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유가족 눈물 닦아줄 수는 없을까?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501호 (2021-12-06일자)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와 과학주의 함정
코로나19 위기가 위태위태합니다. 연일 확진 환자가 5000명을 넘나들고 있고, 오미크론 변이가 인천 도심의 대형교회에서 시작해서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입니다. 무엇보다 대형병원에서 중환자를 수용할 공간이 점점 좁아지는 데다, 병원 내 감염자가 잇따라 생기면서 다른 중환자들이 제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정부로서도 답답하고 초조할 겁니다. 2년 동안 밤낮없이 방역에 매달린 담당 공무원들과 각 병원의 의료진은 지쳐 쓰러지기 직전일 것인데, 끝이 안 보이니….
지난달 한 대학병원 경영진이 정부에 “지난해 신천지 발 대구 사태 때 병원전체를 내어준 동산병원 덕분에 최종적으로 진정시킬 수 있었다”면서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공간을 마련하면 의료진을 투입하겠다”며 제안했다고 제게 토로하던데, 왜 미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는지 안타깝군요. 지역 주민들의 반대를 걱정해서인지, 보건복지부나 질병청의 권한이 제한적인지….
지금으로서는 ‘확률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국민 개개인이 마스크 쓰기와 손 씻기로 위생을 철저히 해 감염 확률을 떨어뜨려야겠지요. 그러나 2년 동안의 장기전에서 국민도 지쳐가고, 온라인에서는 ‘백신 무용론’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국민이 '제도의 시스템'이 아니라 청와대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현대판 신문고’가 바람직한지는 모르겠지만, 청와대 게시판에서 ‘백신패스 다시 한 번 반대합니다.’는 고교생의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20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아이들까지 백신 강요하지 마세요!’라는 글은 7만5000여명이 동의해서 대통령실이 검토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게시판에는 백신을 맞고 숨진 가족의 사연을 올린 글들이 넘치고 있습니다. 백신을 맞고 황망히 세상을 떠난 아버지, 어머니, 남편, 아내, 자녀에 대한 눈물어린 사연이 절절합니다. 왜 이들은 이곳에 글을 올릴 수밖에 없을까요? 이들이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를 결성해 엄동설한에 집회를 벌이고 있지만, 대다수 언론은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률이 떨어져 코로나19가 더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서이겠죠?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을까요? 현재 백신 접종 후 숨진 것으로 보고된 사람이 1000명이 넘는데, 이 가운데 인과성을 인정받은 사람은 2명뿐이라고 합니다. 백신과의 연관성이 인정되지 않아 유족이 병원비를 부담해야 하고, 생계에도 문제가 생길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전혀 관련성이 없는 경우가 많겠지만 경우의 수를 따지면 △아직 과학계에서 확정하지 않은 백신 부작용 △기저질환을 백신이 악화시킨 경우 △백신 보관 및 접종의 문제 △백신 탓이 분명하지만 조사과정에서 인과성을 밝히지 못한 경우 등이 가능하겠지요.
특히 ‘과학계의 확정’은 절대불변의 진리는 아니지 않습니까? 폴 파이어아벤트가 《자유 사회의 과학》에서 갈파한 것처럼 과학자들의 합의가 절대적이 되면 ‘과학 독재’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요. 얼마 전까지 과학자들은 미세먼지가 중국 탓이라고 하면 비과학적이라고 무시하고 조소하지 않았나요? 며칠 전에도 정부에 자문하고 있는 방역 전문가가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을 멸시하는 발언을 했던데…. 정부의 정책에서 과학이 준거가 돼야 하겠지만, 코로나19처럼 모르는 것이 많은 것에는 정책에 반영할 때 좀 더 유연할 수는 없을까요?
물론, 방역당국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백신 접종 뒤 사지가 마비된 간호조무사의 남편이 올린 청원에서 “이상반응과 관련돼서 신고 된 모든 사례가 한 건 한 건 허투루 다룰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조금 더 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예방접종 등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지요. 지난달 부작용을 집중 조사하기 위한 ‘코로나19 안전성 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아쉽다고 느껴지는 것은 제 기대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인가요? 백신 부작용과 접종 필요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피해에 대해 선제적으로 보상할 수는 없을까요? 질병청의 현재 예산과 인력으로는 이런 활동이 불가능하다면, 범정부 차원에서 나설 수는 없나요?
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민과의 대화는 너무나 부족해 보입니다. 국민이 코로나19 접종 이상에 대한 이상보고를 하는 것도 까다롭지만, 현재 이에 대한 상황을 알 수 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백신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한두 번 설명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코로나19 위기가 끝날 때까지 온갖 방법으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백신 부작용 사망자가 생기면 엄격한 잣대를 댈 것이 아니라, ‘백신 탓이 절대 아니다’는 것이 명확하지 않다면, 일단 병원비와 기본적 생활비는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한가요? 정부 차원에서 유족을 설득하고 위로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여기에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는 것을 절대 아까워하지 않기를 빕니다. 지난해 ‘글로벌 백신 확보전’에서 예산 따지다가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십년감수했던 것, 잊지는 않았을 텐데….
우리 국민은 세계에서 방역지침을 가장 잘 준수하고 있기에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코로나 위기 방어에 열쇠일 듯합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국민에게 접종 부작용에 대해 좀 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요, 최소한, 백신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국민이 이 추위에 거리에서 절규하지 않게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일일이 눈물을 닦아주지는 못할 지라도….
[오늘의 음악]
1920년 오늘은 쿨 재즈의 선구자였던 재즈 피아니스트 데이브 브루벡이 캘리포니아 콘코드에서 태어난 날입니다. 그의 대표곡 가운데 ‘Blue Rondo a la Turk(터키 식 블루 론드)’와 ‘Take Five’ 두 곡 준비했습니다. 두 번째 곡은 우리나라 CF에도 많이 등장한 곡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