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때같은 아이들을 이렇게 보내야만 합니까?

[이성주의 건강편지]세월 호의 선장

생때같은 아이들을 이렇게 보내야만 합니까?

온종일 울가망했습니다. 기도하다가도 답답한 가슴, 가끔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주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회사 동료는 ‘어른임이 부끄럽다’고 했습니다.

깜깜한 바다에서 생때같은 아이들이 얼마나 우리를 원망했을까, 고개가 저절로 절레절레 흔들렸습니다. 왜 늘 이럴까요? 왜 우리는 늘 꽃다운 아이들을 이렇게 보내야만 하는 것일까요?

여성과 어린이들을 먼저 구명보트에 태우고 ‘타이타닉’ 호와 운명을 같이한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의 이야기를 이 편지에서 소개한지 이틀 만에 사고가 일어났기에 더 가슴 아픕니다.

‘세월’ 호의 선장은 못난 걸까요, 악한 걸까요? 운항을 잘못해 사고를 내놓고도, 승객들에게 꼼짝하지 말라며 죽음의 길로 내몰고, 자신은 먼저 탈출해서 병원에 입원하다니…. 병실에서는 젖은 지폐를 말리다가 기자에게 “나는 승무원일 뿐이어서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지요? 선장과 선원들이 승객의 생명을 구하는 노력을 조금만 기울였다면….

더 가슴 아픈 것은 그것이 우리의 민낯이라는 것입니다. 대형사고만 나면 드러나는!

평소 우리는 안전과 생명, 품격에 무관심합니다. 우리나라 최대 여객선을 운항하는 회사는 그에 맞는 영예가 아니라 돈이 최우선이었습니다. 배를 개조해놓고도 만일에 대한 대비가 없었습니다. 승무원의 사고 대비 교육도, 매뉴얼도 없었습니다. 해경이 구명조끼 입기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아무 안내도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제 자리에 맞는 자질을 갖추지 않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습니다. 오로지 낮은 자리만 탓합니다. 대한민국 최대 여객선의 선장은 교양, 지식, 정의를 갖춘 신사가 아니라 시정잡배였습니다. 2012년 이탈리아의 코스타 콩코르디아 호가 침몰했을 때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선장에게 2697년형이 구형됐는데, 이보다 훨씬 피해가 큰 사고를 내고 파렴치하게 도망쳐놓고는 처음에는 자기 잘못도 몰랐습니다.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명정을 쇠줄로 묶어놓아 긴급 시 사용할 수가 없었는데도 두 달 전 안전점검에서 아무 문제점도 없는 걸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그냥 일상이었을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사고 예방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방독면 착용방법, 심폐소생술 등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민방위훈련도 귀찮은 멍에로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안전과 규칙을 따지는 정상인을 이상하게 취급하는 것이 우리 모습이지 않나요?

인터넷 기사에서 눈으로 믿기 힘든 ‘악플’을 보는 것도 괴로웠습니다. 모두 돈에 미쳐, 경쟁에 미쳐 사람의 본성을 잃고 있는 데도, 우리의 생명과 행복에 대해 말하는 목소리는 너무 낮습니다.

그러나 승무원 중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양보하다 목숨을 잃은 박지영 씨 같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22세의 나이였지만 69세의 선장보다 어른이었습니다.

인숭무레기, 천둥벌거숭이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이 얼토당토 않은 일에 분노하고, 가슴 아픈 부모들과 아픔을 함께 하며 울었습니다. 이에 더해 우리의 민낯을 부끄러워하고 이제 정말 소중한 것에 관심을 갖게 되기를, 이제는 정말 정말 잊지말고 바꾸게 되기를….

무엇보다, 제발,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언론에서 과학으로 설명했던 것이 모두 헛소리가 되도록, 여객선 선실의 승객들이 모두 하나씩 하나씩 살아서 구조되는 꿈,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학생들은 승무원의 말을 따르지 않고 선실밖으로 나왔으면 살았을 건데, 어른을 믿은 죄밖에 없는 이 어린 학생들이 꼭 살아나오기를, 하늘이시어!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실천방안 10가지

①학교와 학부모회, 회사, 아파트 주민회 등은 늘 안전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점검한다.
②학교와 학부모회, 회사, 아파트 주민회 등은 안전사고 매뉴얼을 갖춘다.
③안전사고 매뉴얼을 만들 때에나 특정 행사를 열 때에는 예상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가정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습관을 들인다.
④기차, 지하철, 비행기 등에서 안전매뉴얼을 읽고 모르는 점은 승무원에게 묻는다.
⑤수학여행이나 대학생 행사, 기업연수 등 각종 행사 때 예상 가능한 위험요인을 체크하고 대책을 세운다. 특히 수학여행은 교육의 연장선이다. 안전교육을 우선하는 것이 당연하다.
⑥교통규칙을 철저히 지킨다.
⑦스쿨 존 서행은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부터’.
⑧어린이나 청소년이 도움을 청하거나 위험에 빠진 낌새를 느끼면 외면하지 말고 적극 도와준다. 자신이 위험하다 싶으면 경찰에 신고한다.
⑨시민이나 학부모 차원에서 주위의 위험요인은 적극 신고한다.
⑩가정에서 생명의 중요성과 안전에 대해 자주 대화한다. 부모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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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음악

오늘은 아직 마음의 구름이 가시지 않네요. 땅이 꺼지는 그분들의 슬픔을 나누고 싶습니다. 기타의 신’ 에릭 클랩톤과 레드 제플린 출신의 세계 최고 보컬 로버트 플랜트가 각각 어린 아들을 여의고 슬픔을 담은 노래입니다. ‘Tears in Heaven’과 ‘All of My Love’입니다. 마지막 노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냈을 때’라는 멜라니 샤프카의 ‘The Saddest Thing’입니다.

♫ Tears in Heaven [에릭 클랩톤] [듣기]
♫ All of My Love [로버트 플랜트] [듣기]
♫ The Saddest Thing [멜라니 샤프카]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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