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반응하는 뇌 부위 첫 발견" (연구)

컴퓨터 모델 상 후두엽 시각피질의 특정 부위가 반응

우리가 음식을 볼 때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눈으로 먼저 먹는다.”

1세기 고대 로마의 미식가 마르쿠스 가비우스 아피키우스가 했다는 이 말이 2000년 뒤 과학적 사실로 증명됐다. 《현대 생물학(current biology)》에 발표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포털 ‘웹엠디(WebMD)’가 2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우리가 음식을 볼 때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은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배쪽 음식 부위(ventral food component)’라고 명명된 이 부위는 얼굴, 장면, 그리고 단어를 식별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의 후두엽 시각피질에 위치한다.

연구진은 이 부분의 컴퓨터 모델을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했다. 신체의 복잡한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하고 연구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최근에는 알약을 복용했을 때 최적의 흡수 위치를 찾아내기 위해 소화기의 컴퓨터 모델이 활용됐다.

논문의 제1저자인 MIT 맥거번 뇌연구소의 마낙시 코슬라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연구”라며 “해당 부위가 개인마다 같은 지 다른 지, 그리고 다른 종류의 음식에 대한 경험이나 익숙함에 의해 어떻게 조절되는지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한 차이를 정확히 알아내면 사람들이 뭘 먹을지를 어떻게 고르고 무엇이 섭식장애를 유발하는지를 알아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확실한 가설을 증명하거나 반증하는 대신 무엇을 찾을 수 있는지 보기 위해 ‘가설 중립’의 자세에서 데이터 탐구에 나섰다. 그들의 목표는 종전 연구자들이 이미 시험해볼 것으로 생각했던 특정 가설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를 위해 5만6720개의 이미지를 접한 8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뇌를 스캔한 ‘자연 장면 데이터셋(Natural Scene Dataset)’라는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는 얼굴, 신체, 단어 및 장면의 이미지를 접했을 때 촉발되는 뇌 영역을 찾아냈다. 대부분은 이미 알려진 영역이었다. 놀랍게도 음식 이미지에만 반응하는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뇌의 영역이 있음이 드러났다. 연구진의 첫 반응은 “귀엽긴 한데 사실일 리가 없어”였다고 코슬라 연구원은 말했다.

연구진은 다시 검증하기 위해 컴퓨터 뇌 모델에 120만 개 이상의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줬다. 해당 부위는 음식 이미지에만 반응했다. 색은 중요하지 않았다. 컬러 이미지보다 덜하긴 했지만 흑백 이미지에도 해당 부위가 반응을 보였다. 또 음식과 음식처럼 보이는 물체들 사이의 차이를 구별해냈다. 예를 들어 바나나와 초승달, 블루베리 머핀과 머핀 형상의 강아지의 머리를 구별해냈다.

이를 인간에 적용했을 때 사람들이 사과와 같은 가공되지 않은 음식보다 피자와 같은 가공 식품에 약간 더 많이 반응한다는 것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특정 음식에 대한 선호도 등이 아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계속 연구할 계획이다.

해당 컴퓨터 모델 기술은 다른 연구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몸짓과 얼굴 표정과 같은 사회적 신호에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탐구하는데도 이 기술이 적용되길 코슬라 연구원은 기대했다. 그는 "이미 새로운 자원자들의 뇌를 스캔해 실제 사람들의 뇌에서 컴퓨터 모델과 같은 반응이 일어나는지 검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2)01286-6?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960982222012866%3Fshowall%3Dtru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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