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세 장수를 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이 오래 살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는 것은 흥미롭다. 전 세계에서 4000명 중의 한 명꼴인 100세 장수 성공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장수 비결은 과학적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그 자체로 희귀한 증언이기 때문이다.
유엔 경제사회국 인구국 자료에 따르면 1950년 전 세계 인구의 0.002%였던 100세 이상 생존자 비율이 1990년 0.012%, 2000년 0.014%, 2010년 0.015%를 거쳐 2020년 0.025%로 높아졌다. 특히 2010년 이후 100세 장수자 비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100세를 맞은 유명인들은 어떤 비결을 말하고 있을까. 호주에서 발행되는 과학·의학 전문 온라인 매체인 ‘사이언스알러트(ScienceAlert)’는 지난해 12월 13일 100세를 맞은 미국 할리우드 배우 딕 밴 다이크가 장수 비결로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절대 화를 내지 않는 습관’을 꼽았다고 지적했다. 발언과 저서를 인용해서다. 밴다이크는 자신의 주장하는 장수 요인을 “나는 절대 기분 나쁘게 깨어나지 않는다”라는 말로 요약했다.

그는 100세 생일을 하루 앞두고 『100세까지 사는 100가지 규칙: 낙천주의자가 알려주는 행복한 삶(100 Rules for Living to 100: An Optimist's Guide to a Happy Life)』이라는 장수 건강서도 출간했다.
반다이크가 100세 장수한 것은 그가 살아온 궤적을 보면 기적에 가깝다. 건강을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한 게 아니라 유쾌하게 즐거움을 좇아 살아왔기 때문이다. 술은 한마디로 25년간 주당으로 살았다. 심지어 알코올 중독까지 이르러 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비로소 멀리하게 됐다. 흡연을 하면서 쉽게 끊지 못해 오랫동안 니코틴 껌을 씹으면서 지냈기 때문이다. 개과천선한 삶이 그를 100세 장수로 이끈 셈이다.
자신의 잘못은 아니지만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87세 때인 2013년 8월에는 로스앤젤레스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운전하던 차량에 불이 붙었다. 다행히 지나던 차량의 운전자에 의해 간신히 구조됐지만 차는 전소됐다.
98세 때인 2024년 12월에는 캘리포니아 산불로 말리부에 있는 자택에서 대피했다. 열기와 연기, 그리고 피로 때문에 반다이크는 걸어서 이동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다행히 이웃들의 도움으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두 달이 지난 2025년 1월에는 펠리세이드 산불로 인해 또 다시 집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이런 고난에도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화내지 않는 자세와 행동이 그의 장수를 이끈 요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반다이크는 1964년에 개봉한 ‘실사 애니메이션(영화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영상 장르)’ 작품인 뮤지컬 판타지 코미디 ‘메리 포핀스’에 줄리 앤드루스와 함께 출연하면서 유명해진 배우다.
‘메리 포핀스’로 장편영화에 데뷔하면서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까지 받은 줄리 앤드루스는 그 여세를 몰아 이듬해 ‘사운드 오브 뮤직’에 출연해 세기의 배우로 남았다. 한국에서도 ‘메리 포핀스’라는 몰라도 ‘사운드 오브 뮤직’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반다이크는 영화와 뮤지컬 무대, 텔레비전을 넘나드는 맹렬한 활동으로 에미상 6회, 그래미상 1회, 토니상 1회를 받은 미국의 배우·코미디언·가수·댄서다.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건강과 장수에 대한 책을 여러 권 펴내면서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반다이크의 말은 사실 개인적이고 피상적인 주장을 넘어선다.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어서다. 아일랜드 RCSI 의학·보건과학대 ‘긍정 건강센터’의 욜란타 버크 교수는 지난해 12월 독립적인 비영리 뉴스 분석·해설 사이트인 ‘더컨버세이션’에 밴다이크가 주장하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장수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과학적 연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긍정은 수명을 최대 15% 늘려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버드대 TH 챈 보건대학원 사회행동과학부와 보스턴대 의대 정신의학과의 공동연구 결과 여성의 경우 낙관적인 수준이 가장 높은 집단에 속한 사람이 가장 낮은 집단에 포함된 사람보다 수명이 14.9%(95% 신뢰 구간)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낙관성과 수명과의 관계는 경제·사회적 수준이나 다른 질병 정도와 무관하게 나타났다.
낙관적인 사람은 85세 이상 초장수자에 포함될 가능성도 높았다. 낙관성이 가장 높은 집단은 가장 낮은 집단에 비해 85세까지 생존할 확률이 여성은 1.5배, 남성은 1.7배 각각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76~2004년 ‘간호사 건강 연구(NHS)’에 참가한 여성 간호사 6만9744명과 1961~1986년 ‘정상 노화 연구(NAS)’에 참여한 남성 재향군인회 회원 1429명을 대상으로 각각 2014년과 2016년까지 사망 여부를 추적한 결과다. 연구 결과는 2019년 8월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낙관주의는 남녀를 대상으로 한 두 개의 역학 코호트 연구에서 매우 긴 수명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Optimism is associated with exceptional longevity in 2 epidemiologic cohorts of men and women)’는 논문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유명 장수 쌍둥이 자매인 나리타 킨(成田金: 1892~2000)과 카니에 긴(蟹江銀: 1892~2001년) 할머니의 장수 비결이 유명하다. 힐머니들은 생전에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각각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것’과 ‘생선을 먹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들은 각각 107세와 108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 방송 출연에서 건강하고 유쾌하며 거침없는 모습으로 전 세계에 장수의 꿈과 희망을 실어줬다.

지난 5월 8일로 만 100세를 맞은 영국의 세계적인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자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다른 비결 없이 ‘운’이라고 답했다. 100회 생일에는 별다른 장수 비결에 대한 발언이 없었지만 2016년 90세 생일을 앞두고 가디언지와 인터뷰할 때 평생 지구촌의 자연을 살펴온 생태과학자 입장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많은 사랑하는 사람이 노화로 고통받는 동안 자신은 여전히 인지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한 이유에 대해 “기독교적 미덕 때문이 아니라 단지 운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 BBC방송을 기반으로 70년 동안 자연·환경·생태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일해왔다. 그 과정에서 인간을 포함해 지구에 사는 생물을 상세히 관찰하면서 삶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줬다. 그의 발언이 냉소적으로 들리지 않은 이유다.

형인 배우 겸 영화감독 리처드 애튼버러(1923~2014)도 91세 생일을 닷새 앞두고 숨졌을 정도로 장수했다. 심장질환과 뇌졸중을 앓게 되자 살던 집고 수집한 미술품의 대부분을 정리하고 요양병원으로 옮긴 다음이었다. 그는 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서 복제 공룡 테마파크인 쥬라기 공원의 소유주 존 해먼드 역으로 나온 배우이자 ‘간디’ ‘머나먼 다리’ 등을 연출한 세계적인 감독이다. 1982년 영화 ‘간디’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등 아카데미상 2개를 받았으며 연기와 연출 등으로 영국 아카데미상(BAFTA) 6개과 골든 글로브상 4개를 수상했다. 그는 80대까지 부지런히 영화 일을 했으며, 요양병원으로 옮긴 다음에야 비로소 ‘더 이상 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형제 모두의 장수와 무관하게 장수 요인은 좋은 유전적 자질을 물려받거나 열심히 살거나 도덕적·종교적 삶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단지 ‘운’일 뿐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의 말은 인류가 아직은 장수의 비결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래도 수많은 100세 장수인의 증언이 귀를 솔깃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