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8일 (목)

필리핀 병원도 손 놓은 13세 코피노 소녀⋯부산에서 다시 웃다

부산 온병원, 재발한 ‘턱 종양’ 절제술·국소피판술 시행⋯10일 퇴원 예정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필리핀 소녀 마리아가 부산 온병원에서 턱 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사진=온병원

왼쪽 볼이 불룩 솟은 채로 1년 반을 지냈다. 한 번 떼어낸 혹이 다시 자라 번지자, 당혹해 하던 현지 병원이 건넨 말은 간단했다. “더 큰 병원으로 가라.”

하지만 필리핀 앙헬레스 빈민가에 사는 코피노(Kopino) 소녀, 토라도 마리아 클라우디아(TORRADO MARIA CLAUDIA·13) 양에게 그 ‘큰 병원’은 갈 수 없는 곳이었다. 아버지는 한국인이었지만, 양육 책임도 경제적 지원도 회피한 채 떠나 버린 상태. 막대한 치료비도 당연히 없었다.

1년 반 만에 다시 자란 혹

마리아 양의 왼쪽 턱에 덩어리(종괴)가 처음 만져진 건 2024년쯤이다. 현지 병원은 2025년 4월 종양을 떼어냈다. 하지만, 약 1년 6개월 만에 혹은 다시 자라 주변으로 퍼졌다. 재수술을 위해 찾은 병원은 더 큰 병원을 권했다. 사실상 치료를 다른 곳으로 넘긴 것.

집안 사정은 그 권유를 따를 형편이 못 됐다. 어머니(35)는 남편 없이 네 남매를 혼자 키운다. 마리아 양은 맏딸이고, 동생 셋도 아버지가 서로 다른 코피노다. 어머니가 공장에 다니며 생계를 꾸려 왔다.

치료의 희망길을 낸 건 종교계와 후원자들이었다. 현지의 김세정 선교사와 임영문 부산 평화교회 담임목사 등 기독교인들, 이수광 씨 등 후원자들이 마리아 양의 사연을 국내에 알렸다. 이 연결이 멀리 부산 온병원에 닿았다.

턱의 혹, 그 정체는?

마리아 양은 지난 1일, 온병원에 입원했다. 안면 MRI 결과, 최종 진단은 농양을 동반한 치성 피부누공과 왼쪽 턱 피부의 양성 종양이었다.

치성 피부누공(odontogenic cutaneous fistula)은 치아 뿌리 끝의 염증이 턱뼈를 지나 얼굴 피부 쪽으로 고름이 빠져나가는 길을 낸 상태. 턱이나 뺨에 뾰루지·종기처럼 보여 피부병으로 오인되기 쉽고, 원인 치아의 염증을 함께 치료하지 않으면 다시 생기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은 다음날 오후 진행됐다. 김석권 성형센터장(전 동아대병원 성형외과 교수)이 마리아 양의 ‘좌측 턱 연부조직의 종양을 제거한 후 '국소피판술’(局所皮瓣術, local flap reconstruction 또는 local flap coverage)을 집도했다. 종양을 떼어낸 자리에 생긴 피부 결손을 바로 옆 피부와 조직을 옮겨 덮는 수술. 얼굴처럼 피부 색과 질감을 맞춰야 하는 부위에 주로 쓰인다.

환자는 안정을 되찾았다. 10일 전후 퇴원 예정. "1년 반 동안 왼쪽 볼이 튀어나와 있어 걱정도 많고 힘들었다”며 “좋은 후원자와 좋은 의사 선생님, 좋은 병원을 만나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병상을 지키던 어머니도 “얼굴도 모르는 딸의 수술을 위해 망설임 없이 도와준 선교사 등 기독교인들과 병원 관계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필리핀 병원도 손 놓은 13세 코피노 소녀⋯부산에서 다시 웃다
주치의 김석권 성형센터장과 마리아 양. 사진=온병원

2000여만 원 수술비는?

남은 문제는 돈이었다. 치료비는 2000여만 원. 국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 국적 아동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

온그룹사회공헌재단(이사장 정근)이 수술비의 3분의 2를 맡았다. 나머지 3분의 1은 선교사와 국내 후원자들이 모았다. 마리아 양의 항공료와 체재비도 선교사 등 국내 기독교인들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코피노(Kopino, Korean+Filipino)는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아버지 연락이 끊기고 양육마저 포기된 채 필리핀에 남은 코피노 아동은 최대 3만~5만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양국 정부 차원의 공식 전수 조사도, 체계적인 지원 제도도 아직 없다. 상당수가 빈민가에서 기본적인 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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