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앓는 병이 없이 건강한 27세 여성이 어느 날 자택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 이후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생각이 흐릿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뚝 떨어지는 증상(브레인 포그, 뇌안개)을 보였다. 급격한 혼란 상태에 빠진 이 환자는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응급실의 초기 뇌 컴퓨터단층촬영(CT)검사 결과, 뇌(뇌막이나 뇌 실질)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전도 검사에서는 신생 심방세동이 확인돼 외래 추적 관찰을 받기로 한 뒤 퇴원했다.
그러나 다음 날 환자는 기억을 잃고 심한 혼돈 상태에 빠져 산부인과를 찾았다. 의료진은 증상의 심각성을 알아채고 환자를 다시 응급실로 보냈다. 당시 활력 징후는 안정적이었고 신체 검사 및 신경학적 검사에서도 집중력 저하 외에 이상은 없었다. 전혈구수(CBC), 종합 대사 패널(CMP), 각종 감염 검사 결과도 모두 음성이었다. 환자는 신경과 협진으로 추가 검사를 받기 위해 입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진단 과정의 뇌 자기공명영상(MRI)검사에서는 아무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뇌척수액 검사에서는 단백질 수치가 64.0으로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N-메틸-d-아스파르트산(NMDA) 수용체 항체가 양성(1:80)인 것으로 확진됐다. 의료진은 이 환자에게 일단 '항-NMDA수용체 뇌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입원 후 환자의 상태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초기에는 매우 심한 환각 증상과 공격성을 보였다. 조현병이나 조울증 같은 정신과적 질환으로 오인될 정도였다. 의료진은 각종 조치를 취했으나 환자의 증상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았다. 결국 인공호흡기 치료와 중환자실 집중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후 환자는 발작성 심방세동 등 심각한 자율신경실조증 및 심장 부정맥 합병증까지 보이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의료진은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면역글로불린(IVIG) 치료를 시행했다.
의료진은 정밀 복부 골반 CT 및 질 초음파 검사를 통해 결국 환자의 오른쪽 난소에 3.7cm~5.4cm 크기의 많이 진행된 난소 기형종이 있는 걸 발견했다. 환자는 '난소 기형종에 의한 항-NMDA수용체 뇌염'이라는 최종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로봇 보조 우측 난관난소절제술로 원인 종양인 난소 기형종을 무사히 잘라냈다. 수술 후에도 카타토니아 유사 증상이 지속돼 리툭시맙 등 2차 면역요법을 병행했다. 리툭시맙 투여 후 환자는 눈을 뜨고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음식을 삼키기 시작했다.
신경재활 치료를 마친 환자는 입원 37일 만에 퇴원했고, 4개월 만에 직장에 복귀했다. 추적 관찰에서 별다른 신경학적 장애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루이빌대 의대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Anti-N-methyl-d-aspartate (NMDA) receptor encephalitis associated with mature ovarian teratoma: a case report)를 국제 학술지 《여성 건강 사례 보고(Case Reports in Women's Health)》 2026년 12월호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 사례 연구 결과는 난소 기형종의 신속한 진단과 협력 진료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 환자가 걸린 '항-NMDA 수용체 뇌염'이라는 병은 신경과·정신과·산부인과·응급의학과 등의 긴밀한 협진이 필수적이다.
초기에는 조현병·조울증 등으로 오인돼 정신건강의학과를 전전하기 쉽다. 그러나 질병이 진행되면서 발작, 자율신경 이상, 불규칙한 심장 박동, 중추성 저환기증 등 심각한 증상을 보인다. 중추성 저환기증은 기도와 폐에는 문제가 없는데도, 뇌에서 호흡 명령 신호를 보내지 않아 환자가 숨을 잘 안 쉬는 바람에 환기가 잘 안 되는 증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난소 종양 및 관련 양성 질환으로 진료를 받는 환자 수는 매년 수십만 명이나 된다. 이 중 가임기 여성에게 발생하는 난소 기형종은 비교적 흔하게 진단되는 생식세포 양성 종양이다. 다만 난소 기형종 내부의 신경 조직이 자가면역을 일으키고, 생성된 항체가 뇌를 공격해 뇌염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전체 발생 빈도에 비해 드문 편이다.
난소 기형종은 전통적인 뇌 MRI나 CT 검사만으로는 원인을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원인 불명의 급성 정신증이나 신경학적 이상이 발생하면 골반 초음파 등 산부인과적 영상 평가를 병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난소 기형종 부위를 서둘러 잘라내고 고용량 스테로이드, 면역글로불린(IVIG), 혈장분리환원술 또는 리툭시맙 등 면역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종양을 빨리 완전히 제거할수록 신경학적 결손의 회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재발 위험이 낮아진다.
[자주 묻는 질문]
Q1. 난소 기형종이 왜 뇌에 염증을 일으키나요?
A1. 난소 기형종은 세포 분화 과정에서 피부, 머리카락, 피지선, 치아, 뼈, 연골, 뇌 조직, 신경(아교) 조직 등을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수술로 이 혹을 떼낸 뒤 열어보면 안에서 기름진 피지나 엉킨 머리카락 등 이상한 형태의 조직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난소 기형종이 품고 있는 신경 조직이 신체 면역계에 의해 항원으로 오인되면서 자가면역 반응이 일어나고, 생성된 자가 항체가 뇌 속의 NMDA 수용체를 공격해 뇌염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 환자는 난소 기형종에 의한 뇌염(항-NMDA수용체 뇌염)에 해당합니다.
Q2. 정신질환과 항-NMDA 수용체 뇌염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A2. 초기에는 불안, 환각, 망상, 행동 변화 등 조현병이나 조울증과 매우 흡사한 정신과적 증상으로 시작됩니다. 이후 발작, 기억 상실, 의식 저하, 자율신경계 이상(심장박동 및 혈압 변동) 같은 신경학적 증상이 급격히 나타납니다. 이 점에서 일반적인 정신질환과 차이가 있습니다.
Q3. 수술만 하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나요?
A3. 원인 종양인 난소 기형종을 조기에 외과적으로 절제하고, 적절한 면역글로불린 치료나 약물 요법 등 면역요법을 병행하면 후유증 없이 일상과 사회로 복귀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