 크기의 마이크로니들 패치에 머리카락 정도로 가느다란 미세 바늘 수십 개가 박혀 있다. 피부에 붙이면 주사를 맞았을 때와 비슷하게 백신이 피부 속에 전달되어 면역반응이 유도된다.

㈜에스엔비아의 BCG 결핵백신 마이크로니들 패치. 사진=㈜에스엔비아

더 놀라운 건 보관 안정성이다. 일반 주사형 백신은 냉장 보관이 필수지만,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37℃의 고온에서도 4주가량 안정적으로 보관된다. 아프리카의 뜨거운 여름에도, 냉장고 없는 오지 마을에도 문제없이 공급할 수 있다.

‘자가 접종’도 가능하다. 의료진 없이 일반인도 스스로 붙일 수 있다. 따라서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대규모 접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백신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작동 원리가 기존 백신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 백신은 사람을 직접 보호하지만,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가 개발한 이 백신(Pfs230)은 모기에서 사람, 그리고 다시 모기로 이어지는 말라리아의 2차, 3차 전파경로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백신을 맞은 사람이 모기에 물려도, 모기의 몸속에서 말라리아 원충이 자라지 못하므로, 모기가 다른 사람을 물어도 더 이상 전파되지 않는다. 공동체 전체를 보호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집단 면역’을 유도하는 전파방지 개념의 백신(Transmission-Blocking Vaccine) 인 것이다.

부산-미국 3기관 협력이 ‘말라리아 백신 패치’ 개발 성공으로

이번 성과는 한미 3기관의 국제 협력으로 탄생했다. 먼저 미국 NIH/NIAID가 새로운 개념의 말라리아 백신 항원(Pfs230)을 개발했다. 여기에 부산대 양승윤 교수 연구팀과 ㈜에스엔비아가 이를 마이크로니들 패치에 코팅하는 제형화 기술과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대량 생산하는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부산대학교기술지주㈜(대표 강정은)로부터 이전 받은 기술을 더 갈고 닦은 것.

당초엔 NIAID가 한 유명 글로벌 제약사에 백신 패치 개발을 맡겼다. 하지만 수년에 걸친 개발에도 실패한 후, 부산대와 에스엔비아에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엔비아가 우리나라 질병관리청과 함께 두창(Smallpox)백신 패치를 개발한 성공 사례를 알고 나서다.

또 하나, 에스엔비아의 ‘적층코팅공정’ (Contact-Dispensing Coating) 기술도 크게 한몫 했다. 미세 바늘의 표면에 백신을 층층이 입히는 이 기술은 저온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백신 성분이 생산공정에서 변성되지 않고, 많은 양의 약물을 안정적으로 코팅할 수 있다.

말라리아 백신이 코팅된 마이크로니들 패치. 사진=㈜에스엔비아

제조 비용이 낮아지고, 생산 시간이 단축되며, 대량 생산이 수월하여 경제성도 우수하다. 게다가 다른 백신의 경우, 효과를 높이기 위해 꼭 넣어야 했던 면역증강제(Adjuvant)나 단백질 결합공정(Conjugation)이 없어도 충분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장점도 확인했다.

미국 학회(ASTMH) 전문가들도 주목하다

11월 9~13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미국 열대의학 및 위생학회(ASTMH)’ 2025년 연차 학술대회에서 양승윤 교수(부산대 바이오소재과학과)가 이 개발 성과를 발표했다<사진>. 수많은 눈과 귀가 여기에 모였다. 오랫동안 고민거리였던 난제를 해결한 성과였기 때문.

사진=부산대 양승윤 교수(바이오소재과학과)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다양한 유형의 신종 감염병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좀 더 안전하고 사용이 편리하며 보관 안정성이 향상된 마이크로니들 패치 백신 접종기술의 장점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물론, 한국의 대학과 한 작은 바이오벤처가 미국 연방정부 연구기관과 대등한 파트너로 협력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K-헬스의 도약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말라리아 백신을 넘어 다양한 백신과 치료제로도

무엇보다도 이번 말라리아 백신 패치는 시작에 불과하다. 마이크로니들 기술은 말라리아뿐 아니라 B형 간염, 홍역, 독감, 미래에 올 수 있는 새로운 감염병(Disease X)에도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 항체 치료제, 인슐린 같은 단백질 의약품도 이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가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는 대신, 패치를 붙이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

에스엔비아 이강오 대표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감염병 예방 백신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어디서나, 쉽게 접종할 수 있는 패치형 백신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부산의 한 바이오벤처가 만든 이 작은 혁신이 우리나라뿐 만 아니라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전세계 수억 명에게 큰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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