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밴쿠버 동계 올림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1일(한국시간) 밴쿠버 패럴림픽
센터에서 펼쳐진 대회 결승전에서 김학성, 김명진, 조양현, 강미숙(원주 연세드림)
선수는 주최국 캐나다와 접전 끝에 7-8로 패했지만 열악한 연습환경에서 은메달을
따 ‘제2의 국가대표’, ‘제2의 우생순’의 감동을 선사한 것. 일반인에게 낯선
컬링, 세계 2위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컬링은 각각 4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빙판에서 둥글고 납작한 돌(스톤)을 미끄러뜨려
표적(하우스) 안에 넣어 득점을 겨루는 경기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한 게임에
2~3시간이 걸리고 돌이 미끄러질 때 스위퍼를 맡은 선수가 계속 빗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다. 돌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치밀한 작전을 세워야 하는
고도의 두뇌싸움이기도 하다.
이번 장애인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가 은메달을 딸 수 있었던 건 한국인 특유의
손끝의 민감성에다가 수를 읽는 능력이 잘 혼합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컬링경기연맹
총무이자 컬링 국가대표 양재봉(37)씨는 “컬링은 투구자가 돌을 언제 어떻게 놓느냐의
아주 작은 차이가 상당한 결과의 차이를 보이는 아주 민감한 경기 중 하나”라며
“장기, 바둑, 고스톱 등 수를 읽는 게임을 많이 했던 한국인에게 어쩌면 유리할
수도 있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특히 어릴 적부터 익힌 젓가락질은 섬세한 손놀림에도
도움이 되고 뇌 발달에도 좋다는 것.
그렇다면 왜 일반 컬링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으면서 장애인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일까?
양 대표는 “일반 컬링은 스위퍼의 빗질에 따라 스톤의 방향 속도가 바뀌지만
장애인 컬링은 스위퍼가 없어 전적으로 투구자의 손끝에 달렸다”며 “이 점이 오히려
일반 컬링에서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컬링이라는 경기장의 특성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컬링 경기장은 보통 다른
경기가 벌어지는 스케이트장에서 경기 때마다 표적을 그리고 얼음판을 다진 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축구장이나 마라톤 코스처럼 선수들이 미리 사전답사를 하고 적응훈련을
하기 어렵다. 컬링에 많은 투자를 못하는 한국에게 경기가 있는 날 선수 컨디션이나
조직력 등이 변수를 일으키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
무엇보다 경기장 내에서의 집중력과 손의 높은 민감성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양 대표는 “한국 선수들은 ‘아이스 리딩(ice reading)’이라고
해서 어느 지점에 떨어지는 감을 잡는 능력이 우수하다”며 “양궁과 같은 종목에서
우리나라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이번 성과를 통해 컬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