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낸 최고의 전사들이 새 무기를 장착했다. 다시는 이 같은 대재앙이 오지 않도록—아니 그럴 수 없다면 최소한 더 일찍, 더 정확하게 막아내기 위한 무기다.
22일 부산에서 열린 ‘제77차 대한예방의학회 가을학술대회’(22~24일, 부산 송도 윈덤그랜드호텔) 기조강연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상시 감시~조기 경보~신속 대응을 지원할 인공지능(AI) 시스템을 미리 갖춰야 한다는 것.
“조기 경보기를 가동하라”
정재훈 교수(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는 이날 기조강연에서 감염병 상시 감시를 위한 AI 활용 가능성을 강조했다. “생성형 AI, LLM의 등장이 역학과 공중보건 연구의 판을 바꾸고 있으며, 특히 팬데믹을 겪으며 신속·정확한 정보 분석의 결정적 가치가 검증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상 징후의 조기 탐지, 이질적 데이터의 통합 분석, 그리고 기술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정책 수립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다음에 다가올 팬데믹의 피해 규모는 ‘얼마나 빨리 포착하고, 얼마나 빨리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 경보가 뜨면 즉시 대응할 트리거가 작동하는 구조다.

“병원 밖에서 먼저 개입하라”
또한, 한민규 상무(카카오헬스케어,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초고령사회가 몰고 온 만성질환 쓰나미 앞에서 치료 중심의 낡은 시스템만으로는 우리 사회가 버틸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해법은 당뇨 환자를 위한 연속혈당측정기(CGM)처럼 연속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발병 이전에 위험을 예측하고 일상에서 개입(알림·코칭·연결)하는 루프를 표준화하는 것.
병원에서 하는 치료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하는 예방을 그만큼 중시하는 구조로의 전환이다. 팬데믹 같은 급성 감염 위기든, 기저질환 같은 만성 위기든 “빠른 경보, 빠른 개입”이 성패를 가른다는 점에서 이들 두 발표는 맥이 통한다.
“신뢰, ‘책임 공유’부터 설계하라”
그에 비해 유소영 교수(서울아산병원 빅데이터센터)는 조금 다른 포인트에 주목했다. 의료 AI에 특히 중요한 요소로 신뢰성과 사회적 수용성을 꼽은 것. 그는 “나날이 발전하는 AI의 ‘성능 점수’보다 AI를 운영하는 방식이 이를 결정한다”고 했다. ‘내재 품질’ 문제다.
이에 따라 행위자 중심 윤리도 중요하지만, 시스템·거버넌스 중심 윤리로의 전환이 중요해진다. 데이터 거버넌스, 위험 관리, 공유된 책임(shared accountability) 등 운영의 품질을 담보하는 요소들이다. AI 경보와 개입조차 그런 사회적 신뢰 위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예방의학회 홍영습 이사장(동아대 의대)는 이날 “AI 전환의 시대에 예방의학이 나아갈 방향을 다각도로 논의해 보려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통찰과 해법을 내놓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