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노인에게 쓰는 치매약이 청소년기 ‘이 병’에도 약발?

중증 알츠하이머 치료제 ‘메만틴’, 자폐스펙트럼장애 증상 완화 가능성

미국 연구팀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자폐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본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쓰이는 치료제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에게도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신경 발달 장애로, 주로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나타난다. 개인마다 증상의 종류와 심각도가 다르고 지적 능력과 언어 수준도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병명에 무지개의 다양한 색깔을 의미하는 ‘스펙트럼’이 붙은 것도 환자마다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 중 일부는 뇌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글루타메이트 수치가 발견된다. 글루타메이트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뉴런을 활성화해 흥분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글루타메이트가 신경체계를 과하게 흥분하도록 만들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인 반복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매스제너럴브리검(MGB)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메만틴염산염(이하 메만틴)’이 청소년기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들의 증상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글루타메이트 활성을 억제하는 메만틴의 작용 원리가 이들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8~18세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 33명을 각각 메만틴 복용군(16명)과 위약을 받은 대조군(19명)으로 나눠 임상 시험을 했다. 12주간 하루 1회 복용한 결과 메만틴 복용군은 16명 중 9명에게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 반응 검사’에서 25% 이상의 점수 향상이 나타났다. 이들 9명의 환자는 임상의사의 대면 평가에서도 ‘매우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메만틴이 환자들의 증상을 억제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더 쉽게 만들었다는 의미다. 대조군에서 검사 점수가 약간이라도 오른 환자가 19명 중 4명이었던 것과는 크게 다른 결과다.

특히 핵자기공명분광법(NMR)으로 뇌 속 글루타메이트 수치를 검사했을 때, 수치가 높은 환자일수록 메만틴에 대한 치료 반응 폭이 더 컸다. 메만틴 복용군에서 수치가 가장 높았던 10명 중 8명이 유의미한 치료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다만 글루타메이트 수치가 내려갈수록 치료 효과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경미한 두통이나 불면 등을 호소한 환자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심각하거나 치명적인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며 “글루타메이트 수치가 높은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하게 시도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의 가능성이 생긴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지나치게 적은 표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중·장기 효과를 확인하는 등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의사협회저널 정신의학(JAMA Psychiatry)》 최근 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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