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은 1형과 2형의 발생 원인부터 다르다. 1형은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세포를 공격해 인슐린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반면 2형은 인슐린이 몸에서 제대로 작용하지 않거나 분비량이 줄어 발생한다.
1형 당뇨병 환자는 평생 인슐린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혈당을 낮추는 것만큼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특히 나이가 들거나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혈당 관리가 더욱 까다로워진다.
이런 가운데 65세 이상 1형 당뇨병 환자도 저혈당을 늘리지 않으면서 혈당 관리 지표가 개선됐다는 한국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만성 콩팥병 환자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확인됐다고 14일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김규리 교수, 서울대병원 곽수헌 교수, 중앙대광명병원 유지희 교수,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김서현 박사 공동 연구팀은 성인 1형 당뇨병 환자 1028명의 혈당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16일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수집한 자료를 활용했다. 이 가운데 600명은 최대 3년간 혈당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반복 측정 기록이 있었다. 장기 분석에는 연속혈당측정 기록 3441건을 사용했다.
연속혈당측정은 몸에 부착한 센서로 혈당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혈당이 70~180mg/dL에 머문 시간을 '목표혈당범위 내 시간'으로 정했다. 혈당이 70mg/dL 미만으로 떨어지면 저혈당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65세 이상 환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혈당이 목표 범위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65세 미만 환자와 비교해도 개선 폭에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는 없었다. 만성 콩팥병 환자 역시 목표 범위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했다. 두 집단 모두 저혈당 시간은 늘지 않았다.
반면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베타세포의 기능이 크게 떨어진 환자는 혈당 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인슐린 분비 능력을 가늠하는 공복 C-펩타이드 수치가 0.24ng/mL 미만인 환자는 저혈당이 더 많이 나타났고 혈당도 크게 오르내렸다. 시간이 지나도 혈당 개선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과체중이거나 인슐린저항성이 높은 환자도 혈당이 목표 범위에 머무는 시간이 짧았다.
고령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연속혈당측정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앞선 임상시험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2020년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된 미국 연구에서는 60세 이상 1형 당뇨병 환자 203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6개월간 비교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한 환자들은 손끝에서 채혈해 혈당을 확인한 환자들보다 저혈당 상태에 머문 시간이 하루 평균 27분 짧았다.
미국당뇨병학회의 2026년 진료지침도 고령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혈당 관리 목표를 달리 정하도록 권고한다. 건강상태가 양호하다면 하루 중 혈당이 목표 범위에 머무는 시간을 70% 이상으로 잡는다. 반면 동반질환이 많거나 신체·인지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50% 이상으로 목표를 완화하고, 저혈당 시간을 1% 미만으로 줄이는 데 중점을 둔다.
이번 한국 연구에서도 같은 위험군에 속한 환자들 사이에 차이가 컸다. 65세 이상이거나 만성 콩팥병이 있어도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환자가 있는 반면, 고혈당과 저혈당이 반복되는 환자도 있었다.
연구팀은 나이와 동반질환뿐 아니라 혈당 변동 폭, 저혈당 발생 시간, 남아 있는 인슐린 분비 기능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실제 진료 과정에서 나타난 혈당 변화를 분석한 관찰연구다. 특정 치료법이 혈당을 개선했다는 사실까지 입증한 것은 아니다.
고령 환자라도 나이만으로 혈당 관리 목표를 정해서는 안 된다. 저혈당이 언제, 얼마나 오래 나타나는지 확인하고 의료진과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인슐린 투여량과 혈당 관리 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