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3일 (화)

방사성 치료에도 암 다시 커졌는데⋯‘알파선’ 항암제, 3상서 효과

BMS ‘RYZ101’, 위장·췌장 신경내분비종양서 암 진행 지연⋯기존 베타선 대신 알파선 활용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정맥주사로 투여한 방사성 항암제가 혈액을 따라 이동해 암세포의 특정 수용체에 결합하고, 알파선을 방출해 DNA를 손상시키는 과정을 표현한 이미지. RYZ101은 기존 치료제의 베타선 대신 알파선을 이용한다. AI 생성 의료 일러스트.

방사성 치료를 받은 뒤 암이 다시 커졌다면 다른 방법은 없을까. 기존 치료에 쓰던 베타선 대신 알파선을 이용한 항암제가 임상 3상에서 암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

미국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는 12일(현지시간) 자회사 레이즈바이오가 개발 중인 방사성 항암제 'RYZ101(악티늄-225 도타테이트)'의 임상 3상 중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방사성 치료 후 암이 진행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ACTION-1 시험에서 주요 평가 목표를 달성했다.

이번 연구는 위장관·췌장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신경내분비종양은 호르몬 분비에 관여하는 신경내분비세포에서 발생한다. 위와 장, 췌장 등에 생긴다. 일반적인 위암이나 췌장암과는 다르다.

연구에는 수술이 어려운 진행성 종양 환자들이 참여했다. 암세포 표면에 '소마토스타틴 수용체'라는 특정 단백질이 있는 환자로 대상을 좁혔다.

연구진은 기존 루테튬-177 기반 방사성 치료를 받은 뒤 암이 진행한 환자들에게 RYZ101을 투여했다. 다른 환자들은 먹는 표적항암제인 에베로리무스·수니티닙이나 호르몬 작용을 조절하는 기존 약으로 치료했다.

임상 3상 중간분석 결과, RYZ101 치료군은 기존 치료군보다 암이 진행하거나 환자가 사망하기까지의 기간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길었다. 이를 무진행생존기간이라고 부른다.

다만 암 진행을 실제 몇 개월 더 늦췄는지는 알 수 없다. 회사가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을 늘리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암세포 겨냥하는 방식은 같고, 방사선은 달라

그렇다면 RYZ101은 기존 방사성 치료제와 무엇이 다를까.

두 치료제 모두 방사성 물질을 암세포까지 운반하는 원리는 같다. 차이는 암세포에 전달하는 방사선의 종류다.

기존 루테튬-177 치료제는 베타선을 이용한다. 반면 RYZ101은 악티늄-225가 내보내는 알파선을 사용한다.

RYZ101에는 소마토스타틴 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물질인 '도타테이트'가 들어 있다. 여기에 방사성 물질인 악티늄-225를 결합했다.

정맥주사한 약은 혈액을 따라 온몸을 순환한다. 그러다가 신경내분비종양 세포 표면의 소마토스타틴 수용체에 달라붙는다. 이 수용체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일종의 표지판 역할을 한다. 약물이 수용체에 결합하면 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악티늄-225는 방사성 붕괴 과정에서 알파선을 방출한다. 알파선은 세포 몇 개 정도의 짧은 거리만 이동하지만, 좁은 범위에 높은 에너지를 전달한다. 이 에너지는 암세포의 유전정보를 담은 DNA를 손상시킨다.

특히 DNA의 두 가닥을 동시에 끊는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암세포가 이를 제대로 복구하지 못하면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하거나 죽게 된다.

기존 베타선은 조직 속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이동한다. 반면 알파선은 짧은 거리에서 높은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특징이 있다.

RYZ101은 이 차이를 활용한 치료제다. 이번 연구는 기존 베타선 치료 후에도 암이 진행한 환자에게 알파선 치료가 효과를 낼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두 방사성 치료제를 직접 비교한 시험은 아니다. 알파선 치료가 베타선 치료보다 모든 환자에게 더 효과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8주 간격 최대 4회 주사⋯정상 조직도 주의해야

RYZ101을 모든 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암세포에 소마토스타틴 수용체가 있어야 한다. 의료진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 특수 영상검사로 이 수용체가 있는지 확인한다.

이번 임상에서는 RYZ101을 8주 간격으로 최대 4차례 정맥주사했다.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야 한다. 방사성 물질은 암세포에 도착한 뒤에만 알파선을 내보내는 것이 아니다. 혈액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에도 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다. 일부 정상 조직에도 약물이 결합하거나 축적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신장에 미치는 방사선 영향을 줄이기 위해 아르기닌과 라이신이 들어 있는 아미노산 수액을 함께 투여했다.

부작용도 주의해야 한다. BMS는 이번 3상에서 앞선 연구와 비슷한 안전성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발생률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선 1b상에서는 환자 17명 중 빈혈과 메스꺼움이 각각 10명(58.8%)에게 나타났다. 피로를 겪은 환자는 9명(52.9%)이었다. 3등급 이상의 중증 이상사례도 9명에게 보고됐으며, 이 가운데 5명은 시험약과 관련이 있다고 연구진이 판단했다.

다만 이는 치료 중 발생한 이상사례를 집계한 결과다. 모든 증상이 시험약 때문에 나타났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기존 루테튬-177 기반 치료제인 '루타테라'를 사용하고 있다. 2021년 3월 긴급도입의약품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됐으며, 2022년 3월부터 정식 허가 제품의 국내 공급이 시작됐다.

반면 RYZ101은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지 않았다. FDA는 지난 8월 이 약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지만, 이는 개발을 지원하는 조치일 뿐이다.

이번 연구는 기존 방사성 치료 후에도 암이 진행한 환자들에게 또 다른 치료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얼마나 오래 암 진행을 억제하고 생존기간까지 늘릴 수 있는지는 추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