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의 망막은 몸속 혈관을 침습적 검사 없이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장기다. 눈 속 구조물이 대부분 투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러한 망막 혈관의 분포, 즉 혈관 밀도를 분석하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윤영희·양지명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 이승환 심장내과 교수, 양동현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가족력 등으로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으면서 안과 질환 때문에 망막 혈관 검사를 받은 성인 128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망막 혈관 밀도가 가장 낮은 그룹은 가장 높은 그룹보다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죽상경화 발생 위험이 최대 3배 높게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미국의사협회지 심장학(JAMA Cardi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죽상경화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지방과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으로,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등 치명적인 질환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2015~2020년 가족력·생활습관 등으로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있어 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은 환자 가운데 안과 질환으로 망막 혈관 검사(광간섭단층혈관촬영·OCTA)를 시행한 성인 1286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망막 혈관 밀도가 낮을수록 관상동맥 칼슘 점수, 죽상반 존재, 혈관 협착 정도와 같은 죽상경화 지표들이 뚜렷하게 증가했다. 특히 망막 표면에 그물망처럼 퍼져있는 '표재 모세혈관총'의 밀도가 핵심적인 예측 인자로 나타났다.
표재 모세혈관총의 혈관 밀도가 가장 낮은 그룹은 가장 높은 그룹보다 죽상경화 위험이 3배 이상 높았다. 폐쇄성 관상동맥질환(관상동맥이 50% 이상 좁아진 상태) 위험은 약 2.9배, 중증 관상동맥질환(관상동맥이 70~90% 이상 좁아진 상태) 위험은 약 3.3배, 심한 혈관 협착 위험은 3배 증가했다.
눈의 망막 혈관은 간단한 촬영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망막 혈관의 밀도가 낮다는 것은 전신적인 혈류 공급이 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망막 혈관 밀도가 관상동맥과도 연결성이 있어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반영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윤영희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망막 혈관 검사를 통해 무증상의 성인에서 관상동맥 죽상경화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지를 대규모로 분석한 것”이라며 “망막 혈관 검사는 안과 진료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어 향후 심혈관질환을 조기 선별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승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관상동맥 죽상경화는 대부분 무증상 상태를 유지하다가 급작스럽게 혈류 순환이 막힐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높다”며 “현재 무증상이더라도 가족력이나 생활 습관의 영향으로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거나 망막 혈관 밀도가 낮아져 있는 상태라면, 관상동맥 CT 검사상 죽상경화가 진행돼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