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른 게 부모 마음인데, 우리는 그게 공포가 되곤 해요.”
이은영 한국 프래더 윌리 증후군 환우회 회장은 환자와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회장은 “다른 장애는 경사로 설치나 승강기처럼 눈에 보이는 배려가 가능한데 프래더 윌리는 식욕을 통제해야 하다 보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며 “가족들이 아무리 철저하게 관리해도 학교나 사회 환경까지 바꾸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가 말한 병, 끊임없이 배고픔을 느끼는 희귀질환인 프래더 윌리 증후군(PWS)의 첫 치료제가 미국에서 탄생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6일(현지시각) 미국 제약사 솔레노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경구용 과식증 치료제 ‘비캣XR(Vykat XR)’을 4세 이상의 아동과 성인 프래더 윌리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승인했다.
프래더 윌리 증후군은 15번 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신생아 때부터 머리를 가누거나 젖을 빨기 어려워하는 근육 긴장 저하 증상이 나타나고, 이후에는 끊임없는 배고픔을 느끼는 과식증과 함께 지능 장애가 발생한다. 비만과 당뇨, 심혈관 등 여러 합병증을 유발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지금까지는 식사 제한이나 환경 통제, 심리적 중재 등으로 증상을 관리해 왔다. 하지만 이런 방식만으로는 지속적인 배고픔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다. 2000년 성장호르몬이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그 이후로도 식욕 자체를 조절할 수 있는 약은 없었다. 그러다가 25년 만에야 첫 치료제가 허가를 받은 것.
이번 FDA 승인은 환자 12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참가자들은 평균 3년 3개월 동안 비캣XR을 복용했고, 이후 일부는 위약으로 전환돼 약물의 효과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비캣XR 복용군은 위약 복용군에 비해 과식증 증상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이 약은 뇌에서 배고픔을 유발하는 신경 신호를 억제함으로써 환자가 끊임없이 느끼는 공복감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비캣 XR은 4월부터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치료제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 희귀질환자 통계연보에 따르면 프래더 윌리는 국내에서도 매년 20~3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한다. 환우회 등록 인원은 약 300명이지만, 과거에 진단되지 못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은 “2000년 초반만 해도 의사들이 3~4년이면 치료제가 나온다고 해서 기다렸는데, 어느덧 25년이 흘렀다”며 “이번 FDA 승인은 환자들과 가족들에게는 정말 희망적인 소식이고, 국내에서도 하루빨리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