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국내 연구진, mRNA 백신 작동 원리 세계 첫 규명

김빛내리 IBS 단장팀, 사이언스에 발표..."면역·세포신호에도 새로운 연구방향 제시"

김빛내리 IBS RNA 연구단장(교신저)과 김명환 IBS RNA 연구단 연구원(제1저자). 사진 = IBS

국내 연구진이 mRNA(전령 리보핵산) 백신이 인체 세포 내에서 작동하는 구체적인 원리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mRNA 기반 치료제의 효능과 안정성을 높이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서울대 생명과학부 석좌교수) 연구팀이 mRNA 백신의 세포 내 전달과 분해를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들을 찾아내고, 그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온라인판에 같은 날 게재됐다.

mRNA는 우리 몸속 DNA가 가지고 있는 단백질 설계도를 세포질 속의 ‘리보솜’이라는 단백질 공장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기술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활용되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최근에는 암 백신과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등으로 응용 분야가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입증되었듯이 mRNA 기술은 감염병 대응은 물론, 암 백신, 면역 치료, 유전자 치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어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하지만 그간 mRNA가 인체에 투입된 후 세포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또 어떻게 분해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작동원리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의 핵심 성분 중 하나인 ‘N1-메틸수도유리딘’(m1Ψ)이라는 변형 염기가 어떻게 mRNA 안정성을 높여 백신의 효능 향상을 이끌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적었다.

이에 연구팀은 mRNA를 제어하는 세포 내 인자들을 찾아내고자 약 2만 개의 유전자를 대상으로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한 대규모 유전자 제거 실험(녹아웃 스크리닝)을 진행했다. 이 기술은 특정 유전자를 선택적으로 제거한 뒤, 그 유전자가 세포 내 반응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대규모 유전자 제거 실험 과정 [사진=IBS]
mRNA가 인체에서 작용하는 과정 [사진=IBS]

연구 결과, mRNA가 세포 안으로 들어가고 단백질로 바뀌기까지의 중요한 단계들이 드러났다. 먼저, 세포 표면에 있는 ‘황산 헤파란(Heparan sulfate)’이라는 당단백질이 mRNA를 감싼 지질나노입자(LNP)와 결합해 세포 내부로 유입을 돕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지질나노입자는 mRNA를 보호하면서 세포로 안전하게 전달해주는 일종의 운반체다.

세포 안에 들어간 지질나노입자는 ‘소포체’라는 작은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는데, 이때 'V형 아데노신삼인산(ATP) 가수분해효소'(V-ATPase)가 핵심 역할을 한다. V-ATPase는 소포체 내부를 산성화시키고 지질나노입자가 양전하를 띠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소포체의 막이 일시적으로 파열되는데 그 틈을 통해 mRNA가 세포질로 빠져나오게 된다. 이렇게 방출된 mRNA는 단백질로 발현되며 백신으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연구의 또 다른 중요한 발견은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 외부에서 들어온 mRNA를 ‘침입자’로 인식해 제거하는 과정이다. 연구팀은 ‘TRIM25’라는 단백질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며, 특히 소포체가 파괴되며 방출되는 ‘양성자 이온’에 의해 이 단백질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TRIM25는 외부에서 유입된 RNA를 정확히 찾아내 절단하고 분해하는 기능을 한다.

코로나19 백신에 쓰인 ‘N1-메틸수도유리딘’이 들어간 mRNA는 TRIM25가 잘 결합하지 못해 분해가 어렵다는 사실도 이번에 확인됐다. 이는 이 변형 염기가 선천적인 면역 반응을 회피하면서 백신의 효능을 높이고, 더 오랫동안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mRNA 기술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하고, 다양한 질환에 맞춘 맞춤형 치료제로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mRNA 백신의 세포 내 작동 원리를 최초로 밝혀냄으로써 mRNA 치료제의 효능과 안정성을 한 단계 높여갈 이론적 토대가 마련됐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빛내리 단장은 "양성자 이온이 면역 신호 전달 물질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하고 외부 침입자에 대항하는 세포의 방어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한층 넓혀 RNA뿐 아니라 면역과 세포신호 분야에도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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